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이동통신 기업
SK텔레콤에서 대규모 해킹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8일 밤 가입자 유심 정보가 탈취된 정황을 발견한
SK텔레콤은 그동안 관련된 악성코드를 삭제하고 해킹된 장비도 네트워크에서 격리 조치했다고 밝혔다.
또 전체 시스템에 대한 추가 전수조사를 통해 더 이상의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다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사고가 일어난 지 10여 일이 지난 지금 현장은
SK텔레콤의 대응이 무색하게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불안한 고객들을 위해 유심 서비스 제공은 물론 무료로 유심 교체까지 해주겠다고 회사가 나섰음에도
SK텔레콤의 이러한 후속 움직임을 칭찬하는 고객의 목소리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오히려 현장에서는 "기업이 잘못한 사건에 고객이 피해 수습을 위해 뛰어다니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트리는 이들이 많아졌다.
곳곳에서 고객 불만이 터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8일 유심 교체 서비스 때부터다.
취지는 좋았지만 지점마다 다른 운영 지침, 현장 수요 대비 턱없이 부족한 유심 물량 탓에 얼굴을 붉힌
SK텔레콤 이용자가 한두 명이 아니었다.
새벽부터 나와 꼬박 세 시간을 넘게 기다려 새 유심을 받았다는 후기부터 대기표를 받지 못해 지점을 배회한다는 이들까지 사례만 놓고 보면 그야말로 코로나19 팬데믹 때를 연상케 할 정도다.
현장에서 만난 한
SK텔레콤 장기 가입자는 "코로나 시기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느낌과 같다"고 말했다.
회사가 고객에게 안내했던 유심 예약 시스템도 먹통이 된 상태라 가입자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대리점 앞에서 무한정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다 싶었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사고 직후 사내 임직원들에게 밝혔던 전사적 대응은 이런 모습이 아닐 것이다.
시스템적 한계로 인해 약 2300만명의 가입자에게 보안 대책 안내 문자를 보내지 못했다고 해명하기에 앞서
SK텔레콤은 고객에게 광고성 메시지를 발송하는 것부터 중단했어야 했다.
이번 사태를 수습하려면 무엇보다 고객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고민서 디지털테크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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