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데 덮친' 영풍 석포제련소, 20건 넘는 환경·안전 제재 이어 '60일 조업정지' 현실화

영풍 석포제련소가 최근 2년간 당국으로부터 무려 20건이 넘는 환경·안전 관련 제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낙동강 등 공장 인근 지역 오염과 함께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사망 사고 등의 중대재해까지 터지면서 공장도 정상적으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영풍은 이를 개선하려는 의지조차 찾아보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법원은 오늘(28일) 열린 2심 재판에서 폐수 무단 방류로 석포제련소의 영업을 60일 중단하라는 경상북도의 행정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2021년 '10일 영업 중단'으로 그해 수백억 원의 적자를 본 적 있는 영풍으로서는 실적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업계에서는 영풍이 석포제련소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관련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영풍이 쌓아두고 있는 현금성 자산이 상당하다고 알려진 만큼 투자 여력도 충분하다는 평가입니다. 올해 3월 말 영풍의 현금성 자산은 2천650억 원에 달하는 상황. 빠르게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다른 금융자산까지 더하면 5천억 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영풍 석포제련소는 지난 2022년 이후 2년간 모두 22건의 제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과거부터 이어져 온 석포제련소의 환경·안전 리스크가 최근 들어 더 커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영풍이 국내 기간산업 중 하나인 비철금속 산업의 일부를 책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가 경제 차원에서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영풍의 올해 1분기 분기보고서에는 경상북도청의 조업정지 처분 제제까지 더해 총 23건의 제재가 공시돼 있습니다. 우선 환경오염 문제로 봉화군청과 경북도청, 대구지방환경청으로부터 지난 2022년 2월 이후 총 13건의 제재를 받았습니다. 정화·개선 명령 등에 따라 정화 활동을 시행하고 있거나 과태료 등을 지불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지난해 12월 이후 연이은 사망 사고로 고용노동부로부터 부분 작업중지 명령과 시정지시 명령 등의 제재를 받았습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까지 석 달 새에 잇따른 사고로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친 중대재해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영풍 석포제련소에서는 이미 지난 1990년대부터 끊임없이 사망 사고가 발생해 왔습니다. 지난 1997년 황산 탱크로리 전복 사고로 1명이 사망한 데 이어 2001년에는 카드뮴 중독으로 노동자 1명이 목숨을 잃었고, 이듬해에도 냉각탑 청소 중 1명이 추락사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중대재해 사고가 이어지면서 안전 관리를 소홀하다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여기에 지난해 말 급성 비소중독으로 노동자 1명이 사망한 데 이어 3개월 만에 또 한 노동자가 냉각탑 작업 중 석고 물질에 맞아 사망하는 사고가 나는 등 연이어 사망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영풍 석포제련소의 가동률은 크게 떨어졌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석포제련소의 공장 가동률은 지난해 80%에서 올해 1분기 65%로 낮아졌습니다.

문제는 앞으로 석포제련소의 운영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경상북도가 내린 2개월 조업정지 처분을 두고 벌어진 2심 재판에서 법원은 경상북도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1심과 동일한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앞서 1심에서 대구지법은 경상북도의 조업정지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영풍의 입장을 기각하면서 "이미 120일 처분에서 (90일로) 감경됐고, 물환경관리법 입법목적에 비춰봐도 공익에 비해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영풍은 앞서 2021년에도 물환경보전법 위반으로 10일 생산중단이라는 행정처분을 받았습니다. 당시 영풍은 생산중단으로 수백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영풍은 대법원 상고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확정 판결이 나면 2021년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조업정지 판결에 더해 대구고용노동청이 지난달 초 마무리한 석포제련소에 대한 산업안전 감독 결과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감독 결과 관련 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다는 점이 발각될 경우 제련소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석포제련소는 그동안 경상북도 봉화군과 인근 지역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주는 등 일정 부분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지만 안전불감증으로 도마위에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잇따른 사망 사고와 환경 오염으로 되레 지역 리스크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인근 지역 관계자는 "과거 석포제련소가 지역 발전에 기여했다는 점은 사실이지만 공장이 노후화하면서 문제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자산을 쌓아놓기만 하고 그나마 현금성 자산의 경우 경영권 분쟁에 쏟아붓고 있는데, 일단 본업을 정상화하는 게 우선"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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