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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은 전통적으로 증시가 약세를 보이는 시기다.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안전자산인 채권의 투자 매력이 주식보다 높아지기도 했다.


경기 침체의 신호마저 자산시장에 나타나면서, 변동성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방어적인 포트폴리오 마련이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서 주식과 채권 기대수익률 간 차이를 뜻하는 '일드 갭'이 최근 들어 마이너스권으로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일드 갭이 낮거나 마이너스를 보이는 건 주식과 비교해 채권이 저평가돼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의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의 9월 3일 기준 실러 주가수익비율(PER)을 적용한 기대수익률(어닝 일드)은 2.74%다.

실러 PER은 지수를 과거 10년 평균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경기 변동 요인을 고려해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방식이다.

증시 밸류에이션이 고점일수록(실러 PER이 높을수록) 향후 기대수익률은 낮아진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수익률)는 3.9% 수준을 기록했다.

이를 고려한 주식·채권 기대수익률 간 차이인 일드 갭은 -1%포인트를 웃돈다.

일드 갭은 지난 금융위기 이후 줄곧 플러스 구간을 유지해왔는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구간에 진입한 것이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23년 이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4% 수준을 웃돌면서 주식과 채권의 기대수익률이 역전됐다"며 "십수 년 만에 처음으로 채권이 주식의 경쟁자가 됐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으로 인해 기술주 중심으로 기업가치 부담이 커지면서, 주식의 투자 매력이 줄었다는 분석이다.

S&P500지수의 실러 PER은 36.43배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2000년 닷컴버블(44배), 2021년 팬데믹(38배)에 근접한 수준이다.



9월은 전통적으로 증시가 약세를 보였던 시기이기도 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1928년 이후 미국의 S&P500지수가 9월 들어 하락한 경우는 55%인 것으로 나타났다.

월별 평균 수익률은 -0.78%로 1년 중 가장 낮았다.


설상가상으로 경기 침체의 사전 징후로도 평가되는 장단기 금리차가 2년 만에 정상화를 목전에 둔 것으로도 나타났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미국의 10년물 국채금리와 2년물 국채금리의 차이(스프레드)는 0~1bp(0.01%포인트)를 기록했다.

미국의 장단기 금리차가 정상화로 진입한다면, 2022년 7월 이후 약 2년 만에 역전 현상이 해소된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과거 미국이 겪은 11번의 경기 침체 기간 중 10번이 장단기 금리차 역전 후 정상화 시기에 발생했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제로금리 때 시장에 풀린 풍부한 유동성으로 전례 없는 고물가가 지속되자, 2022년 중순 이후 강도 높은 기준금리 인상 정책을 펼쳤다.

이에 시중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단기채 금리가 장기채 수익률을 웃도는 역전 현상이 벌어진 바 있다.


채권시장 투자자들이 장기채를 집중적으로 사들이면 장기채 금리(수익률)는 하락한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수요가 늘면 그만큼 가격은 오른다(금리는 내린다). 매크로(거시경제) 측면에서 해석하면 시장 참가자들이 향후 경제 상황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장단기 금리차가 역전된 다음 정상화되면 얼마 뒤 경기 침체가 발생하곤 한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를 불과 세 분기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주요 IB들의 연간 전망은 낙관론이 대세였다"며 "장단기 금리차 시그널(신호)은 아직도 경기 침체 확률이 50%대 이상임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향후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방어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이익 추정치가 상향된 실적 개선 종목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2~3개월은 방어적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게 기대수익률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가는 실적을 추종하기에, 수익성이 강화되면 주가를 지지하는 기업가치(밸류에이션)가 자연스레 상승하기 때문이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상향되는 업종은 해운, 방산, 음식료, 보험, 게임·엔터, 증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실적 추정치가 하향되는 업종은 2차전지(배터리), 방송·엔터, 화장품, 기술·하드웨어, 화학, 건설이다.

개별 종목으론 크래프톤, SK스퀘어, 한국금융지주, 삼양식품, HMM, CJ CGV, KT, 유한양행, HD현대중공업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추정치)가 상향됐다.


배당주 투자에 나서는 것도 방법이다.

고배당 매력이 있는 종목들은 주가의 하방을 배당수익률이 지지하기 때문이다.

시장이 하락해 주가가 내려도, 배당 매력에 일정 수준의 주가를 빠르게 회복하곤 한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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