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이 혼란스럽다지만 정작 더 큰 위기는 경제다.

탄핵정국에 매몰돼 관심을 두지 못했을 뿐이다.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원화가치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장차 회복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경제의 핵심은 생산이고, 생산의 3요소는 토지, 노동, 자본이다.

좀 더 와닿는 말로 바꾸면 부동산, 인재, 기업이다.

땅이야 어찌할 수 없으니 그렇다 치고, 인재와 기업은 한국을 떠나 해외로 물밀 듯이 빠져나가고 있다.

떠난 인재들은 한국에 돌아올 생각이 없다.

미국에 간 유학생들은 구글, 아마존 취업을 1순위로 친다.

국내에 남은 인재는 로스쿨과 의대에 올인한다.


기업들은 앞다퉈 해외에 공장을 짓는다.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에,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에. 중국 베트남 멕시코 등지에 나가 있는 공장들도 부지기수다.


개인 자본은 아파트 아니면 미국 주식에 투자한다.

오르는 것은 부동산과 해외 주식, 그리고 로스쿨과 의대 경쟁률뿐이다.


정치에 학을 뗀 많은 국민이 개헌을 이야기한다.

해묵은 87년 체제가 더 이상 현실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인재와 기업, 자본이 공동화하고 있는 대한민국 경제도 지금 헌법으로 괜찮은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헌법 제119조 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자유시장경제의 핵심을 38년 전에 이처럼 정확히 짚은 것이 놀랍다.

AI시대로 진전하고 있는 오늘날 더욱 눈길이 가는 대목이다.


우리는 이 소중한 헌법 조항을 갖고도 제대로 경제정책을 펴지 못했다.

유발 하라리는 저서 '사피엔스'에서 "과학은 경제적 동기로 발전했으며, 과학의 혁신 덕분에 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는 자유와 창의를 바탕으로 한 과학과 경제의 연결고리를 끊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우버를 막아섰고, 타다를 좌절시켰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이미 무인 우버가 성황인데도 말이다.

헌법 119조 1항만 잘 지켰어도 이토록 많은 인재와 기업들이 한국을 떠났을까 싶다.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 관련 재산권 조항도 있다.

제23조 2항,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

' 이 조항 때문에 자유와 창의를 제약하지 않았는지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자유시장경제는 재산권을 공공이 아니라 개인을 위해 행사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 "우리가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정육점 주인, 양조장 주인, 빵집 주인의 자비가 아니라 그들의 이익추구 성향 때문이다.

우리는 인간성이 아니라 이기심에 호소하는 것으로 사회 전체의 효용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썼다.

자유시장경제를 추구하는 한 개인과 기업이 자신의 재산을 공공을 위해 쓰도록 강제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국가는 각 경제주체들이 공공복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 자유롭게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해줘야 한다.

법이 금지한 것 말고는 뭐든지 허용되는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이 그런 것이다.


노동권에 관한 헌법 제32조 1항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 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한다'가 합당한지도 의문이다.

과도한 실업급여가 오히려 실업을 부추기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꺾었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규제는 자영업자들과 기업의 의욕을 떨어뜨렸다.

진정한 노동권은 임금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고 창의롭게 일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어야 한다.


경제도 개헌이 필요하다.

정치적 개헌 목소리가 한창인 지금이 새출발하기 좋은 타이밍이다.


[이진명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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