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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잼버리 부실운영을 꼬집는 밈 [사진출처=SNS/ 편집=매경닷컴] |
2년 전 해외에서 조롱거리로 전락했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총체적 부실 운영에 빠진 원인이 하나둘 밝혀지고 있다.
10일 감사원이 발표한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추진 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가족부는 국회와 언론이 준비가 부족하고 대책이 미흡하다고 지적했지만 개선안을 마련하지 않았다.
시설 설치가 지연된다는 보고를 받고도 대책 마련을 검토하지 않았다.
폭염·배수·해충 문제에도 ‘대책이 있다’고 답할 뿐 현장 점검과 같은 개선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조직 구성원의 역량 부족으로 관리도 제대로 못했다.
당시 여가부 국장급 공무원 출신인 최창행 조직위 사무총장은 스카우트와 국제행사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이 부족했다.
숙영시설 설치 관리를 제대로 못 했고, 관련 예산이 있는데도 폭염 대비용 얼음 구매를 막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직장 내 갑질 문제로 여가부로부터 불이익 처분을 받고 불복 절차 중인 직원이 잼버리지원단에 배치되기도 했다.
‘나라 망신’이라는 소리까지 나왔던 화장실·샤워실 부족 문제도 여가부의 안일한 대응이 원인이 됐다고 감사원은 분석했다.
대회 개막 한 달 전인 2023년 7월 여가부 직원들은 화장실과 샤워장 배관 및 전기 이음 작업 공사가 진행 중이었는데도 장관에게 ‘최종 설치가 완료됐다’는 취지로 사실과 다르게 보고했다.
결국 참가자들은 화장실·샤워장 설치가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입영했다.
하지만 여가부는 관련 시설 설치를 완료했다는 보도자료를 내놨다.
여가부는 이에 “세계잼버리 대회 준비 중요성 인식 부족, 관리 감독 부실 등 감사원 감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고 밝혔다.
한편 세계스카우트 잼버리는 세계 최대 규모 청소년 축제다.
국내에서는 지난 2023년 8월1일부터 전북 새만금에서 12일간의 일정으로 개막했다
세계 158개국에서 온 청소년 4만3000여명이 참가한 이번 잼버리는 준비 부족과 부실 운영으로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됐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잼버리에 자녀를 보낸 영국 학부모들은 영국 스카우트 대표단에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며 “자녀들이 모기가 들끓는 곳에서 지내는 것은 물론 식량도 부족하고 화장실도 더럽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도 ‘한국 폭염 속 스카우트 행사 안전 우려 고조’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미국 버지니아주 출신 학부모 크리스틴 세이어스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텐트가 준비되지 않아 아들이 바닥에서 자야 했다”고 주장했다.
소셜미디어(SNS)에서도 새만금 잼버리는 조롱거리가 됐다.
해외 누리꾼들은 물에 잠긴 야영장과 폭염 대처 미흡 등 준비부족을 풍자하는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을 잇달아 올리고 있다.
무인도 탈출기를 그린 영화 ‘캐스트 어웨이’ 주인공이 야영장에서 표류하는 영상, 더위에 지친 백골이 의자에 앉아 쉬고 있는 모습, 물웅덩이에서 창궐한 모기와 더러운 화장실, 바가지 물가 등을 의미하는 밈이 게재됐다.
나라 망신 소리를 듣던 새만금 잼버리를 구한 것은 국가 이미지 실추를 걱정한 국민들과 기업들이다.
국민들은 운영 미숙으로 불편을 겪은
대원들에게 미안해하면서 자신들의 불편을 감수했다.
자원봉사자로 나서고 홍보대사 역할도 자처했다.
현대차,
기아, 삼성, LG, 롯데, 포스코, GS,
대한항공 등 기업들도 구원투수로 적극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개영식 직후 폭염에
대원들이 식수 부족과 인프라 미비로 어려움을 겪자 지난 4일부터 생수와 양산 각각 5만개씩을 전달했다.
참가자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심신회복버스와 모바일 오피스 등도 제공했다.
1인용 간이화장실 24개동도 설치하고 전문 청소인력으로 구성한 100명의 현장 인력도 투입했다.
삼성은 의료진과 간이화장실 등을 지원했다.
의료지원단은 삼성서울병원 의사 5명, 간호사 4명, 지원인력 2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됐다.
잼버리 참가자 대부분이 청소년인 점을 고려해 삼성 의료지원단에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등 소아 전문 인력이 포함됐다.
삼성은 응급의약품이 구비된 진료버스 1대와 구급차 1대도 함께 지원했다.
기업들은 태풍 카눈 때문에
대원들이 새만금에서 철수한 뒤에도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적극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소속 연수원 4곳을 네달란드, 필란드, 슬로베이나 등 6개국 1000여명에 달하는
대원들에게 4박5일 동안 제공했다.
삼성전자는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 참가 중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오픈 캠퍼스’ 사업장 견학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국민들과 기업들의 헌신과 지원은 글로벌 조롱대상이 된 새만금 잼버리를 구했다.
처음에는 새만금 상황을 ‘조롱 밈’으로 풍자하던 참가자들과 부모들의 참담했던 마음도 누그러졌다.
예정된 잼버리 체험을 하지 못한 아쉬움을 기업 견학과 한국 문화 체험, 케이팝 콘서트 등으로 달랬다.
한국에 다시 오지 않겠다던
대원들도 다시 오고 싶다고 할 정도로 만족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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