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 대한럭비협회 부회장 사퇴…"협회장·사무국 옹졸함에 참담"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이 대한럭비협회 부회장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최 회장은 지난 15일 유튜브에 11분짜리 사퇴의 글 영상을 남겼습니다.

총 A4 용지 3장 분량의 사퇴문을 보면 "협회장 및 사무국의 편협함과 옹졸함을 보면서 저는 럭비인으로서 참담한 심경을 금치 못하여 왔다"며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서면 저에 대한 명예회복과 함께 원통한 마음을 풀어주시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최윤 회장은 지난 2015년부터 협회의 부회장직을 수행하며 럭비에 대한 애정을 보여왔습니다.

최 회장은 현 럭비협회장인 이상웅 세방기업 회장을 제외하면 협회에 매년 국가대표 발전 기금 등 돈을 내는 유일한 인사입니다.

하지만 최 부회장과 협회는 2017년 대표팀의 뉴질랜드 전지훈련을 놓고 문제가 생겼습니다.

럭비 국가대표팀이 지난 2017년 2주간 뉴질랜드로 전지훈련을 다녀왔는데, 해당 훈련의 비용을 최윤 회장이 지원했습니다.

협회는 이를 월권이라며 직권 남용으로 해임을 추진했습니다.

최윤 회장은 협회장 명의로 직인을 날인해 협회 사무국이 절차를 직접 진행했다고 주장했지만 협회는 무단으로 훈련을 다녀왔다며 해임에 나선 겁니다.

결국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에서 직권남용으로 보기 어렵다는 결정을 받아 해임이 무효화되자 협회는 재차 징계했고, 그 또한 재차 무효결정이 났습니다.

최윤 회장이 후원을 중단하자 민사소송을 냈습니다.

1심과 2심 결과 법원이 협회의 손을 들어주자 협회는 2억6천여 만원의 후원금과 지연이자, 소송비용을 모두 지급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최 부회장과 대의원들은 사과와 명예회복을 바랐지만, 협회는 소송취하가 배임이라는 이유로 소송금액 지급만을 결정했습니다.

최윤 회장은 후원의 진정성을 무시하는 현 집행부가 아닌 새로운 집행부에서 후원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나은행에 공탁금을 예치했습니다. 

얼마나 억울했으면 차기 집행부에 후원금을 맡기며 진상규명과 명예회복까지 요구했을까요? 한국럭비는 든든한 후원자를 잃었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확실해 보입니다.

[김용갑 기자 / gap@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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