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매출에도 이익은 뒷걸음질…기아, 2분기 수익성 회복 ‘묘수’ 있나

1분기 매출 역대 최대에도
기저효과에 신차없어 부진
영업이익은 3조원 턱걸이

美관세 여파 5월부터 본격화
실적악화에도 가격인상 신중
미국 생산차종 현지 판매 확대

EV4
기아가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이 동시에 하락하는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게다가 2분기부터 미국 정부가 부과한 자동차 관세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는다.

앞으로의 실적은 지금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기아는 올해 1분기 매출액 28조175억원, 영업이익 3조86억원을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26조2130억원)보다 6.9% 증가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이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작년 1분기(3조4260억원)에 비해 12.2% 감소했다.

영업이익률 또한 지난해 1분기 13.1%에서 올해 1분기에는 10.7%로 2.4%포인트 하락했다.

1분기 글로벌 판매량은 77만2648대로 지난해 1분기(76만514대)에 비해 소폭 늘었고 이에 따라 시장점유율도 작년 4.7%에서 4.9%로 증가했다.


기아는 “관세 적용을 앞둔 미국 소비자들의 선구매 수요와 인도를 비롯한 신흥시장에서의 판매가 증가하면서 판매량이 소폭 늘어난 데다 하이브리드 등 고부가가치 차종이 많이 팔렸기 때문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아는 영업이익이 감소한 이유에 대해선 “지난해에는 수익성이 좋은 EV9 등 고급차 위주로 판매됐다면 올해 1분기는 대중적인 EV3, 경차 시로스 등을 출시해 이들 차종이 많이 판매됐다”며 “올해 미국 시장에서 특별한 신차 출시가 없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더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해야했던 것도 수익성이 약화된 이유”라고 밝혔다.


문제는 2분기 이후의 실적이다.

지난 3일 발효된 미국 정부의 자동차 관세 정책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기아는 “관세 인상에 대비해 재고를 쌓아두긴 했지만 재고를 조금만 가져가자는 게 회사 정책이다 보니 전 세계적으로 2개월 정도 분량의 재고만 남아 있다”며 “5월부터는 본격적으로 미국 관세의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아는 먼저 그동안 캐나다, 멕시코 등으로 수출하던 미국 조지아 공장 생산 물량을 오롯이 미국 내 수요를 위해서만 공급하기로 했다.

연간 30만대 수준이다.

가격 인상은 최대한 신중히 접근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가격 인상 대신 자동차 판매 시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인센티브를 차종·생산지별로 유연하게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분 일부를 기업이 떠안는 방식을 써서라도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겠다는 전략이다.


기아는 이를 통해 미국에서의 시장 점유율을 거꾸로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기아 관계자는 이날 실적 발표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기아는 충분한 체력(자금 여력)이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이번 위기를 오히려 브랜드 영향력을 키우는 기회로 삼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전략은 상반기 실적 발표 시점에 상세히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미 기아의 실적이 ‘피크아웃’한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선 유럽을 비롯한 국내외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함으로써 전체 수익성을 높이겠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국내 시장에서는 EV4, EV5 등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하고 하이브리드 모델을 활용한 판매 확대를 추진한다.

유럽에서는 EV4, EV5, PV5를 선보이며 전기차 라인업을 확장하고, 인도에서는 카렌스 상품성 개선 모델을 출시한다.


김승준 기아 재경본부장 전무는 “EV3 등은 수익성이 낮은 볼륨 모델이지만 판매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수익률이 높아지고 있고, 하이브리드 차종은 더 높은 수익성을 낼 수 있기 때문에 내년 판매량을 올해보다 30% 이상 높일 것”이라며 “2분기부터 영업이익률이 다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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