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속이자."
최근 뜨거운 스타트업 클루엘리의 이정인 대표가 던진 말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클루엘리는 시험, 영업, 통화 등 상황에서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한다.
온라인 면접 감독관조차 속일 수 있는 AI가 정답은 물론, 답변할 문장을 실시간으로 제시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클루엘리는 이미 연간 40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올리고, 75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성장하고 있다.
컬럼비아대 재학 시절 빅테크 기업의 코딩 테스트를 '몰래' AI를 이용해 통과했던 이 대표는 이를 만천하에 공개했다.
결국 정학 처분을 받은 뒤 자퇴해 창업에 나섰다.
그리고 "AI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세상의 작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할 것"이라는 선언문을 남겼다.
과거 계산기가 등장했을 때 교사들은 "이제 아무도 곱셈, 나눗셈을 못 하게 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수학 시간 계산기 사용 금지라는 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워드프로세서가 나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누구나 쉽게 글을 쓰게 되면서 글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결과는 달랐다.
계산기는 문제 해결 능력을 확장하는 도구가 됐고, 워드프로세서는 많은 사람이 글을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이제 계산기와 워드프로세서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사람은 없다.
감독관을 속이는 AI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당연하다.
그러나 "무엇이든 조사할 수 있는 시대에 왜 사실을 암기해야 하는가. 정작 중요한 것은 올바르게 질문하는 능력"이라는 이 대표의 선언문은 곱씹어볼수록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그의 도발적 외침이 단순히 젊은 사업가의 객기가 아닌 AI 시대를 꿰뚫는 통찰일 수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기술은 편리함과 함께 사회에 등판하고, 표준으로 자리 잡기까지 혼란, 논쟁을 동반한다.
지금 '편법'으로 규정한 행위가 다음 세대에는 '표준'이 될 수 있다.
전례 없는 변화 앞에 놓인 지금, 인공지능 시대를 과연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나 같은 범인(凡人)은 점점 막막해진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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