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헤알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브라질 채권 투자자들이 다시 한번 불안감에 떨고 있다.
환차손에 따른 투자 손실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브라질 채권은 비과세 혜택 때문에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많은 인기를 모았지만 환차손 등의 영향으로 2018년, 2020년에 이어 다시 한번 투자자들의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1헤알당 233.85원으로 지난 1월 16일 273.46원에 비해 15%가량 하락했다.
달러화에 비해 헤알화의 가치 하락이 더 가파르다.
블룸버그 등 외신들도 헤알화가 달러화 대비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1달러는 6.0142헤알로 연초 5헤알과 비교하면 20%가량 평가절하됐다.
블룸버그는 브라질 정부의 공공지출 절감 노력이 부족하고 이로 인한 재정적자와 인플레이션 우려가 헤알화 약세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후 국민 생활 여건 개선을 추진하며 공공지출을 대대적으로 늘려왔다.
스위스 에드몽 드 로스차일드의 파트리시아 우르바노 펀드매니저는 "브라질 자산 전반에 걸쳐 위험 인식이 심화하고 있다"며 "최근 현지 자산 매도세가 커졌고 불확실성 수준을 고려하면 이 같은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헤알화 약세에 따라 브라질 채권 투자자들의 시름도 커지고 있다.
브라질 국채는 이자수익이 비과세되는 장점이 있어 개인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상품이다.
헤알화 또는 미 달러로 투자할 수 있다.
달러로 투자하면 헤알화 변동 리스크를 방어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은 편이다.
현재 만기가 3년가량 남은 달러 표시 브라질 국채의 세전 환산금리는 4.7%로 만기가 4년 남은 브라질 국채 이표채 금리가 13%인 점을 감안하면 낮다.
현재 브라질 국채 수익률은 대부분 13%대에 형성돼 있다.
표면금리는 10%다.
신용등급이 BB등급이라 고위험 채권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채권에 비해 수익률이 2배가량 높은 점도 인기 요인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한국인이 투자한 브라질 채권 보관 금액은 11월 말 기준 2억6374만달러(약 3692억원)에 달한다.
2023년 2억3853만달러에 비해 늘어났다.
신
흥국 채권 중에서 브라질 채권이 유독 인기 있는 것은 브라질과의 조세협약에 따라 이자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자소득은 2000만원이 넘어가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이 경우 15~45%(지방소득세 별도)에 해당하는 누진소득과세 대상이 된다.
은퇴자는 건강보험 피부양자 탈락의 문제도 있기 때문에 이자 비과세가 되는 브라질 채권에 투자하는 수요가 많았다.
특히 헤알화가 안정된 흐름을 보이던 작년 하반기에 투자가 늘었다.
그러나 높은 채권금리에도 헤알화 가치가 연초에 비해 15% 이상 떨어지면서 환차손 등에 따른 순손실을 보게 됐다.
채권 표면금액의 1%가량 되는 매매수수료와 환전수수료까지 감안하면 실제 손실은 더 커질 수 있다.
또한 브라질 국채 수익률이 계속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어 만기까지 가져가지 않고 매도하면 손실이 더 커질 전망이다.
지난 9월 브라질 통화정책회의에서 25bp(1bp=0.01%포인트) 인상으로 동결에서 인상 기조로 전환된 이후 이번 11월 회의에서도 50bp가 올랐다.
[김제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