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연일 멕시코를 두드리며 맹공을 펼치고 있다.

최근 관세 무기화 가능성에 이어 이번엔 정상 간 통화에서 멕시코가 불법 이민자 차단을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멕시코 대통령은 이를 부인했지만 취임 전부터 자신의 의제를 당사국들에 관철시키기 위한 트럼프 당선인의 언어 공격이 불을 뿜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27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 계정에서 "막 멕시코의 새 대통령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파르도와 훌륭한 대화를 했다"며 "그는 멕시코를 통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불법) 이민을 중단시키고, 우리의 남부 국경을 실질적으로 폐쇄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미국으로의 대규모 마약 유입을 중단시키고, 미국인의 마약 소비를 막기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도 논의했다"며 "생산적 대화였다"고 적었다.

그는 또 "멕시코는 사람들이 우리의 남부 국경으로 오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셰인바움 대통령도 같은 날 엑스(X·옛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훌륭한 대화를 나눴다"는 글과 함께 후안 라몬 데라 푸엔테 외교장관과 테이블에 앉아 웃으며 통화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게시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우리는 이주 현상에 대한 멕시코 전략에 대해 논의했고, 멕시코 내부에 카라반(대규모 이민자 행렬)이 머물고 있기 때문에 북쪽 국경에 도착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공유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펜타닐 남용을 막기 위해 멕시코에서 진행하는 캠페인도 이야기했다고 부연했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이 멕시코가 국경 폐쇄에 동의했다고 밝힌 이후 셰인바움 대통령은 반박 글을 올렸다.

그는 "인권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이민 문제에 접근하려는 멕시코의 전략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한 것"이라며 "국경을 폐쇄하는 게 아니라 국가 간, 국민 간에 가교를 놓자는 것이 멕시코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내년 1월 20일 취임 당일에 중국에 추가 관세에 더해 10%의 관세를 더 부과하고,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각각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지난 25일 밝혔다.

그러면서 치명적인 마약인 펜타닐 문제를 거론하며 "이 관세는 특히 펜타닐 등 마약과 불법 외국인의 미국 침략이 멈출 때까지 유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한 데 이어 이틀 만에 멕시코 정상과도 소통했다.

미국 대선 이후 셰인바움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과 통화한 것은 지난 7일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멕시코 정부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25% 부과에 맞대응하겠다고 밝힌 동시에 대화를 통한 해결책도 찾고 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앞서 이날 아침 정례 기자회견에서 "외교장관이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과 접촉하고 있다"며 "적어도 (트럼프 당선인 취임일인) 내년 1월 20일 이전에 우리 정부 대표단과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이 만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날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경제장관은 현지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진정 원하는 것은 실제로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협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정말로 관세를 매기고 싶었다면 취임 두 달 전에 미리 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마약 문제에서는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이 요구한 펜타닐 밀매 근절은 어려운 과제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짚었다.


멕시코 정부는 미국 지원을 받아 카르텔을 소탕하기 위해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 채 자국 내 폭력 사태로 이어졌다고 WSJ는 전했다.


[김덕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