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5000만원 직장인 주담대 1억 넘게 줄수도…정부 대책에 청년·서민층 멘붕

텅빈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의 대출창구 모습 [매경DB]
정부가 상환능력 중심의 대출관행 정착을 위한 초강력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내놨다.

주택 거래량이 더욱 줄어들고 가격 상승폭 둔화세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6일 가계부채의 강력한 관리를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 비율)의 시행 시기를 애초보다 앞당기고, 제2금융권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가계부채 보완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의 이번 가계부채 관리 방안에 따라 금융권의 대출한도 축소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내달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맞물리면 부동산 매입 심리가 얼어붙어 주택 거래량이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가파르게 상향 조정하고, 대출 한도를 이유로 신규 대출을 더욱 옥죄면서 이달 들어 수도권 주택시장은 매수세가 자취를 감췄다.


주택 가격 상승폭도 축소되는 모습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회재 의원이 국토교통부의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동향'을 분석한 결과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가운데 직전 거래 대비 가격이 하락한 사례가 8~9월 사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1∼26일 신고 기준) 서울에서 직전 거래 대비 실거래가가 하락한 경우는 35.1%로 8월(20.8%)과 비교해 14.3%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올 들어 월 기준 최고 수준이다.


직전 거래 대비 실거래가가 하락한 건수의 비중을 월별로 살펴보면 1월 18.0%, 2월 23.9%, 3월 27.5%, 4월 33.3%로 늘어났다.

이어 5월 27.6%, 6월 23.9%, 7월 22.1%, 8월 20.8% 등으로 4개월 연속 하락했는데 9월 들어 반등해 다시 30%대로 올라섰다.


이번 추가 대출로 인해 한동안 거래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현황을 보면 지난 9월 매매 건수는 2348건으로 8월(4178건)에 이어 두 달 연속 줄었다.

10월은 17일 기준 276건이 신고된 상태다.

현행 부동산 매매거래 신고기한은 계약일 이후 30일이어서 추가로 늘어날 수 있지만 현저히 낮은 건수를 고려할 때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10월 둘째 주(11일 기준) KB국민은행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매수우위지수는 94.5로 2주 연속 100을 밑돌았다.

100 이하는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다만, 현재 서울만 해도 내년까지 주택공급 물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출규제 등에 따른 수요 둔화가 당장 집값 하락으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한 편이다.

가격이 떨어지기보다는 상승폭이 둔화되는 지금의 장세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소득따라 대출·원금분할상환 강화…청년·서민대출 타격 우려

서울의 한 시중은행 앞에 붙어있는 전세자금대출 현수막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매경DB]

정부가 26일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은 가계대출 규제를 금융회사에서 소비자로 확대하고 대출 기준을 담보·보증력에서 상환능력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 골자다.

기존의 담보대출은 대출자의 소득이 적어도 아파트 등 담보물의 가치가 크다면 수억원대의 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신용대출도 올해 7월 금융당국의 대출 죄기가 본격화되기 전에는 지속적으로 확대됐었다.


상환능력 중심으로 대출 규제가 이뤄지면 아무리 좋은 담보 물건을 제공할 수 있다고 해도 대출자의 소득 입증액이 적으면 대출 가능 금액이 이전보다 줄어든다.


상환능력의 지표는 DSR로 약칭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다.

DSR 규제는 개인의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의 일정 비율 이하로 억제한다.

현재 규제지역의 6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 담보대출을 받거나 신용대출이 1억원이 넘을 때 은행권에서 40%, 제2금융권에서 60%를 각각 적용한다.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 시행으로 내년 1월에는 총대출액이 2억원이 넘으면 원칙적으로 연간 원리금이 연소득의 40%(제2금융권 50%) 수준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7월부터는 총대출액이 1억원만 넘어도 이 기준이 적용된다.


일례로 올해 5월에 신용대출 5000만원을 받고, 8월에 주택담보대출(주담대) 1억3000만원을 이용한 대출자가 내년 3월에 추가로 2000만원이 넘는 신용대출을 받으려면 총대출액이 2억원이 넘게 돼 차주단위(개인별) DSR 제한이 적용된다.

이 대출자의 연봉이 5000만원이라면, 은행에서는 연간 원리금 합계 2000만원까지만 빌릴 수 있다.

보험사나 카드사 등 제2금융권에서는 원리금 2500만원까지 가능하다.


대출 상환 만기는 연간 원리금 계산에 큰 영향을 미친다.

현재 '최대만기'로 일괄 적용하는 만기가 내년 1월부터 대출별 '평균만기'로 바뀐다.

비(非)주담대는 현재의 10년에서 8년으로, 신용대출은 7년에서 5년으로 각각 단축된다.

만기가 7년에서 5년이 되면 연간 원리금이 40%가량 늘어나므로 받을 수 있는 대출액이 그만큼 줄어든다.


제2금융권에선 차주단위 DSR 비율도 60%에서 50%로 깎인다.

주담대처럼 만기가 긴 대출은 DSR 비율이 10%포인트 낮아지면 대출 가능액이 대폭 줄어든다.

다른 대출이 없는 연봉 5000만원 직장인이라면 DSR 10% 포인트는 연간 원리금이 500만원에 해당한다.

30년 만기 주담대라면 대출액이 1억원 넘게 줄어든다는 얘기다.


정부는 개인별 총부채원리금 상환비율(DSR) 규제의 확대 시기도 대폭 앞당기고 제2금융권 풍선효과 차단을 위해 제2금융권 DSR기준도 강화할 계획이다.

당초 2022년 7월부터 2억원 초과 대출에 대해, 2023년 7월부턴 1억원 초과 대출에 대해 DSR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는데 이 시기를 각각 6개월, 1년 앞당겨 내년 1월과 7월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정부 방침에 따라 금융당국도 가계대출 급증을 이유로 카드론에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적용키로 하면서 카드사 대출이 직격탄을 맞았다.

카드론이 막히게 되면 그동안 이용했던 중·저신용자들이 자금을 구할 통로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26일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추가 대책' 발표 후 카드사들은 향후 카드론 운영과 관련해 내부 논의에 들어간 상황이다.

동시에 카드론 DSR 적용이 결정된 만큼 관련 인프라도 함께 구축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 속도 조절 과정에서 카드론이 급증한 부분을 지적했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집계된 주요 카드사 일곱 곳(신한·삼성·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지난 상반기 카드론 자산은 총 34조1311억원으로 전년말(32조464억원)대비 2조847억원(6.5%) 늘었다.


해당 증가폭은 금융당국이 카드업계에 적용한 총량규제(6%)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은행권 대출 규제에 제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는 '풍선 효과' 때문에 증가폭이 커지자 금융당국이 카드론 DSR 적용이라는 칼을 빼든 격이다.


예를 들어 연소득 4000만원인 직장인이 주택담보대출 1억8000만원(만기 30년, 금리 2.5%, 원금균등상환, 비규제지역)과 신용대출 2500만원(금리 3%, 만기일시상환)을 이용하고 있다면 현재는 카드론 800만원을 추가로 쓰는 것이 가능하지만, DSR 규제가 적용되면 카드론 한도가 636만원으로 낮아진다.


카드사들은 울상이다.

카드론 등 대출사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버텨왔는데, 이번에 카드론이 DSR에 포함되면 취급하는 카드론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실제 내년 1월 DSR 규제가 본격 시행되면 카드론 취급액의 10%가 줄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평가도 나온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대책 발표 후 발생할 수 있는 '카드론 DSR 우회 시도'를 차단하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

카드론 약정만기를 길게 해 대출 한도를 늘리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한 만큼 이르면 내달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이다.


카드업계에선 벌써부터 볼멘소리가 나온다.

대출 사업은 결제수수료가 최저치로 인하된 이후 카드사의 핵심 수익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도 인하로 가닥을 잡은 상황에서 사실상 없는 수익을 짜내야 하는 절박한 처지가 됐다는 것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27일 카드사에 적용하는 '여전업감독규정'을 개정해 중·저신용자 신용 공급을 확대하겠다며 진화에 나선 상황이지만 카드론에 대한 DSR 적용으로 인한 대출 공급 축소는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부동산 냉각기 VS 수요여전 시장 반응 엇갈려

부동산 업계에선 DSR 조기 시행을 골자로 한 가계부채 대책으로 주택 매매심리가 크게 얼어붙은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금융권의 대출한도 축소 움직임과 다음달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맞물리며 부동산 구입심리를 제약하고, 주택 거래량을 감소시킬 것이란 전망이다.

누적된 집값 상승의 피로감과 겹쳐 주택 매수세가 크게 감소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도 "이번 규제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이 어려워지면서 현금부자가 아니라면 주택 마련에 상당 부분 제악이 생겼다"면서 "전반적으로 주택거래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은 이어 "다만 거래절벽이 심화하고, 주택 매수세가 줄어든다고 해도 바로 집값 하락과 연결짓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면서 "대출 규제로 매수세는 묶였지만, 주택 수요 자체는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금리 인상과 가계부채 추가대책 예고 등 하락요인도 있지만, 전세난과 공급 감소, 풍부한 유동성 등 상승요인이 맞서는 상황"이라며 "가을 이사 수요도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현재의 상승기조가 쉽게 바뀌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영역에서 수요가 대거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당장 DSR에 전세대출을 제외하면서 주담대와 전세대출 한도가 역전되는 현상이 더 심화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앞서 당국이 상대적으로 전세대출 대비 주담대 규제를 더 강하게 적용하면서 집값은 전셋값보다 비싸지만 대출은 주담대보다 전세대출이 더 많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이런 현상이 더 극심해질 것이란 의미다.


임대차 시장 부작용 가능성도 존재한다.

매매 수요 감소 시 일부 수요가 임대차로 옮겨가며 전세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는데 전세대출 규제도 동반되고 있어 전세대출이 제한되는 수요자들은 보증부 월세를 선택하는 현상이 야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임대인의 전세보증금 증액 요구에 응하지 못할 경우 울며 겨자먹기로 보증부 월세를 찾을 수밖에 없을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대책을 상환능력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가 타고 올라갈 금융 사다리를 치우는 게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수위가 높아지면서 금융사들이 속속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중단하거나 신용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DSR 규제 대상에서 분양주택에 대한 중도금 대출과 전세대출 등은 제외했다.

이에 따라 주택 매수 대신 전세로 머물며 청약을 노리는 대기 수요가 늘어날 경우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다시 집값을 끌어올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대출을 옥죄면 불안요소만 키우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내년 1월 시행하는 2단계의 대상은 차주의 13.2%로, 국내 차주를 2000만명으로 보면 1734만명은 이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며 "빚이 많은 사람은 부담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는 큰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게시판에는 정부가 추진하는 '상환능력 위주 대출'이 '사다리를 걷어차기', '영끌 금지법'이라는 비판과 불만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소득이 낮은 청년과 서민층은 DSR 규제 강화로 내 집을 마련하기가 더 어려워지게 되는 등 자산격차가 심화할 수 있다는 불안감의 발로로 풀이된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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