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유일하다는 ‘이 박물관’…게임이 유산으로 보존돼야 하는 이유

서울 구로구 구로동 지타워 넷마블게임박물관 입구. [사진 = 넷마블]
잠시 후 첫 번째 게임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게임사를 한눈에 파악하고 게임기를 조작할 수 있는 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게임을 단순 오락이 아닌 문화로 바라보고 그 가치를 기록하는 체험형 전시 공간이다.

시간을 내서 찾아갈 만하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는 넷마블게임박물관에서 추억 여행에 푹 빠져봤다.


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넷마블은 지난달 서울 구로구 구로동 지타워에 넷마블게임박물관을 개장한 기념으로 지난 8일 미디어 체험 초청 행사를 진행했다.


블리자드가 기증한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의 아서스 메네실 동상이 수문장처럼 자리를 지키고, 다양한 게임 속 캐릭터를 프린팅한 패널이 입구 벽면을 입체적으로 장식하고 있었다.

넷마블과 관련된 게임만을 전시한 홍보관이 아니라 세계의 게임을 다루는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가람 기자]
박물관 내부로 들어서니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의 주인공 성진우가 몬스터를 처치하고 있다가 방문객을 발견하고는 이곳에 어떻게 들어온 것인지 묻는다.

대형 스크린에는 여정에 함께하라는 내용이 적힌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게임 전반을 다루는 박물관다운 탐방 목적이었다.


박물관은 크게 게임 역사, 게임 세상, 게임 문화 등 세 가지 영역으로 분리된다.

공간면적이 300평(983.47㎡)에 육박해 쾌적하고 2100점이 넘는 소장품이 세월을 품은 채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넷마블이 지난 2022년부터 직원·시민들로부터 기증을 받거나 경매를 통해 사들인 소장품들이다.

교수와 개발자, 엔지니어 등 관계자들이 논의를 거쳐 역사적 가치가 높은 물건을 선별했다.


게임 역사에서는 국내·외 게임 산업의 발전사를 돌아볼 수 있었다.

선사시대의 사냥 활동에서 시작해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즐겼던 전략 경주 우르 왕의 게임 및 이집트에서 유행했던 윷놀이와 비슷한 세넷과 중세시대에 전술을 세우는 데 활용된 체스·바둑을 거쳐 현대의 온라인 게임에 이르기까지 인류와 게임의 밀접성을 상기시켜 줬다.


[사진 = 넷마블]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시대별로 주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전시해 게임이 발전하는 모습도 풀어냈다.

기기의 전면뿐만 아니라 후면까지 볼 수 있도록 배치된 보이는 수장고에서 희귀한 기기들의 디테일을 관찰할 수 있어서 뜻깊었다.


구체적으로 모니터와 컨트롤러로 구성된 최초의 비디오 게임인 ‘테니스포 투’(1958)와 최초의 오픈소스 컴퓨터 게임인 ‘스페이스 워!’(1962), 최초의 가정용 게임기 ‘오디세이’(1972). 최초의 상업용 아케이드 게임기 ‘컴퓨터 스페이스’(1973) 등이 전시실에 놓였다.

기자가 어릴 때 가지고 다녔던 초소형 게임기 다마고치도 눈에 띄었다.

닌텐도의 피카츄 에디션도 귀여웠다.


이외에도 육성시뮬레이션의 대명사인 ‘프린세스 메이커2’(1993), ‘팩맨’(1980), ‘소닉 더 헤지혹’(1991), ‘슈퍼마리오 올 스타즈’(1993), ‘말랑말랑 두뇌교실’(2005), 우리나라 최초 자체 개발한 삼성전자의 16비트 게임 ‘우주 거북선’(1992) 등 시대를 풍미했던 게임의 실물을 확인할 수 있다.

기자의 관심을 사로잡은 게임팩은 ‘라쿠라쿠미싱’(2000)이었다.

자수를 놓는 게임인데 재봉틀 회사와 협업으로 탄생했다.


[사진 = 넷마블]
게임 세상에서는 게임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배우고 게임과 관련된 직업군을 알아볼 수 있었다.

몇 가지 질문에 답변하면 성향에 맞는 직업을 추천해 주는데 기자는 기획자가 나왔다.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실무자 인터뷰, 박물관에서 관람한 내용을 복기할 수 있는 퀴즈, 게임에 삽입된 음악을 청음할 수 있는 사운드트랙도 추천한다.


글로벌 게임 속 한국인 캐릭터를 찾는 재미도 쏠쏠했다.

‘오버워치’의 디바,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의 트릭스터, ‘킹 오브 파이터’·‘아랑전설’의 김갑환, ‘철권’의 백두산·화랑, ‘리그오브레전드(LoL)’의 아리, ‘에이펙스 레전드’의 크립토 등이다.


기획전시는 ‘프레스 스타트, 한국 PC게임 스테이지’라는 주제로 열렸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우리나라 PC 게임의 흐름을 정리했다.

‘창세기전’, ‘임진록’, ‘바람의 나라’, ‘리니지’, ‘화이트데이’ 등 내로라하는 국산 게임이 유리관에 담겨 있었다.


동네 오락실 콘셉트로 조성된 게임 체험 공간 플레이 컬렉션. [이가람 기자]
박물관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옛날 동네 오락실이 연상되는 플레이 컬렉션이었다.

넷마블은 플레이 컬렉션을 ‘뽀빠이’, ‘퐁’, ‘제비우스’, ‘보글보글’, ‘슈퍼 마리오 컬렉션’ ‘스트리트 파이터’, ‘스노우 브라더스’, ‘왕중왕’ 등 옛날 아케이드 게임기로 가득 채웠다.

따로 제작한 기기가 아니라 당시의 실기를 수리해 그대로 설치했다.

오래된 기기인 만큼 고장이 잦지만 조작감 재현에 비중을 뒀다.


김성철 넷마블문화재단 대표는 “서울시의 산업박물관 프로젝트에서 넷마블이 게임 분야를 담당하기로 해 넷마블문화재단이 전시관을 설립한 뒤 운영하고 있다”며 “부모와 자녀가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과 세대별로 다른 반응이 게임의 가치를 다시금 깨닫게 해 준다”고 말했다.


이어 “첫 번째 기획전시를 한국의 PC게임으로 선정한 이유는 우리나라 게임산업이 PC게임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기획 과정에서 한국 게임의 자료와 연구가 부족하다는 점을 실감하게 돼 앞으로 보완할 예정이고 심층 프로그램과 도록을 준비하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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