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세전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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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블랙스톤 본사 집무실에서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 중인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발 관세 악영향을 경고했다. 뉴욕 윤원섭 특파원 |
"미국 경제는 현재 잘 버티고 있다.
하지만 관세 불확실성에 소비자 심리가 크게 악화되면 결국 미국 경제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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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공동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븐 슈워츠먼 회장이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의 '부메랑 효과'를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의 관세 부과와 이에 대응하는 전 세계의 보복 조치 등으로 소비자 심리 불안이 커지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인터뷰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상호관세를 부과한 전날인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블랙스톤 본사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슈워츠먼 회장에게 미국 경제를 침체시킬 핵심 요인을 물어보자 관세발 소비자 심리 불안을 꼽았다.
그는 "소비자 심리 위축에 대한 통계들이 최근 나왔다"며 "소비자가 크게 불안해한다면 미국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소비는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한다.
슈워츠먼 회장은 트럼프발 관세에 따른 영향은 6개월 이후에 구체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국의 관세 부과 발표에 따라 실제 발효가 되면 관련 국가들과 협상이 진행되고 이후 발표된 관세도 바뀔 수 있다"며 "지금은 시나리오만 많을 뿐 관세의 완전한 영향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3~6개월이 지나야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슈워츠먼 회장은 월가에서 대표적인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로 꼽힌다.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규제 완화, 정부 크기 축소 등을 지지한다.
하지만 그는 트럼프발 관세에 대해선 경제 악영향을 우려했다.
그는 "경기 위축에 부합하는 많은 전망이 있지만 실제 미국 경제는 아직 그 점을 반영하지 않았다"면서 "관세를 걱정하는 소비자들이 물건 값이 오르기 전에 미리 사두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만일 관세 충격이 현실화해 소비자 지출이 크게 줄어든다면 바로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슈워츠먼 회장은 "소비자가 영향을 미치는 산업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그는 "미국 경제가 관세 불확실성에도 상대적으로 잘 견디고 있다"고 평가하며 현재와 같은 경제 상황이 이어진다면 올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예고한 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두 차례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슈워츠먼 회장은 한국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했다.
그는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를 맞은 한국에 대해 "한국 경제의 장기 건전성과 가능성을 굳게 믿고 있다"고 밝혔다.
슈워츠먼 회장은 "한국과 성공적인 장기 관계를 맺어온 외부인에게 한국 정치의 영향은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슈워츠먼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겨냥하는 중국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슈워츠먼 회장은 지난달 28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중국 고위 관계자들을 만난 결과 중국 경제가 과거 어려움에서 벗어나 재도약을 위한 '전환(pivot)'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 주석은 슈워츠먼 회장을 포함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라지 수브라마니암 페덱스 CEO 등 글로벌 최고경영자 40여 명과 회견했다.
슈워츠먼 회장은 "중국 정부는 경제 성장을 위해 민간 부문에 무게중심을 두는 대전환에 대해 언급했다"면서 "이것은 엄청난 변화"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중국 정부는 경제를 부양시키기 위해 상당한 재정적자를 감수하는 새로운 예산안을 밝혔고, 딥시크 영향으로 인해 중국 정부와 민간에서 모두 자신감이 높아진 것을 목격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에 일주일간 체류하면서 한 거의 모든 미팅에서 딥시크가 언급됐다"며 "중국은 일부 반도체 수입 제한 조치에도 미래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이것은 비즈니스 관점에서 중요할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특히 시 주석에 대해 "외국 기업의 투자 유치를 위한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매우 친기업인"이라고 평가했다.
슈워츠먼 회장은 미·중 갈등에 대해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이를 계기로 관세, 파나마 운하 항구 운영권 매각, 틱톡 소유권 이전 등 양국 주요 현안에 대한 일련의 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중 관계가 개선되는 것이 세계를 위해 좋다"며 "두 국가 간 대화를 기대할 만한 충분한 신호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슈워츠먼 회장은 유망 투자처에 대한 질문엔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데이터센터와 전력산업을 꼽았다.
슈워츠먼 회장은 "앞으로 5년 동안 데이터센터가 미국에서 1조달러(약 1500조원), 미국 밖에서 1조달러 등 총 2조달러 규모로 지어질 전망"이라며 "이 같은 투자는 아마 특정 분야 기준 역대 최대 수준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데이터센터가 엄청난 양의 전력을 소비하기 때문에 전력 부족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효율적인 반도체도 필요하지만 결국 전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전했다.
[뉴욕 윤원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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