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돈의 부동산 시장 ◆
정부의 강도 높은 세금·대출 규제와 내년 대선을 앞둔 정치적 불확실성이 맞물리면서 집값 통계 지표들이 한 달 이상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수요·공급을 고려하면 상승장의 일시적인 조정 국면일 뿐"이라는 분석과 "집값이 단기간에 빠르게 오른 만큼 하락장의 터널 입구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팽팽하게 맞서 있다.

매일경제는 최근 발표된 시장 지표를 바탕으로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었다.


가파르게 올랐던 부동산 시장에 올 하반기 이후 '대세 하락'을 예견하게 만드는 지표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일단 가장 핵심 지표인 시장의 매수 심리가 둔화됐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6일 109.2를 기록했던 전국 매수우위지수(100 이상이면 매수자가 많음을 의미)는 10월 25일 84.2까지 하락했다.

서울 지역은 25일 79.4로 6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상승률(서울 기준)도 지난 8월 30일 0.21%에서 10월 25일 0.16%로 감소해 아파트 가격 상승폭이 점차 둔화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8월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량 역시 7만4205가구로 전년 동기(11만8756가구) 대비 37.5% 급감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최근 가격은 급등하고 공급은 여전히 부족해 여러 지표가 엇갈리는 혼조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당분간 시장을 한 방향으로 예측하기는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이 같은 지표들은 세계 금융위기 직전 대세 하락기와 상당히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000년대 들어 서울 아파트 가격이 하락했던 것은 세계 금융위기가 일어났던 2008년(-2.22%)과 그 여파가 미쳤던 2010~2013년(연평균 -2.94%)이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하락 조짐은 금융위기 발발 전인 2006~2007년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종합부동산세를 신설하는 등 노무현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 여파로 인해 버블세븐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올랐던 집값 상승세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06년 18만2299가구를 기록했던 서울 아파트 거래는 2007년 8만8448가구로 51.5%나 감소했다.

2006년과 2007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 역시 31.11%에서 1.84%로 대폭 하락하며 상승장 끝의 기미를 보였다.


그러나 부동산 전문가들은 시장을 이끄는 기본 요소인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금융위기 당시와 지금은 크게 다르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기 직전에는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폭과 거래량이 급감하자 이 때문에 서울 시내 아파트가 남아도는 현상이 발생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06·2007년 서울 아파트 미분양은 각각 529가구와 454가구를 기록했다.

본격적인 하락장 이전에도 어느 정도 물량이 남아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8월 기준) 미분양 숫자는 각각 49가구와 55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파트 공급 지표들도 시장의 수급 불안을 반영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가 전국에 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인허가해준 물량은 2015년 76만5300가구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19년과 2020년에는 각각 48만8000가구, 45만7500가구 등으로 급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세계 금융위기 직전 해였던 2007년에는 55만5800가구로 전년보다 오히려 인허가 물량이 18.3% 증가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 또한 지난해 4만9455가구에서 올해 3만1633가구로 감소했으며 2022년 2만491가구, 2023년 2만2085가구로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금융위기 직전과 달리 현재는 서울에 미분양이 별로 없고 단기 공급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 가격이 쉽게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 시장 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는 유동성 지표도 아직까지는 상승 쪽에 더 유리해 보인다.

하나은행에 따르면 시중 유동성 정도를 의미하는 M1/M2 비율은 올해 8월 기준 37.5%를 기록했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26%)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일반 국민, 특히 젊은 세대의 집 소유 욕구 증가도 부동산 수요를 탄탄히 받치고 있다.

국토부가 발행한 2020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청년 가구와 신혼부부 가구 중 주택을 보유하겠다고 답한 이는 각각 78.5%, 89.7%에 달했다.

2018년 각각 71%, 83.8%를 기록했던 것에 비해 매년 그 비율이 오르고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원장은 "최근 지표로 시장이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장의 기본 요소인 공급과 수요 측면을 놓고 보면 내년 말까지도 하락으로 돌아서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특히 서울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2만가구대로 감소하는 것이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 역시 "정부가 대출 줄이기로 수요를 억제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계속 집을 안 살 수는 없다"며 "단기간에 공급 부분에서 문제가 더 커질 수 있고 이를 고려하면 완만한 가격 상승은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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