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2기 집권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과 영국의 전방위 지원으로 러시아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자극을 받은 서방 진영이 우크라이나에 걸었던 미사일 빗장을 풀면서 '러시아 본토 공습'이라는 새로운 양상이 펼쳐지고 있는 것. 조기 종전을 약속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에 앞서 최대한 서방 지원 화력을 동원해 대러 전선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우크라이나가 영국에서 지원받은 공대지 순항 미사일 스톰섀도로 이날 러시아 본토를 처음으로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당국자는 영국 정부가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대응으로 스톰섀도 사용을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의 사용 제한을 해제한 데 이어 영국도 스톰섀도의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가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러시아 군사 블로거를 인용해 이날 북한군이 파병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 마리노 마을에서 스톰섀도의 파편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한 소식통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서방 당국자들의 비공식 대화에서 스톰섀도 사용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군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매우 합리적일 것으로 평가됐다"고 강조했다.


가디언은 "스톰섀도가 마리노 마을의 군 지휘 본부로 추정되는 목표물을 타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목표물은 북한군과 러시아군 장교들이 사용하는 시설"이라고 전했다.

미러는 북한군과 러시아군 지휘관들이 은신해 있는 쿠르스크의 시설을 타격하기 위해 스톰섀도가 이용됐다고 우크라이나 군사 매체 디펜스 익스프레스를 인용해 보도했다.


영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의 스톰섀도 이용에 대해 미국과 유사한 '묵인' 형태로 동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은 이날 하원 연설에서 "전장에서 우크라이나의 행동이 그 자체를 말해주는 것"이라면서 스톰섀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으로 개발한 스톰섀도(프랑스명 스칼프)는 전투기에서 지상 목표물을 공격하는 공대지 순항 미사일로 작전 반경은 250㎞다.

또 스텔스 기능을 갖춰 적의 레이더에 탐지되기 어렵다.


우크라이나군이 에이태큼스와 스톰섀도를 이용해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자,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를 향한 공격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21일 오전 러시아군이 자국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군 당국은 해당 미사일이 카스피해 인근 도시 아스트라한 지역에서 발사됐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측이 함께 발사한 Kh-101 순항 미사일 6발을 격추했다고도 전했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아울러 미국 정부가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우크라이나에 대인지뢰를 지원하기로 했다는 언론 보도를 확인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 정부에 비지속성 대인지뢰를 공급한다는 사실을 확인해줄 수 있다"고 밝혔다.

전날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행정부가 기존 정책을 뒤집고 우크라이나에 대인지뢰를 지원한다고 전했다.


라오스를 방문 중인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도 대인지뢰 공급을 확인했다.

오스틴 장관은 이날 "러시아가 전차 등 기계화 부대를 앞세운 전쟁 초기와 달리 보병 부대 진격 작전으로 전술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임기가 두 달밖에 남지 않은 바이든 대통령은 미사일 용도 제한 해제와 더불어 자금 지원에서도 전례 없는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로이터는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채무 47억달러(약 6조 5730억원)에 대한 탕감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무부는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부채를 면제하는 것이 우크라이나가 승리하도록 돕는 것이고, 파트너국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탕감 조치는 의회의 문턱을 넘어야 한다.

공화당 의원들은 반대 결의안을 추진 중이다.


한편 이날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 주재 미국대사관을 비롯해 스페인·이탈리아·그리스대사관 운영을 중지시킨 러시아의 대규모 미사일 공격 소문에 대해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러시아의 심리전이라고 밝혔지만, 이번 러시아 ICBM 발사와의 연관성이 의심되고 있다.

러시아가 ICBM을 발사한 것이 사실이라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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