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K 히든챔피언 ◆
경기 화성시 소재 웨이비스 팹에서 질화갈륨 무선주파수 반도체를 제조하고 있다.

웨이비스


지난 2월 아랍에리미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중동 최대 규모 방위산업전시회(IDEX 2025)에서 '한국형 사드'(L-SAM)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LIG넥스원을 비롯한 국내 19개 업체가 참여해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이 무기체계 개발에 반도체 중소기업 웨이비스도 함께했다.


날아오는 적의 공격을 감지할 때와 적의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발사한 미사일이 스스로 이동 방향을 확인할 때는 레이더가 필요하다.

웨이비스는 레이더에 들어가는 질화갈륨(GaN) 무선주파수(RF) 반도체를 만든다.


GaN RF 반도체는 방산 목적으로 일부 선진국이 기술 개발을 주도한 터라 양산 기술을 보유한 업체가 손에 꼽힌다.

미국의 마컴과 코보, 일본의 스미토모 정도다.

웨이비스는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GaN RF 반도체 설계부터 양산하는 기술까지 갖췄다.



경기 화성 본사에서 만난 한민석 웨이비스 대표(사진)는 "반도체 산업은 막대한 시간과 자본이 요구되는 분야지만 기술 국산화를 사명으로 삼아 현재의 기술 수준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 출신인 한 대표는 GES와 한양이엔지 등을 거쳐 2022년부터 대표를 맡고 있다.


GaN RF는 기존 실리콘이나 갈륨비소를 대체하는 차세대 화합물 반도체다.

40㎓ 이상 대역에서도 잘 동작하고, 열을 덜 내면서 전력처리 성능이 높아 위성통신, 레이더, 5G·6G 고속통신 등에 사용된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첨단 무기체계, 위성, 우주항공 등 다양한 영역에서 GaN RF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 현재 4조원인 시장 규모가 2028년 7조5000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웨이비스는 국책사업을 수주하며 기술 기반을 다졌다.

2017년 기가레인에서 물적분할한 후 2020년 국방과학연구소의 'GaN RF 전력증폭 소자 공정 개발 사업' 종료 후 핵심 기술을 국산화했고, 반도체 칩 양산 팹을 보유하게 됐다.

2022년에는 방위사업청이 선정한 '방산혁신기업 100'에 올랐고, 지난해 10월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상장도 했다.



수년간 개발한 첨단 무기체계들이 지난해부터 양산에 돌입하며 가파른 매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294억원으로, 전년 대비 73%나 늘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여파로 전 세계적으로 군비 증강 경쟁이 가속화되는 것도 방산 중소기업에는 호재다.

한 대표는 "GaN RF 반도체는 무기체계의 핵심 부품 중 하나지만 미국, 유럽, 일본 등이 수출통제를 해 수급난이 벌어지기도 한다"며 "웨이비스는 수급이 어려운 국가들을 대상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웨이비스는 지난달 인도 방산업체와 공급 계약을 맺었고, 이스라엘과 튀르키예 진출도 앞두고 있다.


웨이비스는 현대전의 주력 무기로 부상한 드론을 통신위성으로 탐지해 무력화하는 '안티드론' 시스템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고 있다.

웨이비스는 안티드론 시스템의 핵심인 엑스밴드(X-band) 대역 주파수 반도체 칩 개발에 성공했다.

기술 완성도를 높여 연내 파운드리를 시작할 계획이다.


웨이비스는 지난해 코스닥 상장 전후로 연구개발(R&D) 인력 채용을 크게 늘렸다.

현재 직원 170명 중 70명 이상이 R&D 인력이다.

한 대표는 "GaN RF 반도체 분야는 실력 있는 엔지니어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홍익대, 경북대 등과 산학협력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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