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인사이트] 이야기를 담다 비하인드 - 허허허 허재, 농구 대통령의 스마일 슛…허재 전 농구감독 편



▣ 편집자주 = 매일경제TV 프리미엄 콘텐츠 플랫폼 'CEO인사이트' 11호에서는 인터뷰 프로그램 <이야기를 담다>의 제작진과 출연진이 직접 나서 촬영 후일담을 공개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허재 전 농구감독은 "스튜디오에서 제 인생과 농구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게 처음엔 낯설었지만, 점점 대화가 이어질수록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었다"며 "농구가 제 인생에서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했는지 다시금 실감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야기를 담다> 비하인드는 김원경 PD('김 피디의 비하인드 컷')와 아나운서 이담('이담의 뒷담; 뒷이야기를 담다'), 김수진 작가('김 작가의 크레딧 쿠키') 등 제작진과 출연들이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촬영장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담다> 비하인드는 'CEO인사이트'를 통해 격주 단위로 공개됩니다. <이야기를 담다>는 매주 목요일 저녁 6시 30분에 매일경제TV와 유튜브를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다음은 <이야기를 담다> 비하인드 허재 전 농구감독 편 전문.


◇ 김 작가의 크레딧 쿠키

# 추억의 농구대잔치

'솔까말' 나는 이충희 선수의 팬이었다.

슛도사, 슛쟁이, 득점 기계 등 여러 가지 별명을 가지고 농구 대잔치 무대에서 6년 연속으로 득점왕 타이틀을 거머쥔 농구 히어로!

이런 이충희 선수의 드리블을 막고 3점슛을 무력화시킨 정적이 바로 허재 선수였다.

"충희 형 같은 선수는 다시 안 나올 것 같아요. 순간 순간 움직이는 순발력이 무척 좋았어요. 경기를 하다 보면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았는데, 진짜 타고났어요."

1985년 의문의 '허재 삭발 사건'도 이충희 선수 때문이란다.

'슛 성공률'이 낮아 홧김에 머리카락을 밀어버렸다니, 허재 선수는 지고는 못 사는 승부욕의 화신이었달까?



"지는 게 싫고, 강인해 보이고 싶었어요. 승부욕 때문에 그랬을 거예요. 그런데, 삭발하고 나서 후회했잖아요, 겨울에 너무 추워가지고."

승부욕은 성적과 비례하는 법. 득점이면 득점, 도움이면 도움, 리바운드면 리바운드, 솔직히 그는 코트 위의 팔방미인이었다.

체공력이 좋아 상대 장신 센터진의 숲을 과감하게 정면 돌파하는 모습은 이충희 선수의 팬들마저 매료시킬 정도였으니까.

코트 위 이런 '미친 존재감'은 간혹 선을 넘기도 했다.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판정엔 육두문자를 쏟아내고 돌출행동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경기 후 선물 상자를 받았는데 그 안에 찌그러진 캔과 편지가 한 장 들어있더라고요.'인생 이렇게 찌그러지게 살지 말라'라고 쓰여 있더라고요. 많은 생각이 들었죠."

그런 허재 선수를 수십 년 후에 대면했다.

숱한 세월이 흐르는 사이, 그는 온화한 아버지가 됐다.

승부욕으로 타오르던 눈빛 대신 농구하는 두 아들을 바라보는 꿀 떨어지는 눈빛,다시 농구 코트에 서고 싶은 해맑은 농구천재의 눈망울이었다.



"늘 부족함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 부족한 걸 더 채울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농구 코트 위에 다시 서고 싶어요."

농구팬들이 가장 기다리는 대한민국 최고의 농구선수, 코트 위를 호령하는 농구 대통령의 귀환이 기대된다.


◇ 이담의 뒷담; 뒷이야기를 담다

# 칠가이



'chill guy'라는 말이 요즘 유행이다.

chill(여유로운, 느긋한)이란 단어에 guy (남자, 사람)이 합쳐진 말로 말 그대로 느긋하고 쿨한 사람을 뜻한다.

농구 코트에서는 그리도 빠르고, 불같던 사람이 실제로 만나보니 그야말로 '칠 가이'였다.

인터뷰에서 혹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냐고 여쭤보니, "없는 것 같은데. 그냥 다 물어봐요!"라고 툭 대답했다.

여유롭고 편안한 미소와 함께.

그리고는 '허허허' 던지는 웃음…칠가이 그 자체였다.

# 핫가이

나의 이모는 허재가 10대일 때 같은 시대를 공유했던 10대였다.

허재 선수가 있었던 용산고와 이모가 다니던 선일여고는 남녀 농구 결승에 함께 오르곤 했단다.

그래서 서로 응원해주는 사이였다고 했다.

이모는 허재가 그 안에서도 단연 차원이 다른 선수였다고 기억했다.

그러면서 보석의 경기를 누구보다 일찍 관전할 수 있었던 것이 정말이지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1985년 허재 선수의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되던 시기.

그가 갑자기 삭발을 했다.

그의 삭발은 뉴스로 다뤄질 정도였다.

"충희 형 슛이 너무 잘 들어가서 슛 들어갈 때까지 머리 깎으려고요."

당시 인터뷰에서 허재 선수가 한 말이다.

이충희 선수의 슛, 순발력이 부러웠단다.

이기고 싶은 마음, 각오의 마음으로 삭발을 했다는 거다.



그의 기록은 말해 뭐하나…수많은 기록이 있지만, 가장 기억에 남은 건 바로 '준우승 MVP 수상'이다.

그가 부산 기아 소속이던 1997-98시즌, 대전 현대와의 경기에서 3승 4패로 팀이 준우승을 했다.

하지만 MVP는 허재 선수에게 쥐어졌다.

준우승팀 소속 선수가 MVP를 받은 건 전무후무한 일이다.

얼마나 대단했던 걸까.

감독으로서도 핫했다.

2011년 국가대표팀 감독 시절, 한 중국 기자가 "왜 중국 국기에 예의를 표시하지 않느냐"라고 질문을 하자 "뭔 소리야?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그래"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온 적이 있다.

욕설도 섞여 있었지만, 그 장면을 본 우리 국민들은 그저 시원하다며 박수를 쳤다.

요즘은 허당 아저씨로도 핫하다.

허재 감독은 이미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예능인으로 검증됐다.

워낙 재미도 있고, 편안하게 방송을 해서일까?

요즘 아이들에게 그는 '재밌는 허당 아저씨'로 인기다.



# 농구 대통령

허재 감독의 허당 매력을 보여주는 영상에 달렸던 댓글이 기억난다.

 "저 아저씨 TV에 웃기게 나와도 우리나라 농구 레전드 아저씨다. 그냥 레전드가 아니고 옛날엔 장난 아니었다."

그는 스스로를 승부욕이 아주 강한 사람이라 했다.

누구보다 뜨겁게 살아왔기에 이제는 열을 식히고 있는 것 같았다.

가만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보니 hot했던 스포츠맨 허재의 인생도 참 멋졌지만, chill한 지금의 허재라는 사람도 참 매력적이었다.


◇ 김 피디의 비하인드컷

"저 마음에 안 들면 일어나도 돼죠?"

TV에서 보던 그 사이다 발언이다.

불같은 성질이 이렇게 갑자기 나온다고?

'화 내는 건 세계 챔피언', '불낙이야'

허재 감독을 수식하는 말들이 스쳐 지나갔다.

이렇게 상남자처럼 시원시원했던 그의 첫인상이 바뀌나?

그런데 이담 아나운서랑 차를 놓고 마주 앉으니 막상 수줍은 감정이 들었던 것 같다.

"맞선 보는 거 같네요. 차를 놓고 앉아있으니까…하하"

'일어나도 돼죠'라고 묻던 그의 말은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보려는 농담이었다.

긴장된 마음을 내려놓고 앉은 부조정실, 다행히 즐겁게 컷팅이 넘어갔다.



# 승부욕 화신, 열정의 악바리

"MVP를 했어도 화가 났어요."

1997~1998년 플레이오프시즌, 준우승팀에서 MVP가 나온 건 허재 선수가 유일했다.

팀이 우승을 못 했다는 것에 화가 나서 상을 어디에 두었는지도 몰랐다고 한다.

승부욕 강했던 그 열정은 어디에서 온 것이었을까?

허재 : 진짜 열심히 했어요. 단체운동 끝난 후 남몰래 복습하는 식으로 많이 했어요. 타고난 재능도 있지만 연습을 안 하면 발휘도 못 하는 거예요. 승부욕이 너무 세서 욕먹었어요. 상대한테 지는 거를 너무 싫어하니까. 국제 대회 나가면 특히, 일본은 제 기억에 한 번도 져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악바리같이 끝까지 덤비는 그런 경기를 많이 해서 세다 소리를 들었죠. 지고는 못 산다, 그런 식으로 자존심으로 살았으니까 너무 힘들었죠.

그의 말은 단순한 자랑이 아니었다.

진정한 승부욕은 단지 승리에서 오는 기쁨이 아닌, 자신과의 싸움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밥 먹듯 농구를 해야 한다', '남들보다 2배로 해야 이길 수 있다'는 그의 철학은 지난한 시도를 멈추지 않았던 '열정의 악바리' 허재 선수의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의 끈질긴 노력과 열정은 수많은 기록을 남기며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특히 세계선수권 대회에서의 62점, 개인 최다 득점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타고난 선수인 줄 알았지만 그 뒤에는 수많은 노력의 시간들이 있었고, 그것이 레전드 오브 레전드 '농구 대통령'을 만든 것이었다.

나는 이렇게 믿는다. 인내천(忍耐天), 끈기와 인내가 결국 성공의 열쇠라는 것을!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 이야기를 담다, 그 후

코트 밖에서도 농구 인생은 현재진행형.

처음 촬영장에 들어섰을 때, 세트장이 꽤 생소하게 느껴졌습니다.

아기자기한 분위기의 공간에 테이블이 놓여 있었고, 처음 접하는 세트라 약간 어색한 느낌도 들었죠.

조명이 따뜻하게 비추는 아늑한 스튜디오에서 제 인생과 농구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게 처음엔 낯설었지만, 점점 대화가 이어질수록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인터뷰 형식이 독특해서 기억에 남는데, 예쁜 보석함에서 질문지 뽑는 '담담담 토크'가 다른 인터뷰 프로그램과는 다르게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우승한 경기와 개인 기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랜만에 선수 시절이 떠올랐어요.

농구 코트에서 뛰던 순간은 물론이고, 승리의 기쁨과 패배의 아쉬움이 교차했던 그 날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기분이었습니다.



특히 방송에서 정리해 보여준 기록을 보니 그 때의 순간들이 새삼스럽게 다가오더라고요.

농구가 제 인생에서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했는지 다시금 실감하게 됐습니다.

오랜 팬분들이 여전히 제 경기를 기억해 주고, 농구라는 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신다는 게 참 감사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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