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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 신승남 전 검찰총장 성추행 사건의 전말. 사진=SBS |
신승남 전 검찰총장의 성추행 사건이 화제가 되고 있다.
14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기억과 조작의 경계 - 전직 검찰총장 성추행 의혹 사건'이라는 제목으로 신승남 전 검찰총장의 성추행 사건을 다뤘다.
밤 9시가 넘은 야심한 시각, 여직원 기숙사에 누군가 찾아왔다. 취기 어린 눈으로 금남의 집에 문을 두드린 사람은 총장이라고 불리는 회사 대표 중 한 사람이었다. 결국 A씨는 문을 열 수 밖에 없었고, 총장은 다짜고짜 안으로 들어왔다. 잠시 후 과장이 따라들어왔다.
다음날 곧바로 성추행이 있었다고 회사 직원들에게 알렸다는 A씨. 하지만 그녀는 누구의 도움도, 위로도 받을 수 없었고, 이 때 주변인들에게 받은 상처를 또 다른 악몽으로 남긴 채 퇴사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1년 반 후인 2014년 11월, 신승남 전 검찰총장의 골프장 여직원 성추행 사건이 수십 개의 신문 지면을 장식했다. 그날을 떠올리기조차 싫다던 A씨가 뒤늦게 전 총장을 고소한 것이다.
A씨는 사건이 2013년 6월 22일에 발생했다고 주장했는데, 3일 전인 6월 19일 친고죄가 폐지되며 고소 방법과 고소 기간이 달라진 것. 6월 22일이면 친고죄가 아니기 때문에 괜찮지만 경찰은 사건 발생 시기가 6월 19일 이전으로 판단했다.
신승남 전 총장도 A씨가 날짜를 허위로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신 전 총장 운전기사의 운행 기록을 보면 그는 22일 밤 골프장이 없는 것이 확인됐다. 22일이 아니라는 또 다른 증거는 당시 골프장에 있던 이사의 기록이다. A씨에게 항의를 받았던 바로 그 이사는 "6월 22일 광주로 간게 기억난다"며 23일 광주에서 사용한 카드 내역서를 공개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정확한 날짜는 모른다. 아예 잊고 살려고 했고, 오래 전 그 일을 어떻게 날짜까지 기억하나"라고 말했다. A씨의 골프장 퇴사가 6월 29일인데 그 일 후 일주일 쯤 후 퇴사한 기억 때문에 22일쯤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날짜가 특정이 돼야 고소장이 접수가 된다는 말에 아버지가 22일을 말했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진실의 퍼즐을 맞출 조각을 찾기 위해 지난 2013년 해당 골프장에서 일했던 직원들과 사건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 보았다.
B씨는 "2014년 10월 중순쯤 고소장을 썼다. 법무사 일을 안 한 지 오래되어 친고죄 조항이나 공소시효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B씨는 "변호사 친구한테 물어봤더니 친고죄 조항이 있어 6월 19일 이전이면 처벌 못한다고 했다. 고소 전에 알았다"고 덧붙였다. B씨는 날짜 확인을 위해 운전기사에게 물어봤고 22일이라는 말에 A씨에게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나는 추측한거지만 그 기사는 운행일지를 쓴다고 했다. 거기에 6월 22일이라고 하니 맞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에 B씨는 날짜 때문에 신 전 총장에게 고소 당해 법적 분쟁 중이다. 신 전 총장의 고등학교 후배이자 검찰 수사관 시절 그의 밑에서 일했던 B씨는 신 전 총장과 함께 골프 연습장을 운영했다. 하지만 운영권을 두고 분쟁이 벌어졌고 폭력사태까지 발생했다.
이 때문에 B씨가 A씨를 부추겨 이 사건을 만들었다는 혐의다. B씨는 "내가 관여하지 말아야 될 일에 고소장 써준게 잘못이다. 재산 다 날리고 인생이 엉망이 됐다"고 항변했다.
정리하면, A씨와 아버지는 B씨의 조언 때문에, B씨는 운전기사가 말했기 때문에, 운전기사는 B씨가 잘못 들었기 때문에 날짜가 22일이 됐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제작진은 이 사건이 성추행과 상관없는 날짜조작 진실게임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이 사건의 본질은 성추행 여부라는 것.
무고죄 1심 무죄 선고 후에도 검찰 항소로 골프장 대표인 전직 검찰총장과 A씨 부녀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A씨는 "그냥 이 상황이 끝났으면 좋겠다. 이제는 잊고 싶어도 잊혀지지 않는다. 다시 돌아간다면 난 소송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A씨 아버지도 "다시 해도 똑같이 고소할거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 뿐이다. 여기서 사건을 무마시키고 넘어가면 다른 피해자가 또 나오고, 그냥 넘어가고 없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온라인 이슈팀 mkculture@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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