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TV 혁신성장포럼…"'오가노이드 지능(OI)' 미래 바이오 게임체인저"

레나 스미르노바 존스홉킨스대학 교수가 19일 매일경제TV가 주최한 2024 혁신성장포럼에서 세상을 바꾸는 OI를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80~100만 개의 뇌세포로 구성된 '미니 뇌'가 탁구 게임인 '퐁' 규칙을 5분 만에 익혔습니다. 인공지능(AI)는 이 게임을 배우는 데 5000 랠리가 걸렸습니다. 반면 '오가노이드 지능(Organoid Intelligence·OI)'은 단 10회의 랠리로 이 게임을 완벽히 학습했습니다."

존스홉킨스대학교에서 뇌 오가노이드를 연구해온 레나 스미르노바 박사는 오늘(1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오가노이드 지능(OI)'을 주제로 열린 매일경제TV '2024 혁신성장포럼'을 통해 "우리의 뇌는 슈퍼컴퓨터와 같지만, 컴퓨터가 뇌의 기능을 따라잡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오가노이드 지능이 인류의 미래를 바꿀 핵심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오가노이드는 인간의 장기(Organ)에 '유사하다'는 뜻의 접미사 'oid'를 더해 만들어진 용어로, 줄기세포나 3D 프린터를 이용해 최소한의 기능을 할 수 있는 인간의 장기를 구현한 기술을 의미합니다. 실제 장기의 구조와 기능을 재현할 수 있어 '미니 장기'로도 불립니다. 뇌, 망막, 피부, 심장, 신장, 폐, 간, 췌장, 장 등을 비롯해 항문과 생식기까지 전 세계에서 오가노이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관련해 세계 재생치료제 시장 또한 2030년 122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유종만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대표가 19일 매일경제TV가 주최한 2024 혁신성장포럼에서 세상을 바꾸는 OI를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오가노이드는 이미 국가 첨단전략산업기술로 지정돼 뇌, 피부, 망막 등 다양한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습니다. 식약처가 오가노이드 기반 동물대체시험법 개발과 활용에 나서고 있고, '오가노이드 표준화' 작업도 진행 중입니다. 이 표준화 작업을 주관하는 유종만 오가노이드사이언스 대표는 "최근 화장품 생산 기업 코스맥스와 모발 오가노이드 시험을 진행하기도 했다"며 "미래에는 오가노이드가 인공장기로 자리 잡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토머스 하퉁 미국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 교수가 이끄는 국제 공동연구팀은 지난해 2월 뇌 오가노이드로 만들 차세대 바이오컴퓨터를 오가노이드 지능이라 부르자는 논문을 국제 학술지 '프런티어즈 인 사이언스'에 발표했습니다. AI와 비교하는 오가노이드 지능이라는 표현을 도입한 것입니다. 레나 박사는 하퉁 교수와 함께 수년간 공동 연구를 이어온 인물입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오가노이드 지능은 뇌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바이오컴퓨터를 만드는 새로운 분야입니다. 뇌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뇌세포로 분화시켜 만든 3차원 형태의 '미니 뇌'입니다. 레나 박사는 "AI가 인간이 가진 학습, 추론, 지각, 이해 등의 능력을 컴퓨터로 구현한 기술이라면 오가노이드 지능은 인간의 뇌 세포를 3차원으로 배양해 생물학적 컴퓨터를 만드는 기술"이라며 "인공의 뇌가 달린 컴퓨터가 생기는 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뇌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바이오컴퓨터는 연산 속도와 저장 용량에서 기존 컴퓨터보다 월등히 우수한 성능을 보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레나 박사는 "오가노이드 지능은 바이오컴퓨터뿐만 아니라 신경발달장애와 알츠하이머 등의 약물 개발 등 의학 분야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3차원 구조인 뇌 오가노이드는 기존 2차원 구조로 배양한 세포에 비해 뇌세포 밀도를 1000배가량 높일 수 있다. 이는 신경계의 단위인 뉴런을 더 많이 연결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뜻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외에도 미세생리학적 시스템(microphysiological systems, MPS)을 통해 식품, 화장품, 화학물질 등의 독성실험과 희귀 질환, 복합질환, 아동·임산부·방사선 등의 연구 등에도 활용될 전망입니다.

이날 영상을 통해 포럼에 참여한 하퉁 교수는 "이제는 오가노이드 지능의 잠재력을 최대한 실현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일만 남았다"고 강조했습니다.

1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세상을 바꾸는 OI'를 주제로 열린 매일경제TV 혁신성장포럼에서 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원장(왼쪽 일곱번째부터), 장태평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장,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 레나 스미르노바 존스홉킨스대학교 교수, 이배용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 등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은 축사를 통해 "그동안은 주로 바이오가 AI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바이오산업이 거꾸로 AI에 영향을 미치는 융합이 일어나고 있다"며 "곧 출범할 국가 바이오 인력을 통해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철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또한 "오가노이드는 미래 바이오 기술의 게임체인저로서 우리의 생활과 산업 전반에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며 "오가노이드 지능의 새로운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에서 노력하겠다"고 전했습니다.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은 "2024년은 노벨상에 AI 전문가들이 수상하는 등 AI 물결이 거세게 기술변화를 촉진하고 있다"며 "오가노이드 지능으로 대표되는 바이오컴퓨터는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도 혁신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이유진·구민정 기자 / ses@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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