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진 울엄마 이젠 판다는데”...엔고에 바빠진 일학개미

일학개미 보유액 1위 상품
엔저현상 이어지다 반등하자
한달동안 1153억원 순매도

장기간 안정적 수익 노린다면
美 장기채 금리 방향이 관건

사진=챗GPT
최근 엔화 가치가 올라가면서 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일학개미)가 엔화노출 미국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를 팔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엔저 현상이 나타나던 상반기에 엔화값과 미국채 수익률 상승을 동시에 누리고자 해당 상품을 매수했던 이들이 차익 실현에 나선 것이다.


19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최근 한 달(7월 17일~8월 16일)간 국내 투자자는 아이셰어스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채 엔화 헤지 ETF(2621)를 8656만달러(약 1153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이달 들어서 엔화값이 급등하며 원화 기준으로 환산한 이 ETF의 가격 역시 치솟아 대거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17일 해당 ETF의 주당 가격은 1243엔(약 1만971원)에 불과했으나 이달 16일에는 1288엔(약 1만1738원)까지 올랐다.


엔화 기준으로는 3.62% 오르는 데 그쳤지만 그간 엔화값이 급등한 덕분에 원화 기준으로는 2배에 가까운 6.99%가 오른 셈이다.


흔히 ‘엔화노출 미국채’로 불리는 아이셰어스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채 엔화 헤지 ETF는 잔존 만기 20년 이상의 미국채 수익률을 추종하되, 달러값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게 특징이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했음에도 올해 들어 유독 국내 투자자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장기간 일본 주식 보유액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해당 ETF의 시가총액은 2038억엔(약 1조8636억원)인데, 그중 국내 투자자가 보유한 금액은 8억1622만달러(약 1조878억원)로 전체의 58%에 달한다.


이는 일본 주식 국내 투자자 보유 2, 3위인 일본제철(3억5490만달러)과 넥슨재팬(3억1454만달러)을 합친 것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이는 상반기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국내 투자자 사이에 미국 장기채를 엔화로 매수하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올해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효과에 더해 엔화 반등의 효과까지 누리며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지난 달까지 장기간 엔저 현상이 지속되면서 상반기 수익률이 좋지 않았다.


올해 도쿄증권거래소 첫 거래일인 1월 4일 해당 ETF의 주당 가격은 1353엔(약 1만2282원)이었으나 7월 1일에는 1221엔(약 1만453원)까지 떨어졌다.


반년 만에 엔화 기준으로 9.76%가, 원화 기준으로는 무려 14.89%가 떨어진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말 일본은행이 갑작스러운 단기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자 엔화값이 급등하면서 이 ETF 역시 큰 폭으로 반등했다.


편 엔화 급등의 영향으로 전 세계 증시가 폭락하자 일본은행이 ‘비둘기파’ 발언을 내놓았고, 이에 엔화값이 다시 하락하기 전에 국내 투자자가 재빨리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ETF는 본래 환율에 따른 단기 차익 실현보다는 연금 등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을 얻기 위한 상품에 가깝다.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상품 설명서에서 “잔존 만기 20년 이상의 장기 미국 국채에 노출되는 동시에 엔화 대비 미국 달러 가치 변동에 대한 노출을 완화하고 해외 다각화 및 장기 자산 구축을 추구한다”며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를 이용하기에 적합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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