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해킹 이어 유심 부족 대혼란, 모바일사회 위험 드러냈다 [사설]

SK텔레콤이 유심(USIM) 정보 해킹 사고와 관련해 28일 2300만명 가입자를 대상으로 유심 교체를 시작했으나 고객들이 몰리면서 재고 부족으로 '유심 대란'이 벌어졌다.

원하는 매장에 유심 무상 교체 신청을 할 수 있는 '온라인 예약시스템'을 개통했지만 신청자가 몰려 접속 장애가 빚어졌다.

'유심 보호 서비스' 역시 트래픽이 폭주해 가입까지 수십 시간이 걸렸다.

SKT가 사고가 발생한 지 열흘 만에 뒤늦게 유심 교체에 나선 데다 준비 미흡으로 혼란이 가중되면서 고객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유심은 휴대전화 번호와 고유 식별번호가 담긴 칩이다.

유심 정보 유출 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이를 복제해 피해자의 개인정보, 은행, 가상화폐 등에 접근하는 '심 스와핑(SIM swapping)'이다.

SKT는 "불법 유심 기기 변경과 비정상 인증 시도 차단(FDS)을 강화해 관련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설명했지만 가입자들의 불안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SKT 홈가입자서버(HSS)는 지난 18일 해킹 공격을 받았지만, 아직도 해킹 경로와 피해 범위·규모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그러다 보니 2차 피해를 우려한 가입자들이 공동 대응 사이트를 개설하고 국회 청원과 소송을 준비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번 사태는 대부분의 일상이 모바일 기기에 의존하고 있는 현대사회의 위험성을 드러냈다.

휴대전화로 금융거래와 온라인 업무 등 사회활동 전반을 처리하는 상황에서 해킹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것은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SKT는 단순한 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아니라 사회 인프라의 핵심 주체라는 책임감을 갖고 보다 철저한 보안 관리에 나서야 한다.

이번에 털린 SKT 서버는 '주요 정보통신 기반 시설'에서 제외돼 정부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난 만큼, 정부도 관리체계 전반을 점검하고 보완해야 한다.

아울러 모바일 중심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취약성 역시 깊이 들여다보고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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