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세계진출 시작됐다…현대로템 KTX-이음 기반 국산차량 수출

윤석열 대통령의 우즈베키스탄 국빈 방문을 계기로 14일(현지시간) 첫 해외 수출이 발표된 고속철도 차량은 국내 기술로 개발된 현대로템[064350]의 제품입니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현대로템과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윤 대통령과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이 임석한 가운데 이날 우즈베키스탄 철도청(UTY)이 발주한 2천700억원 규모의 '동력분산식 고속차량 공급 및 유지보수 사업'을 수주했습니다.

현대로템은 이번 계약에 따라 오는 2027년 시속 250㎞급 전기 동력분산식 고속철 총 6편성(1편성당 객차 7량)의 열차를 공급할 예정이다. 코레일은 현대로템과 공동으로 이들 열차의 유지보수를 맡습니다.

수출되는 고속철 차량은 1편성당 175ｍ 길이로, 좌석은 최대 389석입니다.

현대로템이 개발한 KTX-이음(EMU-260)에서 1편성당 객차 한 칸을 추가한 것이다. 좌석 등급은 VIP, 비즈니스, 일반 등 3가지로 구분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에는 처음으로 도입되는 동력분산식 열차입니다. 동력분산식은 동력장치가 전체 객차에 분산된 구조로, 동력장치가 있는 기관차와 없는 객차로 구성된 '동력집중식'보다 가·감속 능력이 뛰어나고 더 넓은 객실 공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현재 세계의 고속철 중 70% 이상이 동력분산식입니다.

현대로템은 "우즈베키스탄에서 현재 운행 중인 동력집중식 고속차량보다 높은 수송 효율과 운행 능력, 승객 안전성 등으로 교통 인프라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이번 고속철 차량은 우즈베키스탄 철도 환경에 맞춰 설계됐습니다. 1천520㎜의 광궤를 사용하는 만큼 한국의 표준궤(1천435㎜)보다 폭을 넓힌 광궤용 대차와 현지 전력에 호환되는 동력 장치를 적용합니다.

차량 내에는 승하차용 계단도 설치됩니다. 우즈베키스탄의 역사 플랫폼 높이가 200㎜로 낮은 점을 고려해서입니다. 또 사막 기후의 고온과 먼지 등에도 안정적인 성능과 쾌적한 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합니다.

고속철 차량은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부하라(590㎞) 구간과 개통 예정인 부하라∼히바(430㎞) 구간, 미스켄∼누쿠스(196㎞) 구간 등 총 1천216㎞에 달하는 노선에 투입될 예정입니다. 한반도의 약 2배 면적에 달하는 국토에서의 장거리 운행을 고려해 식당칸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수출되는 고속철 차량은 오는 2027년 4월 1편성이 처음으로 운행에 들어갑니다. 현대로템은 오는 9월부터 10개월간 차량 설계를, 16개월간 생산을 진행한 뒤 오는 2027년 9월까지 6편성을 모두 공급할 계획입니다. 각 열차는 운행 전에 운송(2개월)과 시운전(3개월) 절차를 거칩니다.

이번 공급 계약은 한국 고속철 역사의 시작점인 1992년 경부고속철도 건설 착수 32년 만에 이뤄졌습니다.

현대로템과 철도기술연구원 등 70여개 산학연 기관이 참여한 '350㎞/h급 한국형 고속차량 개발 프로젝트'가 마무리된 2002년부터 22년만, 현대로템이 이 프로젝트에 기반해 국내 기술로 만든 첫 KTX인 'KTX-산천'을 출고한 2008년 이후 16년 만의 성과입니다. 당시 한국은 세계에서 4번째로 고속철을 개발·상용화한 국가로 기록됐습니다.

국토부는 이번 수출 계약이 향후 중앙아시아는 물론 10조원 이상 규모로 추정되는 폴란드, 태국, 모로코 등 세계 고속철 차량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아울러 핵심부품인 전기 추동 장치를 비롯해 전체 부품의 87%가 국내 생산돼 128개 국내 중소 부품 공급사가 해외시장에 동반 진출하는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우리 기술로 만든 고속철 차량 첫 수출은 그간 축적된 우리 민간기업의 기술·노하우와 함께 정부, 공공기관이 한 팀이 돼 달성한 쾌거"라며 "이번 계약을 발판 삼아 고속철도 건설과 차량, 운영으로 이어지는 K-철도가 전 세계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민관 합동으로 이뤄낸 고속차량 국산화 성과가 해외에서도 우수성을 인정받게 돼 자랑스러우면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최근 국내 KTX-청룡 개통에 이어 우즈베키스탄에서도 국산 고속차량이 현지 시민들의 교통편의 개선에 기여할 수 있도록 사업 완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 이명진 기자 / pridehot@mk.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