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대 미 대선에서 공화당이 대통령에 이어 상·하원 연방의회 선거에서도 승리를 거뒀습니다. 4년 만에 공화당이 행정과 입법 모두를 장악하는, 이른바 '레드 스윕(Red sweep)' 현상으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공약으로 내건 정책 추진에 날개가 달릴 것이라는 예측이 나옵니다.
◇ 반도체·배터리 산업 '정조준'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유세 과정에서 천연가스, 원자력 등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자원 생산을 늘리는 동시에 바이든 정부의 에너지 관련 규제 전면 해제를 시사한 바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일명 칩스법)' 전면 폐기 혹은 축소가 여러 차례 언급된 만큼 한국 반도체 산업의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각종 보조금 및 세제 혜택의 축소 가능성 또한 제기됩니다. 외신은 전기차 관련 보조금과 배터리에 대한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또한 폐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IRA는 배터리, 핵심광물 등에 대한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고 미국에서 제조하면 전기차에 차량당 최대 7천500달러의 보조금을 세액공제 형태로 제공합니다.
이러한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기조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자동차, 배터리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정부와 국내 기업의 기민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 기후 변화 정책, '규제 완화'로 복귀 가능성
재집권한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정부때와 마찬가지로 반(反)기후 행보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이 이미 파리기후변화협정을 재탈퇴한다는 내용이 담긴 행정명령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유지해온 기후정책을 뒤집고 파리 기후 협약에서 다시 한번 탈퇴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 것입니다.
이번에는 집권 1년 안에 탈퇴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파리 기후변화 협약은 지구의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하고 이산화탄소 순 배출량 0을 목표로 전세계가 노력하자는 내용의 협약입니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성명을 통해 차기 에너지부 장관에 석유기업 리버티에너지의 크리스 라이트 최고경영자(CEO)를 임명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인선은 기후위기를 부정하고 석유 등 자국 내 화석연료 생산을 늘려 나가겠다는 트럼프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 강경한 반(反)이민정책 유지
2기 행정부에서도 강경한 반(反)이민정책은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백악관 부비서실장에 스티븐 밀러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유력하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습니다. 스티븐 밀러는 트럼프의 충성파로, 이슬람 국가 시민들의 입국 제한, 난민 수용 인원 축소, 불법 이민자 가족 분리 정책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밀러는 2기 정부에서는 불법 이민 추방자수를 약 10배 늘려 연 100만 명 이상으로 늘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J.D. 밴스 부통령 당선인을 포함한 공화당원들 대다수도 반(反)이민 정책 지지 성향을 보이고 있어 트럼프표 정책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옵니다. 밴스는 자신의 SNS에 "트럼프의 또 다른 환상적인 선택이다. 축하한다"는 글을 올리며 축하하기도 했습니다.
lee.giyeon@mk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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