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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 복귀 후 대통령실을 세종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히면서 이어지던 세종시 아파트값 상승세가 다시 주춤하고 있다. 사진은 세종시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
대통령 선거 기간 행정수도 세종 이전 논의로 급등했던 세종시 아파트 가격이 불과 몇 주 새 싸늘하게 변했다.
신임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 복귀한 후 대통령실을 세종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히면서 집값 상승 기대감이 한풀 꺾인 것으로 보인다.
5일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6월 첫째주 세종시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07%로 전주(0.10%)보다 상승폭이 감소했다.
4월 마지막주 상승률(0.49%)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무려 7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한 셈이다.
세종시는 대선 기간 대통령실과 국회 이전 공약이 나오면서 집값이 급등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17일 대선 후보 시절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 집무실을 임기 내에 건립하겠다"며 "2019년 중단된 공공기관 이전도 조속히 재개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물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세종 대통령실 집무실 건립과 국회 완전 이전 계획을 밝히며 2029년까지 마무리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까지 세종시 천도론을 내세우며 세종시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커졌다.
4월 첫째주(-0.07%)까지 하락하던 세종 아파트값은 둘째주(0.04%)부터 상승하기 시작했고 셋째주(0.23%), 넷째주(0.49%), 5월 첫째주(0.40%), 둘째주(0.48%), 셋째주(0.30%)까지 전국 최고 수준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파죽지세로 높은 상승률을 이어가던 세종시의 집값이 주춤하기 시작한 시점은 5월 후반이다.
대선 막바지에 이재명 당시 후보가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업무를 시작한 뒤 청와대 보수 작업이 끝나는 대로 이전하겠다고 밝히면서 대통령 집무실 세종 이전 시기가 임기 후반으로 사실상 밀렸기 때문이다.
5월 마지막주 세종시 아파트값 상승률은 0.10%로 전주(0.30%)보다 줄었다.
세종 주민들의 기대감은 한풀 꺾인 모양새다.
행정수도 이전 공약이 실현되려면 개헌이 이뤄져야 하고, 행정수도특별법 개정 등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 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세종시 나성동 공인중개사 A씨는 "이전 수요가 있는 실수요자의 거래는 다 끝났고, '천도론' 학습 효과가 있어 외부 투자자들도 끊겼다"고 설명했다.
세종시는 문재인 정부 시기 한 차례 집값이 폭등하다 윤석열 정부 시기 집값이 폭락하며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전력이 있다.
행정수도 이전 주장이 나왔던 2020년 세종시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은 누적 44.93%로 전국 1위를 기록했지만, 2021년 -0.78%, 2022년 -1.26%, 2023년 -4.15%, 지난해 -6.46%로 하락세를 보였다.
일부 아파트는 고점 대비 반값 수준에 거래되며 '반값 아파트' 오명을 쓰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활발했던 세종시의 아파트 거래량은 주춤하고 있다.
아실에 따르면 세종시의 아파트 거래량은 올해 2월 377건에서 3월 798건, 4월 1408건으로 급증한 바 있다.
그러나 5월은 478건으로 감소했다.
거래신고 기한이 한 달가량인 점을 감안해도 적은 수치다.
반면 5월 1일 6208건에 달하던 매매 물건은 6월 1일 6606건으로 증가했다.
이 대통령 당선 이후인 4일에는 6675건으로 전날(6639건)보다도 증가했다.
대선 전후로 세종시 아파트들의 호가는 내려가고 있다.
세종시 나성동 나릿재2단지 전용면적 84㎡(고층)는 지난 3일 호가가 3000만원 내린 10억2000만원에 나왔다.
이 아파트의 같은 평형 47층 매물이 지난 4월 28일 12억8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이보다 2억원 넘게 내려간 것이다.
반곡동 수루배1단지 캐슬&파밀리에디아트 전용 96㎡(10층)는 지난달 31일 호가를 1억원 내려 8억2000만원에 나왔다.
[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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