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인사이트] 희야를 사랑한 남자…이야기를 담다 비하인드 - 가수 이승철 편



▣ 편집자주 = 매일경제TV 프리미엄 콘텐츠 플랫폼 ‘CEO인사이트’ 13호에서는 인터뷰 프로그램 <이야기를 담다>의 제작진이 공개한 촬영 후일담이 담겼습니다. <이야기를 담다> 비하인드는 김원경 PD(‘김 피디의 비하인드 컷’)와 아나운서 이담(‘이담의 뒷담; 뒷이야기를 담다’), 김수진 작가(‘김 작가의 크레딧 쿠키’) 등 제작진과 출연들이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촬영장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담다> 비하인드는‘CEO인사이트’를 통해 격주 단위로 공개됩니다. <이야기를 담다>는 매주 목요일 저녁 6시 30분에 매일경제TV와 유튜브를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다음은 <이야기를 담다> 비하인드 가수 이승철 편 전문.

수많은 히트곡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아온 ‘라이브의 황제’ 이승철은, 시대를 아우르는 음악으로 한국 가요사를 이끌어온 국민 가수다.

특유의 감성적인 보컬과 폭발적인 라이브 실력으로 무대를 빛내온 그는, 100회 연속 콘서트와 월드투어까지 준비하며 여전히 뜨거운 열정을 이어가고 있다.


◇ 김수진 작가의 크레딧 쿠키 - 이승철의 첫사랑


초두효과라는 심리용어가 있다.

먼저 제시된 정보가 나중에 들어온 정보보다 더욱 강력하게 뇌에 영향을 준다는 이론이다.

사랑의 감정을 처음으로 느끼게 해준 이성, 즉 첫사랑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 이유가 바로 초두효과 때문이다.

가수 이승철의 첫사랑은 ‘희야’일 거라고 확신했다.

그것도 흔한 첫사랑이 아닌 가슴 사무치는, 눈물 솟구치는 아픈 첫 사랑일거라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희야를 목청껏 부르는 목소리가 저리 애달플 수 있으랴!

도대체 ‘희야’는 어떤 이성이기에 한번 쯤 돌아볼 만도 하건만, 뒤도 안 돌아보고 그를 떠나갔을까? 라며 함께 아파했다.



이승철이 ‘희야’ 하고 노래하면 떠난 희야는 돌아오지 않고 모든 여학생은 자신이 희야가 되어 TV 앞으로 몰려들었다.

그 때 가수 이승철의 나이는 고작 열아홉이었다.

“감히 생각도 못 했어요. 대박이 날 거라고는, 조용필 선배님의 ‘비련’의 도입부 ‘기도하는’ 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기도하는~’하면 ‘오빠~’ 하면서 소리를 지르잖아요. 그래서 희야부터 가자! 한거죠.”

‘희야’ 이후 총 10장의 솔로 앨범이 발표됐고,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오늘도 난’ 등 수없이 많은 메가 히트곡이 탄생했지만 이승철 최애곡은 역시 ‘희야’다.

“희야가 있었기에 오늘의 제가 있었던 것 같아요. 제 음악 인생에 없어서는 안 될 마치 열쇠 같은 노래 제 인생의 문을 여는 그런 열쇠 같은 노래죠. 아직도 공연하면 희야를 이기는 신곡은 없어요.”

열아홉 이승철에겐 ‘데뷔곡’ 희야가 첫사랑이었고, 우리에겐 ‘희야’를 외치던 가수 이승철이 첫사랑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절대 잊을 수 없다.


◇ 김원경 피디의 비하인드컷 - 마음길을 열어주는 마법사


이담 아나운서가 독감에 걸렸다.

하필 이승철 녹화 때 목소리가 나오질 않는다고 연락이 왔다.

MBN 8시 뉴스의 얼굴이었던 차유나 아나운서가 구원투수로 나섰다.

신뢰감 있는 굵은 톤이 매력적인 아나운서였다.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오전 내내 괜스레 왔다 갔다만 했다.

다행히 첫 질문부터 차유나의 재치가 빛났고, 이승철도 유머러스하게 화답했다.

둘의 찰떡 호흡은 녹화 내내 이어졌다.

카메라 안팎의 모든 이들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각 분야의 프로를 모시고 내가 괜한 걱정을 했구나. 편집하면서도 내내 웃는다.



#램프의 요정이 된 가왕

노래 부르는 분들이 나오면 사전 리허설을 한다.

MR도 미리 준비하고 마이크 테스트도 하며 기술 스텝들은 괜히 긴장 아닌 긴장을 하게 된다.

음악방송을 할 수 있는 음향 시스템도 갖추지 못했고, 간혹 리허설 과정에서 난색을 표하는 아티스트들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왕’ 이승철의 노래는 놓칠 수 없기에, 녹화 전에 조심스럽게 묻는다.

“어떤 노래 불러주실 건가요?”

“뭐 이야기하면서 하죠. 뭐든 말해요.”

이런 여유로운 대답은 처음이라 미소가 지어졌다.

차유나 아나운서에게 신청곡을 맡기고 녹화를 시작한다.

“네버엔딩 스토리를 좋아합니다.”라는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승철의 노래가 시작됐다.

“그리워하면 언젠간 만나게 되는∼”

차유나 아나운서를 감미롭게 바라보며 그 힘든 노래를 편하게 부른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입을 벌리고 벅차오르는 가슴을 손으로 쓸어내린다.



순간 마음길이 열린다.

지나간 시간 속 아련한 첫사랑처럼, 엇갈린 인연의 그리움을 노래가 깨워낸다.

<이야기를 담다>제작진은 거의 여성이다.

그들의 마음속에 자연스레 감정이 스며든다.

스튜디오와 부조정실 모두에서 탄성이 터져 나온다.

리허설도, MR도 없이 그는 계속해서 노래를 선물한다.

35년 만에 불러본다는 ‘마지막 나의 모습’ 이란 노래까지, 인기가 없었다던 그 노래에 오히려 더 깊이 빠져든다.

그에게는 그런 마력이 있다.

‘가왕’이란 이름이 증명하듯. 그의 목소리는 마법을 부린다.

마치 지니처럼 소원하는 노래를 모두 들려주니, 이런 호사가 또 있을까.

환청이 들리는 듯하다.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 내게만 말해봐. 난 너의 Genie야. 꿈이야 Genie야’


# 제주도에서 태어난 ‘소녀시대’

그룹 ‘소녀시대’와의 에피소드를 꺼내고 있다.

이수만의 연락을 받고 소녀시대 그룹명과 곡 리메이크를 수락한 이승철은 ‘소녀시대’ 첫 무대에 기타를 메고 코러스까지 참여했다고 한다.

소녀시대는 그 한 번의 무대로 이승철 콘서트의 게스트로 여러 번 품앗이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록과 발라드만 부르던 이승철은 어떻게 ‘소녀시대’란 댄스곡을 부르게 된 것일까?

이승철 : 제주도에 화보 촬영을 하러 갔었어요. 어느 벤치에서 아저씨 같은 남자친구랑 정말 소녀 같은 여자친구가 말싸움하고 있는 거예요. 차 타고 지나가면서 보는데 거기서 영감을 받아서 쓴 곡이에요. 아저씨는 일방적으로 야단치고 여자친구는 일방적으로 듣고 있는 모습에서….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
수줍어서 말도 못 하고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
스쳐 가는 얘기뿐인걸
-소녀시대 中

그는 자연스러움에서 히트곡이 나왔다고 말한다.

“억지로 쓰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쓴 곡이 듣는 이들에게 훨씬 더 잘 공감돼요.”

스쳐 지나가는 일상에서 나온 노래는 일상을 버티는 힘이 되어 다가온다.

그 날, 이승철은 소원을 들어주는 지니였다가, 마음길을 열어주는 시인이었다가, 시간을 견디게 해주는 노래의 주인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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