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TV Who Is?] SK온 이석희, 비상 스위치 가동…"전 임원 연봉 동결"

이석희 SK온 사장 (회사 제공)
▲CEO 오늘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이석희 사장이 비상경영을 선언했습니다.

이에 따라 'C레벨'(분야별 최고 책임자) 전원의 거취는 이사회에 위임하고, 흑자 전환 달성 시까지 모든 임원의 연봉을 동결합니다.

최근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실적 부진을 겪으며 SK그룹 차원에서 'SK온 살리기'에 나선 가운데 조직을 효율화하고 내실 다지기에 주력한다는 취지입니다.

SK온은 1일 오전 전체 임원회의를 열고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했다고 밝혔습니다.

회의는 각 지역에 분포된 사업장 상황을 고려해 화상으로 진행했습니다.

임원들은 이 자리에서 회사의 경영 상태와 조직개편 방향을 공유하고, 위기 극복을 위해 솔선수범하자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SK온은 위기 상황에 대한 책임감을 강화하고 극복 의지를 대외에 알리는 차원에서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최고생산책임자(CPO),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C레벨 전원의 거취를 이사회에 위임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최고관리책임자(CAO)와 최고사업책임자(CCO) 등 일부 C레벨직을 폐지하고, 성과와 역할이 미흡한 임원은 연중이라도 보임을 수시로 변경하기로 했습니다.

SK온에서는 최근 성민석 부사장이 영입 10개월 만에 CCO직에서 보직 해임되고, 최영찬 CAO 사장이 SK E&S 미래성장총괄 사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등 조직 개편과 임원 축소 등의 분위기가 감지돼 왔습니다.

SK온은 "변화된 경영환경을 반영해 조직을 효율화하기로 했다"며 "업무 영역과 진행 절차, 그에 따른 자원 배분부터 일하는 방식까지 변화가 필요한 모든 영역을 과감하게 바꾸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함께 올해 분기 흑자 전환에 실패할 경우 내년도 임원 연봉을 동결하기로 했습니다.

SK온은 올해 1분기 3천315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2021년 출범 이래 10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10개 분기 누적 적자 규모는 2조 6천억 원에 달합니다.

올해 2분기에도 3천억 원대의 영업손실이 예상됩니다.

다만 하반기 재고 소진과 전기차 신차 출시 확대에 따른 출하량 증가 등으로 4분기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임원 대상 각종 복리후생 제도와 업무추진비도 대폭 축소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시행 중인 해외 출장 이코노미석 탑승 의무화, 오전 7시 출근 등도 지속할 예정입니다.

SK온은 다만 핵심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연구개발 투자는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또 고객사에 대한 상시적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영업 조직을 권역별로 분리·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이와 함께 '기본'에 충실한 기업문화를 위해 전체 구성원이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출퇴근 시간을 각자 결정하는 유연근무제도는 유지하되 근무 시간에는 업무에 몰입하도록 하고, 효율적 의사결정을 위해 재택보다는 사무실 근무를 원칙으로 삼기로 했습니다.

이석희 CEO는 이날 회의를 마친 뒤 전체 구성원에게 보내는 메시지에서 "임원과 리더부터 위기 상황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솔선수범하겠다"며 "경영층을 포함한 구성원 모두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각오로 각자의 위치에서 최고 성과를 만드는 데 힘을 모으자"고 말했습니다.

이 CEO는 "현재의 위기는 오히려 진정한 글로벌 제조 기업으로 내실을 다지는 기회"라며 "우리 모두 '자강불식'(自强不息·스스로 힘쓰고 쉬지 않음)의 정신으로 패기 있게 최선을 다한다면 더 큰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경영 활동의 평가

△SK온 흑자전환이 시급 과제

SK온은 국내 배터리 제조사 3곳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전환을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당초 2023년에는 분기 기준으로는 흑자 전환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1~4분기 내내 적자를 면치 못했습니다.

SK온은 2023년 매출 12조 8972억 원, 영업손실 5818억 원을 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에 이석희 사장은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로서 기술·공정 분야에서 성과를 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중장기 경쟁력을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현재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은 크게 프리미엄차, 양산차, 보급형 시장으로 나눠지고 있습니다.

SK온은 시장별 수요에 맞춰 하이니켈, 미드니켈, 코발트프리,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등 다양한 맞춤형 화학구성(케미스트리)별 제품을 개발해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폼팩터(형태)별로도 기존 파우치형뿐 아니라 각형과 원통형으로 제품을 다변화한다는 계획도 세웠습니다.

SK온은 다소 악화된 업황에도 불구하고 생산능력 확대 기조는 유지한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이에 따라 2024년에는 약 7조 5천억 원을 설비투자(CAPEX)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영업적자가 지속돼 영업을 통한 현금 흐름이 없는 상황에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증설을 하려면 차입을 하거나 재무적투자를 유치해야 합니다.

이에 외부 자금조달을 통한 증설 자금을 마련하는 일도 이석희 사장의 중요한 경영 과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생애

이석희 사장은 1965년 6월23일 경북 경산에서 태어났습니다.

서울대학교 무기재료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무기재료공학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에 입사한 뒤 유학을 떠나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대학원에서 재료공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현대전자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반도체 산화막 파괴와 안정성에 관한 연구를 하다가 반도체 소자와 관련된 '준파손(quasi-breakdown)'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이석희 사장은 준파손 현상에 관한 논문을 써서 학술지에 제출했고, 이를 계기로 반도체 분야 명문으로 꼽히는 스탠퍼드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밟게 됩니다.

모리스 창 TSMC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 여러 글로벌 대형 반도체 기업 수장이 스탠퍼드대학 출신입니다.

현재까지 100건 이상의 반도체 기술 관련 논문이 이석희 사장의 논문을 인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석희 사장은 자신이 반도체 분야에 뛰어들게 된 데는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의 영향이 컸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진대제 전 장관이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사업부 사장으로 근무할 때 그에게서 감명을 받아 그를 롤모델로 삼고 반도체 공부를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후 이석희 사장은 인텔에서 11년 동안 근무하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자공학과 교수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한국과학기술원에 부교수로 있을 때에도 DNA 구조를 활용한 반도체 회로를 개발해 미세공정 개발에 기여하는 등 연구 성과를 꾸준히 냈으며 현재도 이석희 사장은 학계에서 이름난 반도체 기술 전문가로 꼽힙니다.

한국과학기술원에 있을 때 SK하이닉스로부터 영입 제안을 오자 처음에는 정중히 거절했다고 전해졌습니다.

제자를 키워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꿈을 품고 몸담은 카이스트를 마지막 직장으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SK하이닉스와 같은 큰 조직을 직접 맡아 변화를 일으키면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과 엔지니어들이 두루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결국 이직을 결정했습니다.

SK하이닉스에 전무로 영입돼 미래기술연구원장과 D램개발사업부문장, 사업총괄 최고운영책임자(COO), 경영지원업무 총괄을 거쳐 대표이사에 선임됐습니다.

SK하이닉스에서 물러난 뒤 약 2년 만에 SK그룹의 차세대 성장동력인 배터리사업을 담당하는 SK온 대표이사로 복귀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현재는 SK온의 실적을 개선해 흑자기조를 안착하는 데 경영의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특히 리튬인산철(LFP)과 원통형·각형으로 화학구성(케미스트리)과 형태(폼팩터)의 다변화를 통해 고객기반을 확장하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종교는 기독교이며, 아버지가 강조한 '진의지덕(참되고 의롭고 지혜와 덕을 품으라)'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습니다.


▲학력/경력/가족

학력 : 1984년 서울 영동고등학교 졸업
1988년 서울대학교 무기재료공학과 졸업
1990년 서울대학교 무기재료공학과 대학원 석사
2000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재료공학 박사

경력 : 2000년 12월~ 2010년 1월 미국 인텔 연구원
2008년~ 2013년 국제반도체소자학회(IEDM) 신흥기술위원회 위원장(Emerging Technology Chair)
2010년 1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자공학과 부교수
2013년 2월 SK하이닉스 전무
2014년 SK하이닉스 D램 개발사업부문장 부사장
2016년 SK하이닉스 사장, 사업총괄(COO)
2018년 SK하이닉스 대표이사
2023년 12월 SK온 대표이사


▲어록

"올해를 '새로운 도약의 해'로 만들기 위해, '이기는 환경을 만들어 놓고 싸움에 임한다'는 선승구전(先勝求戰)의 태세로 이길 수 있는 준비를 당부한다."

"최고 수준의 기술 리더십 확보, 글로벌 고객사와의 신뢰 구축은 소수의 슈퍼스타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연구개발, 제조, 품질, 구매, 세일즈, 지원 등 모든 분야 구성원들의 활발한 협업과 적극적 의견 교류가 필요하다."
(2024년 1월 2일, SK온 신년사)

"대외 환경이 어려울수록 이기는 환경을 만들어 놓고 싸우는 것이 중요하다. 첨단 기술 제조업에서 이기는 환경이란 탄탄한 연구 개발 역량을 기반으로 고품질의 제품을 통해 고객의 신뢰를 얻는것이다."
(2023년 12월 13일, 'SK온 레코그니션' 시상식)

[ 황주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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