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민 작가의 소설 『청춘극한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바이러스’는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치사율 100% ‘톡소 바이러스’가 주요 소재다. 배두나, 김윤석, 장기하 그리고 손석구까지 배우진이 화려하다.

[※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력도, 의욕도, 연애 세포도 바닥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번역가 ‘택선’(배두나). 두 번째 만남에 청혼까지 하는 모쏠 연구원 ‘수필’(손석구)과의 만남 다음 날, 갑자기 세상이 온통 핑크빛으로 물든다. 괜스레 웃음이 나고, 거들떠보지도 않던 화려한 원피스에 눈이 가고, 매일 같이 울리던 동창 ‘연우’(장기하)의 자동차 영업 문자도 사랑스럽다. 그렇게 만난 연우와 택선. 시승 차로 바다에 가자고 조르는 택선의 눈빛이 어딘가 이상하지만 연우는 차를 팔겠다는 일념으로 함께 바다로 간다. 다음날 방역을 하러 온 연구소를 통해 자신이 치사율 100%의 톡소 바이러스에 노출됐다는 사실과 함께, 수필의 사망 소식을 접한 택선은 유일하게 치료제를 만들 수 있다는 연구원 ‘이균’(김윤석)과 만나게 된다.
봉준호부터 워쇼스키 자매, 잭 스나이더, 고레에다 히로카즈까지 세계적인 감독들의 러브콜을 받는 연기파 배우 배두나가 감염자 ‘택선’ 역을 맡아 간만에 사랑스러운 매력이 가득한 캐릭터로 통통 튀는 러브 시너지를 보여준다. 소심하고 무기력하고 웃음기 없는 모습부터 사랑과 열정이 가득한 에너지 넘치는 모습까지 극과 극을 달리는 택선의 감정 변화를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2022년 ‘구씨앓이’를 일으킨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와 빌런으로 출연한 천만 영화 ‘범죄도시2’를 통해 대체 불가한 존재감을 보여준 손석구가 너드미를 장착한 모쏠 연구원 ‘수필’ 역을 맡아 이제껏 보여준 적 없는 엉뚱한 매력을 발산한다. 장르물부터 시대물까지 변화무쌍한 캐릭터를 완벽 소화해 온 베테랑 배우 김윤석이 ‘톡소 바이러스’를 세계 최초 발견한 무뚝뚝한 교수 ‘이균’ 역을 흡입력 있게 그려낸다. 여기에 싱어송라이터에서 영화 음악감독, 그리고 연기까지 스펙트럼을 확장한 장기하가 택선의 초등학교 동창 ‘연우’ 역을 맡아 본격 배우 데뷔를 마쳤고, 여기에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3회에 빛나는 관록의 배우 문성근부터 최근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에서 강렬한 연기로 전 국민을 울린 염혜란까지 대한민국 대표 배우들이 의기투합했다.
시나리오 자문부터 프로덕션 디자인, 로케이션, 세트 제작, 실험 장면의 배우 연기 디렉션에 이르기까지 여러 과학 분야 전문가들과 긴밀하게 협업한 디테일이 돋보인다. ‘장화, 홍련’ ‘왕의 남자’ ‘괴물’ ‘관상’ ‘국제시장’ 등을 작업해온 이병우 음악감독이 영화의 OST를 맡아 캐릭터의 감정을 섬세한 선율의 스코어로 담아냈다. 영화 속 강렬한 임팩트를 선사하는 핑크색 보호복은 ‘올드보이’와 ‘타짜’부터 ‘아가씨’ ‘택시운전사’ ‘파묘’를 비롯 ‘신과함께’ ‘오징어 게임’ 시리즈 등에 참여한 조상경 의상감독의 아이디어다.
연애와 결혼을 둘러싼 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백하고 리얼하게 그려낸 ‘사과’로 데뷔, 보호관찰 중인 범죄소년과 문제적 엄마의 만남, 그리고 그들의 숨겨진 진실을 충격적으로 담아낸 ‘범죄소년’을 통해 평단의 주목을 받은 강이관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초반의 통통 튀는 극의 리듬감이 뒤로 갈수록 루즈해지는 건 아쉽다. 러닝타임 98분.
[ 최재민 사진 더램프㈜]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81호(25.05.2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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