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 매일경제TV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AEG(Anschutz Entertainment Group)의 복합문화시설과 공연장 일대를 직접 방문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공간 전략을 취재했습니다. 현장에서 확인한 AEG의 수익 모델과 도시 설계 방식은 단순한 공연 기획을 넘어 '경험을 수익화하는 오프라인 플랫폼'의 본질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AEG가 어떻게 공간을 브랜드화하고, 글로벌 시장을 점유하는지를 조망합니다.
◇ "'티켓' 아닌 '순간'을 판다"…감정과 경험 설계
지난 2023년 테일러 스위프트의 '에라스 투어'는 전 세계 음악 시장의 패러다임을 다시 썼습니다.
총 수익 10억 달러를 돌파한 이 투어는 각 도시의 항공, 숙박, 유통 소비까지 동반 상승시키며 '테일러노믹스'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총괄한 곳은 글로벌 공연 기획사 AEG의 자회사 AEG 프레젠츠와 메시나 투어링 그룹입니다.
AEG는 단순한 공연 주최 기업이 아닙니다.
이들은 공연장 운영, 스포츠 구단 보유, 음악 페스티벌 기획, 도시 인프라 구축까지 아우르는 '오프라인 기반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해왔습니다.
공연을 기획하는 동시에 공간과 경험, 도시의 브랜딩까지 설계한다는 점에서 AEG의 비즈니스는 독보적입니다.
◇ 도시 경제를 움직이는 공연장
AEG는 현재 전 세계 100개 이상의 공연장과 경기장을 직접 소유하거나 운영하고 있습니다.
코첼라(Coachella) 페스티벌, 런던 O2 아레나, LA의 크립토닷컴 아레나(Crypto.com Arena, 구 스테이플스 센터)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들 공간은 연장은 단순한 이벤트 공간을 넘어 도시 경제의 엔진 역할을 합니다.
공연 한 건이 만들어내는 경제적 파급력은 티켓 수익에 그치지 않습니다.
항공·숙박·식음료·기념품 등 2차 소비는 물론, 도시 자체의 관광 수요 증가로 이어지며 '콘텐츠 기반의 지역경제 활성화 모델'이 되고 있습니다.
영국 옥스포드 대학교의 2021년도 연구에 따르면 외지 관객이 콘서트에 참석할 경우, 티켓 가격 외에도 평균 334.92달러를 추가로 지출해 지역 경제에 총 434.92달러의 영향을 미친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AEG는 이 모든 과정을 직접 설계하고 관리합니다.
기획부터 티켓 유통, 공간 운영, 브랜드 협업, 관광 연계까지 이어지는 복합 수익 구조는 AEG만의 강력한 경쟁력입니다.
◇ 팬데믹 이후 오프라인은 더 강력해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콘텐츠 산업은 빠르게 디지털로 전환됐지만 라이브 공연 시장은 오히려 폭발적인 반등을 보였습니다.
글로벌 투어 수익은 2023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2023년 전 세계 상위 100개 투어의 총 수익은 91억 7천만 달러로 이전 최고치였던 2022년 대비 약 50% 증가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2022년 글로벌 라이브 음악 시장이 전년 대비 85% 성장해 팬데믹 이전 수준의 94%까지 회복했다고 보고했습니다.
AEG는 이 같은 흐름에 대해 "우리는 관객들에게 티켓을 파는 것이 아니라 잊지 못할 '순간'을 판다(We sell moments)"고 설명합니다.
진정한 수익은 물리적 좌석 판매가 아니라 현장에서 관객이 경험하는 감정과 몰입에 있다는 것입니다.
◇ 글로벌 엔터 산업의 정점에 선 AEG
글로벌 라이브엔터테인먼트 시장은 2023년 약 35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며 향후 5년간 연평균 7~8%의 성장률이 예상됩니다.
AEG와 라이브네이션(Live Nation)이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꼽히는데, 이 중 AEG는 경험 중심 오프라인 전략에 특화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AEG는 자산의 대부분을 미국과 유럽의 핵심 도시에 집중 투자하며, 공연과 도시 브랜드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공연장은 단기 수익을 위한 장소가 아니라, 브랜드와 정체성을 담아내는 장기 자산으로 자리 잡습니다.
◇ 감정의 플랫폼이 된 '공간'
AEG는 물리적 공간을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브랜드의 감각을 체험하게 하는 핵심 자산으로 바꿔놨습니다.
공연장 하나가 도시의 상징이 되고, 하나의 페스티벌이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는 방식은 이제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공간'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다만, 그 안에 무엇을 담고, 어떤 감정을 설계하느냐가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AEG는 오프라인 산업의 한계를 넘어서 감정과 몰입을 수익화하는 '경험 경제'의 최전선에 서 있습니다.
AEG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최신 동향에 대한 보다 자세한 분석과 통찰은 매일경제TV가 선보이는 프리미엄 콘텐츠 플랫폼 『CEO인사이트』 제 13호 '점유의 시대: 시간, 공간, 플랫폼을 선점하라'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김하영 기자 / kim.hayoung@mktv.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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