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침체 충격 ◆
"10년 넘게 이어져 온 '9월 침체 공포'가 올해도 반복되나."
월가가 9월 개장 첫날부터 공포에 휩싸였다.
미국 노동절 연휴를 마치고 개장한 3일(현지시간) 증시부터 원자재까지 무차별적 폭락장이 펼쳐졌다.
역사적으로도 매년 9월은 하락장이 대세였는데, 한 달 만에 불거진 경기침체 악재가 더블 펀치를 날렸다.
특히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고공행진하던 엔비디아 등 기술주 하락이 두드러졌다.
이날 발표된 미국 공급자관리협회(ISM)의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종합지수가 47.2를 기록해 5개월 연속 경기 위축(50 미만) 국면을 이어갔다.
세부 내용은 더 암울했다.
가장 중요한 세부 항목인 신규 수주는 44.6으로 지난해 5월 이후 1년3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생산은 전달보다 1.1포인트 하락한 44.8로 악화했고, 고용은 46.0으로 전달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50을 밑돌았다.
티머시 피오레 ISM 회장은 "통화정책과 대선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고, 수요가 계속해서 낮은 상태"라고 분석했다.
이날 제조업 불황 소식이 전해지자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은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존 2.5%에서 2.0%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7월 26일 전망치(2.8%) 이후 최저치다.
특히 일본 증시가 동반 폭락하면서 지난달 급락장에서처럼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물량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됐다.
닛케이지수는 이날 개장하자마자 하락세를 이어가 개장 직후 1000포인트 이상 하락 폭을 기록했으며, 이후 하락 폭을 더욱 키운 채 거래를 마감했다.
특히 반도체 관련 종목의 하락세가 컸다.
대표 반도체 장비 업체인 도쿄일렉트론은 8.55%, 스크린홀딩스는 8.92% 각각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초 벌어진 증시 급락 사태와 유사한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마스자와 다케히코 필립증권 트레이딩 헤드는 닛케이에 "8월 시세 급락 국면에서의 충격이 아물지 않은 투자자가 많아 과도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발표된 미국 주요 지표 결과에 따라 증시가 급등락하는 모습이 이어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다만 엔
캐리 청산 영향은 지난달만큼 크지 않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경기에 민감한 원자재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 대비 4.36% 하락한 배럴당 70.3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리비아 원유 생산 차질이 조만간 해소될 것이라는 점도 하락을 더했다.
경기 바로미터로 불리는 구리 값은 현물 기준 이날 2.7% 급락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구리 값이 중국 수요 위축 등으로 내년에 t당 평균 10만1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이전 전망치보다 약 3분의 1 낮춘 가격이다.
월가에서는 적어도 오는 6일의 8월 고용보고서 발표, 그리고 오는 17~18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하기 전까지는 극심한 변동성 장이 형성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대표적인 강세론자인 톰 리 펀드스트랫 설립자는 미국 주식시장이 앞으로 8주 동안 혼란을 겪을 것이고, 약 7~10%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이날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는 33.25% 급등한 20.72를 기록했다.
이날 급락이 '9월 징크스' 때문이라는 분석도 함께 나왔다.
팩트셋 리서치가 최근 10년간 S&P500지수의 월별 수익률을 비교해본 결과, 9월은 평균 2.3% 손실을 기록하며 연중 실적이 가장 저조한 달이다.
침체 우려가 커지자 AI 회의론이 다시 부상하면서 AI 선두주자 엔비디아는 이날 9.53% 폭락해 무려 2789억달러(약 374조원)의 시장 가치가 증발했다.
침체 우려에 따라 시장에서는 이달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폭을 빅컷(0.5%포인트)으로 기대하고 있다.
CME그룹 페드워치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1%포인트 인하가 유력하다.
올해 세 번의 연준 회의에서 한 번은 빅컷, 두 번은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하를 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뉴욕 윤원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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