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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
올해는 이른 무더위가 찾아올 전망이다.
기상청이 초여름인 6월부터 고온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보하자, 질병관리청은 '온열질환 감시체계'를 지난해보다 5일 앞당긴 5월 15일부터 9월 말까지 운영한다고 밝혔다.
무더운 여름철에는 탈수에 노출되기 쉬운데, 탈수에 손상될 위험이 가장 큰 장기는 '신장(콩팥)'이다.
신장은 혈액을 걸러 소변을 만들 때 많은 양의 산소를 소비하기 때문에 탈수 상태가 되면 신장에 흐르는 혈류량이 저하돼 혈액에서 운반되는 산소량도 감소하게 된다.
이 때문에 심한 탈수 상태가 계속되면 조직이 손상돼 여과 기능이 저하된다.
실제로 중앙아메리카 엘살바도로에서 탈수와 관련된 신장병을 앓는 사례가 다수 보고 됐다.
환자 대부분이 무더운 환경에서 일하는 농업 종사자였다.
연구 결과 신장병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탈수로 밝혀졌다.
특히 만성신장병 환자는 탈수에 빠지게 되면 신기능(eGFR)이 급격히 떨어져 목숨을 위협받을 수 있다.
따라서 몸마름을 느낀다면 참지 말고 반드시 수분(물)을 섭취해야 한다.
차와 같이 당분을 포함하지 않은 음료도 좋다.
최근 인공투석이 필요할 정도로 신장이 악화되지 않았더라도 약간의 기능 저하가 심장질환이나 뇌졸중, 치매의 위험이 된다고 밝혀졌다.
신장 기능이 확 떨어져 있는 만성신장병(C
KD)은 심장질환이나 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약 3배, 치매에 걸릴 위험이 1.7~2.6배가 된다고 알려져 있다
신장은 허리 부근에 좌우 대칭으로 2개 있다.
크기는 주먹만 한 장기로, 갈색콩(파바빈·Faba bean) 모양이다.
무게는 보통 한 개당 평균 120~150g에 불과하다.
신장에는 '사구체(絲球體)'나 '요세관(尿細管)' 같은 미세 여과장치가 빼곡히 모여 몸의 노폐물 제거와 함께 필요한 것을 흡수하고 혈압 조절에도 관여한다.
신장의 사구체에는 1분에 약 100㎖ 혈액이 흘러 들어가고 있다.
사구체에서 여과돼 생긴 원뇨 중 99%는 요세관에서 재흡수되고 약 1%가 소변이 된다.
즉 하루 24시간에 150~180ℓ, 드럼통 한 개 분량의 원뇨를 요세관이 구분해 필요한지 불필요한지 선별 작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몸 밖으로 배출되는 소변량은 약 1.8ℓ다.
신장은 50대 이후 기능이 점점 떨어진다.
젊을 때는 이상이 없었지만 50·60대 건강검진을 받고 '신기능' 항목에서 '요주의'라는 지적을 종종 받는 것도 바로 신장 기능 감소가 고령화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신장은 70대가 되면 20대보다 기능이 절반으로 뚝 떨어진다.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 생활습관병이 있으면 기능 저하가 가속화된다.
신장 기능이 만성적으로 저하되면 '만성신장병(C
KD)'이 된다.
만성신장병이 더욱 악화되면 체내에서 노폐물을 충분히 배설할 수 없게 되는 '신부전'으로 이행하게 된다.
최종적으로 '말기 신부전'에 걸리면 주 3회, 회당 4~5시간에 걸쳐 혈액을 여과(인공투석)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부종이나 나른함과 같은 자각 증상은 만성 신장병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 나타난다.
그 이유는 신장이 2개 있기 때문이다.
신장은 2개 중 1개를 이식해도 건강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예비력이 있다.
건강검진이나 일반 진료 때 신장에 조금이라도 이상(요주의)이 발견되면 곧바로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상호 강동경희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정상인도 40대 이후부터는 매년 사구체 여과율이 1㎖/분당/1.73㎡가량 노화로 인해 감소하게 된다.
하지만 혈관에 손상을 유발하는 당뇨병, 고혈압을 오래 앓거나 콩팥에 손상을 유발하는 사구체 신장염이 있으면 기능 저하가 더 빨리 발생할 수밖에 없다.
또한 다낭성신증과 같은 유전질환, 특정 약물(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 일부 항생제 등)이나 독성 물질(헤비메탈 등)에 오랜 시간 노출될 경우 콩팥에 손상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만성 신장병 환자는 2014년 15만7583명에서 2023년 32만6736명으로 10년 새 2배 넘게 급증했다.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약 30%를 차지하는 일본은 만성신장병 환자가 약 1480만명(2023년 기준)으로 추정되며 성인 7~8명 중 1명꼴로 앓고 있다.
지속적인 만성신장병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만 약 67만명에 달한다.
인공투석 환자는 약 35만명이고 주원인 질환은 당뇨병성신증(39.5%)이다.
지난해 말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도 만성신장병 환자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장 기능을 악화하는 주요인은 당뇨병, 고혈압, 비만, 흡연 등이며 최근 탈수(脫水)가 주목받고 있다.
탈수는 몸 안에 수분이 부족한 증상으로, 체내 수분의 5% 이상 잃는 심각한 탈수 상태에 빠지면 목숨을 건지더라도 이후 평생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체내 수분의 12%(60㎏ 성인 기준 약 5㎏)를 잃으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우리 몸의 60~70%는 물, 즉 수분으로 구성돼 있다.
가시와바라 나오키 일본 가와사키의과대 교수는 공영방송 NHK에서 "목마름을 느꼈을 때 몸은 이미 탈수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며 "건강한 사람이 수분 섭취로 인해 어느 정도 신장 기능 저하를 예방할 수 있는지 아직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본다면 수분 섭취를 습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물은 첨가물이 없는 것이 가장 좋다.
물 섭취 기준은 사람마다 체중과 연령이 달라 본인의 몸 상태에 따라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
한국영양학회 연구에 따르면 남자는 청소년기부터 74세까지 하루 900㎖ 이상, 여성은 600~800㎖ 정도 섭취해야 충분한 물을 섭취한다고 분석했다.
우리 몸이 하루 필요로 하는 수분 섭취량은 약 2.5ℓ지만 한국인은 평소 과일 및 채소로 1ℓ 이상 별도로 수분을 섭취하고 있다.
물은 한꺼번에 많이 마시는 것보다 자주 틈틈히 마시는 게 좋다.
물은 몸속에 들어와 2시간 정도 지난 후 소변으로 배출되는데 한꺼번에 너무 많은 물을 마시게 되면 콩팥 기능에 무리가 가고 혈중 나트륨 농도가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전해질 불균형이 생길 수 있다.
물 섭취를 제한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신장질환이 상당히 진행 중인 사람, 신증후군이라는 신장병을 앓고 있는 사람, 심부전증과 간경변증 환자는 과도한 수분 섭취가 오히려 복수, 폐부종, 전신 부종과 같은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어 주치의와 상담이 필요하다.
신장은 기능이 떨어져도 재빨리 눈치채기 어렵다.
신장은 상태가 악화돼도 자각 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은 건강검진 결과표에서 '요단백'과 '혈청 크레아티닌' 'eGFR' 등 세 가지 항목을 살펴보는 것이다.
eGFR은 정밀 측정을 요하는 사구체 여과량(GFR)을 간소화해 혈청 크레아티닌의 값과 나이, 성별로 산출된 '예상 사구체 여과량(estimated Glomerular Filtration Rate·eGFR)'을 뜻한다.
쉽게 말해 eGFR은 신장 여과 기능(분당 소변을 얼마나 배출하는 힘이 있는지)을 추산한 값이다.
eGFR은 50·60대에서 1년에 대략 0.8~1.0이 저하된다.
그보다 빨리 저하된다면 신장 기능이 악화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요단백과 혈뇨는 소변검사로 알 수 있다.
신장의 사구체는 본래 단백질처럼 큰 분자가 통과하지 못하지만, 사구체 여과 기능이 떨어지면 단백질이 소변 안으로 새어 나온다.
또한 신장기능이 악화되면 혈뇨가 나올 수도 있다.
약국에서 소변검사제를 구입해 간편하게 검사해볼 수도 있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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