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TV Who Is?] 나스닥 가는 네이버웹툰…현금 415억 받는 '이 남자'

네이버웹툰 김준구 대표 (회사제공)
▲CEO 오늘

네이버의 글로벌 사업 첨병으로 활약하고 있는 네이버웹툰이 오는 27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합니다.

일본 총무성 행정지도에 따른 라인야후 사태, 영업적자 지속 등 변수를 딛고 성공 약 3조 7000억 원에 달하는 몸값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23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네이버웹툰의 미국 법인이자 본사인 웹툰 엔터테인먼트(웹툰엔터)는 오는 27일 나스닥에 상장할 예정입니다.

주식 공모 가격 희망 범위(밴드)는 주당 18~21달러이며, 보통주 1500만주를 발행해 최대 3억 1500만달러(약 4300억 원)를 조달할 계획입니다.

공모가 상단 가격 적용 시 상장 후 기업가치는 26억 7000만 달러(약 3조 7000억 원)로 추정됩니다.

당초 웹툰엔터의 예상 기업 가치는 5조 원으로 거론됐으나 이보다 낮게 책정됐습니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겸 웹툰엔터 대표는 미국 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우리의 목표는 향후 10년 동안 가장 큰 히트를 칠 IP 프랜차이즈를 웹툰에서 발견하고 개발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준구 대표는 "네이버웹툰을 2013년 일본에 출시했으며 현재 일본의 월간 사용자 수는 2000만 명이 넘는다. 2023년 12월 현재 월간 사용자가 2000만 명이 넘고 사용자의 75%가 Z 세대인 북미 사용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인기를 얻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네이버 개발자로 입사한 김준구 대표는 2004년 회사가 만화 서비스를 도입한 뒤 만화 서비스 기획을 맡아 본격적인 웹툰 서비스 확장을 이끌었습니다.

웹툰 창작자 수익 모델인 PPS, 아마추어 플랫폼 '도전만화' 등을 도입했습니다.

지난 2014년에는 네이버웹툰이 영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미국 진출에 뛰어들었고, 북미 시장의 웹툰 인식 대중화를 주도했습니다.

실제 네이버웹툰은 150여국에 진출했으며 월간 활성 이용자 수만 1억 6900만 명(지난 1분기 기준)에 이르렀습니다.

네이버웹툰은 보유 콘텐츠 5500만개, 작품을 제공하는 크리에이터(작가)도 2400만 명에 달합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해 웹툰엔터는 김준구 대표에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 약 1만 4815주를 부여하고, 현금 보너스 3000만 달러(약 416억 원)를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경영 활동의 평가

△나스닥 상장 '일등공신'

김준구 대표는 꾸준히 '미국 증시 상장'을 염두에 둔 행보를 보여왔습니다.

미국 법인인 '웹툰엔터테인먼트'를 2016년 설립하고 영향력을 점차 확장했습니다.

네이버에서 2017년 분사한 네이버웹툰도 지난 2020년 웹툰엔터테인먼트 산하에 배치됐습니다.

웹툰엔터테인먼트가 국내 시장은 물론 일본(라인디지털프론티어) 등을 총괄하는 구조를 만들면서 경영 체제를 효율화했습니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현재 웹툰의 글로벌 확장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 중입니다.

나스닥 상장을 노리는 곳도 네이버웹툰 모회사인 웹툰엔터테인먼트로, 종목 코드는 'WBTN'입니다.

현재 네이버가 보유한 웹툰엔터테인먼트 지분은 63.4%으로, 상장 완료 후에도 지배주주로서 이사 선임 권한을 지닙니다.

지분 24.7%를 가진 일본 기업 라인야후(LY 코퍼레이션)도 주요 주주사에 계속 이름을 올립니다.

네이버웹툰이 미국 상장을 추진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그간 김준구 대표가 탄탄하게 구축한 '글로벌 창작 생태계'와 현재 시장에 안착한 '지식재산권(IP) 확장 사업' 등이 꼽힙니다.

김준구 대표는 단순히 웹툰 콘텐츠를 해외에 판매하는 식으로 사업을 전개하지 않고, 진출한 지역에서 자체적인 콘텐츠 수급이 가능하게 하는 걸 우선순위로 삼았습니다.

이런 접근 방식이 네이버웹툰을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만든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웹툰은 소비자 콘텐츠 플랫폼을 안착하기 전 '창작자 발굴' 시스템부터 구축하는 방식으로 현지 시장을 공략해 왔다"며 "해당 시장에서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에도 많은 초기 비용을 투입해 현지 작가들을 포섭·발굴하는 결단을 내렸다. 콘텐츠 판매보다 기초 체력을 쌓는 걸 우선이라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네이버웹툰은 2006년 업계 최초로 국내에 '도전만화' 시스템을 도입해, 이를 통해 방대한 콘텐츠를 수급했습니다.

이런 방식을 해외에도 접목, 각 국가에서 자체적인 생태계가작동하도록 사업을 영위해 왔습니다.

네이버웹툰은 현재 서양·동남아 시장에선 '캔버스'(CANVAS)를, 일본에선 '인디즈'(INDIES)를 운영하며 아마추어 작가의 등단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왓패드(미국)·이북이니셔티브재팬(일본)을 인수하며 현지 콘텐츠 수급·유통 폭을 넓힌 일도 이런 맥락에서 추진된 사업입니다.

국내 시장에선 웹소설 플랫폼 문피아를 품으며 창작자 생태계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10년 넘게 해외 시장에서 다진 창작자 생태계는 고스란히 사용자 유입으로 이어졌습니다.

김준구 대표는 여기서 더 나아가 현지에서 발굴·제작된 작품을 한국이나 다른 나라로 수출하는 식으로 활용도를 극대화했습니다.

특히 영어 작품을 한국어로 번역하고, 태국어 작품을 인도네시아어로 번역하는 식으로 유통 폭을 넓혔습니다.

△수익성 개선이 '숙제'

웹툰엔터의 지난해 연결 매출은 12억 8275만 달러로 전년 대비 18.8% 증가했습니다.

영업손실은 3636만 달러로 전년(1억 1472만달러) 대비 적자 폭이 감소했으나, 창립 이래 지속 연간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조정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는 1166만 달러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습니다.

조정 EBITDA는 EBITDA에서 각 기업 상황에 맞게 여러 요소를 더하거나 뺀 지표입니다.

웹툰엔터는 증권신고서에서 "당사는 순손실 이력이 있으며 향후 비용 증가가 예상돼 수익성을 달성하거나 유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콘텐츠 관련 비용을 통제하지 못하면 발생하는 비용이 수익 증가분을 초과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준구 대표는 향후 성장 전략으로 각 핵심 지역의 콘텐츠 현지화를 개선하겠다는 목표입니다.

아울러 전환율 향상, 페이월 적용 콘텐츠 수량 최적화, 가격 체계 최적화, 새로운 수익화 모델 모색을 통해 유료 콘텐츠 수익화를 늘린다는 계획입니다.

특히 대화형 광고 형식과 보유 데이터를 활용하는 타겟팅된 광고 제품을 포함해 광고주 제품에 지속 투자할 계획입니다.

신규 사용자 확보를 위한 유료 마케팅도 확대합니다.

단기적으로 한국과 일본의 웹툰에 대한 상대적인 친숙도가 높은 북미 시장을 공략할 예정입니다.

AI(인공지능) 기반 추천 엔진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입소문이 날 수 있는 새로운 커뮤니티와 게임 기능을 출시해 참여도를 높일 계획입니다.

네이버웹툰의 성장동력은 IP(지식재산권) 사업 확장입니다.

김준구 대표는 영화, OTT, 게임, 출판 도서 등 다양한 형식으로 제작할 수 있는 잠재적 스토리를 식별하는 '원 스토리 멀티 유즈 전략'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향후 2~3년에 걸쳐 미디어 제작 및 배포에 자본 투입을 늘리고 차세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프랜차이즈를 구축하겠단 계획을 밝히고 있습니다.

△미국 '만화계 아카데미' 윌 아이스너 어워드 2년 연속 수상

네이버웹툰이 미국 대표 만화시상식인 '윌 아이스너 어워드'에서 2년 연속 수상작을 배출했습니다.

지난해 7월 네이버웹툰은 웹툰 '로어 올림푸스'가 윌 아이스너 어워드에서 최우수웹코믹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고 밝혔습니다.

윌 아이스너 어워드는 미국 만화계의 거장 윌 아이스너의 이름을 따 1988년부터 시작된 시상식입니다.

'만화계의 아카데미'로 불리기도 하며 올해는 7월20일부터 23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코믹콘에서 수상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로어 올림푸스'는 그리스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지하 세계의 왕 하데스와 여신 페르세포네의 이야기를 풀어낸 로맨스 판타지 작품입니다.

'로어 올림푸스'는 지난해에도 이 시상식에서 최우수웹코믹상을 수상했습니다.

국내 작품으로는 연상호, 최규식 작가의 웹툰 '지옥'을 원작으로 한 단행본이 최우수 북미판 국제작품-아시아 부문 후보로 심사를 받았습니다.

김준구 대표는 "올해는 '로어 올림푸스' 뿐 아니라 다수의 웹툰 작품이 후보에 올랐다는 점이 더욱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끊임없이 새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전 세계 독자들을 만날 수 있도록 웹툰 생태계를 확대, 진화시켜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생애

김준구 대표는 1977년 5월 12일 출생해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화학생물공학부를 졸업하고 2004년 네이버에 입사했습니다.

무려 8,800권 이상의 만화책을 보유하고 있는 만화광으로, 처음엔 네이버에 개발자로 입사했다가 만화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신설부서인 웹툰부에 차출됐습니다.

본래는 웹툰보다는 기존의 출판 만화를 웹으로 보여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2006년 초에 들어서 다음이나 파란 등에서 스토리형 웹툰으로 트래픽을 높이고 인기를 끌자 이들과는 좀 더 다른 방향으로 웹툰 서비스를 개시했습니다.

주로 공감물이나 일상물, 개그물 위주의 작가를 끌어들임으로 기존의 웹툰 서비스와는 차별화된 전략을 취했고, 다음 웹툰이 좀 더 스토리나 연출을 중시하는 성인들을 모았다면 김준구 대표는 어린 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두루두루 접근할 수 있는 작품에 주목했습니다.

일상툰인 '낢이야기' 등의 스타 콘텐츠를 발굴해 주목을 받았고, 인기 웹툰인 '마음의 소리'의 조석 작가와 '패션왕' 기안84도 김 대표가 발굴한 스타 작가들입니다.

웹툰에 대한 일념 하나로 네이버에 평직원으로 입사해 대표이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힙니다.

2014년에 포브스에서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차세대 리더 12인' 중 한 명으로 올랐습니다.


▲학력/경력

학력 :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 학사 졸업

경력 : 2013년 4월 네이버웹툰 사업부 부장
2014년 3월 네이버웹툰 셀 리더
2015년 1월 네이버 임원
2015년 2월 네이버웹툰 CIC 대표
2017년 5월 네이버웹툰 대표이사


▲어록

"웹툰 플랫폼이라는 저희의 근거지가 있다고 한다면 더 다양한 길들을 통해서 그들에게 도달해야 하는데 그게 영상화일 수도 있고, 게임일 수도 있고 오디오웹툰일 수도 있다. 다양한 '미디어믹스' 전략이 대중화를 위한 하나의 큰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시간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10년 전에도 저희 팬덤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다만 10대와 20대 초반 사용자들이 너무 많았는데 이들이 이제 페잉파워(결제력)를 가지면서 '웹툰으로 뭘 합시다'라는 의견들이 많아지고 그러면서 미디어믹스가 많아지면서 웹툰이 메이저의 위상을 가지게 됐다. 젊은 소비자가 먼저 생성되고, 그들이 페잉파워를 가지고 사회로 나오면서 더 많은 미디어믹스가 발생하고, 또다시 이런 미디어믹스를 통해서 젊은 사용자들에게 어필하게 되면서 우리가 굉장히 큰 선순환을 만들고 있다. 그게 이제는 미국에서 가능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2023년 1월 12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기자간담회 중)

[ 황주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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