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최종걸 저자의 '간다라에서 법성포까지 불상의 기원을 찾아서'

우리 불교의 역사를 찾아 2,000년 전으로 떠난 최종걸 기자의 쓴 순례기 ‘간다라에서 법성포까지 불상의 기원을 찾아서’가 출간됐습니다.

이 책은 그 여정에서 만난 불상과 불탑, 불교 성인(聖人)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오늘날의 파키스탄 등을 포함한 간다라 전역에 흩어져 있는 불상, 스투파(불탑), 유적지를 찾아다니면서 불상과 불탑의 기원, 변화와 전파 과정을 기자 특유의 감각으로 새롭게 풀어냈습니다. 또 지금은 이슬람교도가 주류지만 과거 찬란한 불교문화가 꽃피었던 파키스탄 현지인들에게 불교 유적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주면서 현지인들에게 많은 호응을 끌어낸 일화 등 풍성한 이야깃거리도 담았다. 불교사와 불교철학, 불교미술 등 조금 어렵고 딱딱할 수 있는 이야기를 쉽게 풀어낸 것도 이 책의 미덕입니다.

헬레니즘과 간다라 문화, 백제 불교의 만남
책에서는 ‘마라난타’ 스님과 우리 불교와의 인연이 특히 눈에 띕니다. 교과서에는 마라난타라는 승려가 백제에 불교를 전래했다고 짧게 소개되지만, 그것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 마라난타 스님과 우리 불교가 보통 인연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384년 중국 동진(東晉)에서 돛단배를 타고 백제로 향한 마라난타 스님 일행은, 폭풍우를 만나자 불두를 바다에 던져, 무사히 항해를 마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전설일 뿐일까? 영광에는 이를 기린 불갑사(佛甲寺)가 있다. 또 법성포 부근 진내리에는 바다를 건너온 불두가 있습니다.

이때 마라난타 스님은 간다라 문화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불상과 불탑 등 수많은 불교 관련 성물(聖物)을 함께 가지고 왔다고 전합니다. 백제 불교의 시작이자 간다라 문화가 한반도에 비로소 직접 인연을 맺은 것입니다. 마라난타는 지금의 파키스탄 페샤와르・스와트・탁실라 지역에서 태어나 석가모니 부처님 제자가 되었습니다. 이후 불법 포교의 대장정에 나선 인연이 백제 땅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백제에 단지 불법(佛法)뿐 아니라 동양과 서양 문화가 융합돼 화려하게 꽃핀 간다라 문화도 함께 전했습니다. 백제 침류왕은 마라난타 스님을 궁으로 모시고 왕사로 삼아 예우했다는 기록이 남았습니다.

교류와 화합의 길, 신실크로드
마라난타 스님이 백제, 오늘날의 전라남도 영광군 법성포에 첫발을 내디딘 지 1,638년 뒤, 한국과 파키스탄의 후손들은 마라난타 스님의 인연을 바탕으로, 다시 불교문화와 관련한 본격적인 상호교류를 시작합니다. 마라난타 스님으로부터 시작한 2,000년의 인연이 계속되는 것입니다.

2021년 10월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문화재청은 파키스탄 문화유산청과 문화유산 공적개발원조(ODA) 양해각서를 체결하였습니다. 대한민국이 파키스탄 북부지역 간다라 유적 정비·활용과 기록화 사업을 5년간 지원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는 대승불교와 불상 등 간다라 문화 문명을 백제에 전한 마라난타 스님의 모국 파키스탄과 대한민국 간 큰 의미를 담은 회향식입니다. 마라난타 스님이 불교와 불상이라는 불씨를 전한 1638년 만에 고향 땅에서 스님의 높은 업적을 되짚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긴 것입니다.

마라난타 스님은 실크로드를 따라 중국 절강성을 거쳐 영광 법성포로 왔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 한국의 지자체 관계자와 스님 등이 반대로 가는 길을 복원하였다. 저자는 되짚어가는 이 길을 신(新)실크로드라고 부르고 싶어합니다.

어느 종교·문화 역사에서도 수천 년이 흐른 후, 이처럼 끈을 놓지 않고 뿌리를 찾고 승화시키려는 시도는 없었습니다. 이 같은 노력과 열정이 문화와 종교 간 신실크로드를 여는 길이 될 것입니다. 언젠가 이 길이 영광 법성포에서 중국 절강성을 통해 파키스탄을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는 것이 저자의 바람입니다.

저자 최종걸은 1988년 《연합뉴스》에 입사, 뉴미디어 금융 증권 등 주로 경제 분야 기자로 재직하다가 자회사인 연합인포맥스 증권부장을 역임했습니다. 잠시 기업에서 근무하다가 다시 언론계로 돌아와 인터넷 신문 편집인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저서로 《천년 고찰 이야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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