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신청한 희소금속 제조 기술의 '국가핵심기술' 등록이 난항을 겪고 있다.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MBK 측이
고려아연을 인수한 후 해외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것을 우려해 반발하면서 정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이 지난해 11월 보유 기술 2건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는 것을 신청한 건에 대해 영풍이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에 반대 의견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 해외에 회사를 매각할 때 산업부 장관 승인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인수·합병(M&A)이 어려워진다.
고려아연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한 기술은 전략광물으로 주목받는 '안티모니' 제련 기술과 독자적인 아연 제련 기술인 '헤마타이트 공법' 등 두 가지다.
고려아연은 국내 유일하게 안티모니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안티모니는 주로 난연재에 쓰이던 희소금속으로 현재는 탄약 제조 등 방산업과
태양광·반도체 등 미래 핵심 산업에 쓰인다.
중국이 전 세계 안티모니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중국은 미국의 통상 압박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지난해부터 안티모니 등 희소금속에 대해 전략적인 수출 통제에 나섰다.
안티모니 가격은 지난해 1월 1만3300달러 수준에서 올해 2월 6만2000달러로 1년여 만에 5배가량 폭등했다.
고려아연의 희소금속 기술을 한미 무역 협상의 전략적 카드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
고려아연의 기술력은 단연 독보적"이라며 "국가적 손실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가가 적극 나서 원천 기술을 보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계 인사들로 구성된 산업부 산하 전문위원회는 이달 중
고려아연 안티모니 등에 대한 국가핵심기술 지정 여부와 관련해 결론을 낼 예정이다.
전문위 관계자는 "특정 기업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기술의 독보성과 가치 등 기술 자체만 보고 평가해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위 내부에서는 영풍이 반대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이번 신청을 경영권 분쟁 수단으로 보는 부정적 시각이 굳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영풍 관계자는 "국가핵심기술은 본래 취지에 맞게 엄격한 요건에 따라 지정해야 한다"며 "이번 신청은 영풍·MBK 연합이 경영권 취득에 대한 새 방어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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