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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민 언바운드랩데브 대표. 이승환 기자 |
"올해부터 2028년까지는 사람의 역량 중에서 지능이나 창의성보다 필요한 것이 시도(트라이앤드에러)입니다.
시도하는 역량이 유일하게 경쟁력을 갖는 3~4년이 될 것입니다.
"
조용민 언바운드랩데브 대표가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던진 마지막 메시지는 '시도'였다.
아직 인공지능(AI) 시대의 패권이 정해지지 않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가 지속되는 지금이야말로 시도로 기회를 잡아야 할 시기라는 뜻이다.
조 대표는 "똑똑한 사람도 시도하는 사람한테 뒤처질 것"이라며 주변 사람들이 아무리 반대해도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고 그 과정에서 교훈을 얻으라고 당부했다.
그가 이처럼 시도의 중요성을 강조할 수 있는 이유는 그의 인생 자체가 '시도'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액센추어, IBM,
삼성전자 등 유수의 기업에서 경력을 쌓았고 지난해에는 7년간 몸담았던 구글 상무 자리를 내려놓고 현재 벤처캐피털(VC) '언바운드랩데브'의 대표로 활동하며 AI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있다.
조 대표는 다양한 시도를 해온 이유에 대해 "더 큰 문제를 풀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가 말하는 자신의 전문 분야는 '문제 해결'이다.
조 대표가 이렇게 시도를 강조하는 배경에는 뒤처지는 AI 국가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자리해 있다.
그는 "대한민국의 AI 수준은 지금 6, 7위권로 떨어져 있다"며 "1, 2위가 안 되더라도 눈높이만이라도 1, 2위 수준의 사고 체계를 갖고 있어야 'AI 어시스티드(Assisted)' 나라가 되는 게 아니고 'AI 네이티브(Native)' 나라가 될 수 있다.
6, 7위권에 안주하면 결국 10위권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아직도 AI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이나 온프레미스 데이터로 기업에서 적용이 안 되는 이슈를 얘기하는 사람은 미국 샌프란시스코나 중국 항저우 같은 AI 선도 지역에 가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 것"이라며 "해결 안 되는 것은 없다.
한국이 세계에서 7위권 수준이기 때문에 그러한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 대표는 AI 산업을 제대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경계의 붕괴를 통한 협업'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진짜 문제를 해결하려면 경계가 없어야 한다"며 "큰 문제를 풀려면 굉장히 많은 시도와 접근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
덧붙여 "극도로 똑똑하거나 자신이 잘돼야 하는 간절한 사람일수록 (협업을 통해) 이타적이어야 됨을 깨닫게 된다"며 협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조 대표는 최근 대선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캠프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정치에도 뛰어들었는데, 이 역시 '경계의 붕괴'와 관련이 있다.
조 대표는 "처음 선대위원장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정치를 왜 하나'라는 의문이 있었는데, 이러한 경계를 갖고 있는 것 자체가 굉장히 올드한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서 일하며 여러 구설에 올랐지만, 그가 직접 정치에 나가 경계 없이 행동하며 얻어낸 실질적인 수익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조 대표는 기업과 개인이 AI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조언을 전했다.
우선 AI 기업들은 대규모언어모델(LLM)보다 응용 서비스 모델을 만드는 것을 더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K-LLM을 만들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것은 만들 만한 능력이 되는지도 의문이고 그렇게 중요하지도 않다"며 "AI 시대에는 그들의 오픈소스를 잘 활용해 서비스형 AI 기업들을 빠르게 만드는 것이 훨씬 더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반 기업 차원에서는 각 부서에서 가장 일을 잘하는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AI 에이전트를 도입하게 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처음에 잘하는 사람이 AI를 쓰지 않으면 좋지 않은 AI 결과물을 보고 AI의 중요성을 임원진이 무시하게 될 수 있다"며 "잘하고 있는 사람에게 AI를 우선적으로 쓰게 하면 '회사가 AI에 투자하겠다'라는 메시지를 전사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고 조언했다.
개인은 일상에서 AI를 어떻게 삶에 접목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하는 훈련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AI로 일상을 전환하고자 할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실수하는 게 관련 유튜브 채널이나 책을 보기만 하는 것"이라면서 "차라리 그 시간을 반으로 줄이고, 나머지 시간엔 이것을 일상생활에 어떻게 접목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을 하라"고 조언했다.
자신의 삶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AI 지식이라도 삶과 엮어보려는 훈련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안선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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