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을 앞둔 범용 D램 더블데이터레이트(DDR)4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구형 시스템을 운영 중인 기업들이 마지막 물량 확보에 나서면서 현물 시장 수요가 급증했고 이 여파는 올해 3분기 계약가 인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DDR4는 한때 PC와 서버 시장의 주력 메모리였지만 최근 수요는 '막차 탑승'을 노린 전략적 매입이 중심이다.


DDR4는 2014년부터 양산된 4세대 D램 규격으로 컴퓨터와 서버는 물론 산업용 장비 등 다양한 시스템에 탑재돼 왔다.

다음 세대 제품인 DDR5 등장 이후 세대 전환이 본격화됐지만 여전히 많은 장비가 DDR4 기반으로 운용되며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업체들이 DDR4 생산 종료를 공식화하면서 고객사들과 '라스트 타임 바이(Last-Time Buy)' 협상을 진행 중이다.

단종이 임박하자 구형 중앙처리장치(CPU) 기반 시스템을 사용하는 고객사들 수요가 일시에 몰렸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DDR4는 현재 D램 현물 시장에서 가장 가파른 가격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모듈형 제품은 단품 칩보다 인상 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 품목인 DDR4 1G×8 칩의 실시간 현물 거래가격은 6월 셋째주 기준 4.182달러로, 전 주 3.421달러 대비 22.2% 올랐다.


현물가 급등은 계약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물가는 실시간 시장 거래 가격이고, 계약가는 고객사와 메모리 업체 간 분기 단위로 정하는 가격이다.

일반적으로 현물가가 오르면 뒤따라 계약가도 인상된다.


트렌드포스는 2분기 서버용 DDR4 계약가가 전 분기보다 18~23%, PC용은 13~18% 인상됐다고 밝혔다.

3분기에도 서버용은 8~13%, PC용은 18~23% 추가 인상이 예상된다.


일부 해외 시장에서는 DDR4가 DDR5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사례도 포착되고 있다.

이는 삼성·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메모리 '빅3'가 모두 DDR4 생산 종료를 선언하며 공급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DDR4, 저전력 DDR4(LPDDR4)의 매출 비중을 2024년 30% 초반에서 2025년 한 자릿수로 줄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SK하이닉스도 DDR4와 LPDDR4 매출 비중을 지난해 20% 수준에서 올해 한 자릿수로 낮추겠다고 예고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연말까지 DDR4 생산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마이크론도 고객사들에 DDR4 D램 공급을 향후 2~3개 분기 안에 종료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CXMT조차 DDR4 생산을 축소하기로 했다.

주요 고객사들이 미국 관세 위험을 피해 선제적으로 재고를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가격 상승에 가세했다.

주요 메모리 기업들이 생산을 줄이면서 DDR4 시장 내 공급 부족 현상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반면 낸드플래시 시장은 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수입 메모리 밀수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퍼지면서 시장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졌고, 거래 심리가 위축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박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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