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경기가 날로 악화되는 가운데 지방은행들의 연체율과 대손충당금이 수년래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방은행 5곳(BNK부산은행·BNK경남은행·전북은행·광주은행·iM뱅크)의 올해 1분기 대손충당금 적립 잔액은 2조2551억원에 달했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2020년 1분기(1조1519억원)보다 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2023년까지 1조원대를 유지하던 대손충당금은 지난해 2조원대로 불어난 뒤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방 경기가 악화하면서 은행들이 부실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대손충당금 규모를 늘리고 있는 셈이다.
지방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는 영향이 크다.
올해 1분기 말 5개 지방은행의 평균 기업대출 연체율은 1.04%로 1%를 넘어섰다.
전년 동기(0.65%)와 비교하면 0.4%포인트가량 급증했으며 절대 수준 자체도 2016년 3분기(1.14%) 이후 9년여 만에 최고다.
지방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2022년 0.29%까지 하락하기도 했으나,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올 1분기 말 기준 지방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약 127조원이다.
은행별로는 전북은행이 1.53%로 가장 높다.
이어 iM뱅크 1.32%, 광주은행 0.96%, 부산은행 0.70%, 경남은행 0.65% 순이다.
iM뱅크는 1년 전(0.72%)보다 기업대출 연체율이 배 가까이 높아졌다.
지방은행 중에서는 부산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이 가장 낮지만 이 역시 올해 1분기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평균 기업대출 연체율(0.39%)보다 큰 폭으로 높은 수준이다.
가계까지 포함한 전체 대출 연체율도 1.01%로 1%를 넘어섰다.
전년 동기(0.78%) 대비 0.23%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기업과 가계에서 모두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방은행들이 연체율을 관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부실을 떨쳐내고 있지만 건전성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5대 지방은행은 올해 1분기에만 이미 부실채권 4476억원어치를 상·매각했다.
이는 전년 동기(3763억원)보다 늘어나고, 5년 전(952억원)에 비해서는 5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시중은행들도 건전성 관리를 위해 부실채권 매각에 적극 나선 상황에서 상·매각 수요가 줄어들면 이마저도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지방 경제가 상황이 너무 안 좋다 보니 부실이 자꾸 늘어나 부실채권 상·매각을 통해 털어내면서 리스크를 관리하며 연체율을 줄이고 있지만, 불어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앞으로 경기가 좋아질 거라는 전망보다 나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상당히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분간 지방 경기가 회복될 가능성도 높지 않은 상황이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수도권 지역 외 지방법원에서 접수된 법인파산 건수는 555건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257건보다 훨씬 많았다.
지방은행들의 상황은 올해 1분기 성적표에도 적나라하게 반영됐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당기순익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했다.
[박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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