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직거래 후 사기 당한 피해자 급증
선순위 계약 위해 보증금 받고 연락두절
전문가 “본인 확인하고 스스로 확인해야”
“부동산 중개수수료도 아끼고 좋은 전월세를 찾기 위해 고심 끝에 직거래를 선택했는데 더 큰돈을 잃게 생겼어요. 사회 초년생부터 차곡차곡 모아온 목돈을 잃게 됐다고 생각하면 정말 눈물이 납니다.
”
부산에서 일하는 정시윤 씨(27)는 최근 한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라온 부동산 매물을 보고 직거래를 하다가 사기를 당했다.
집주인을 사칭한 상대방 측이 가계약을 위해 보증금의 절반을 요구해 이를 송금했지만 이후 이들과 연락이 끊긴 것이다.
정씨는 “중개수수료를 아낄 수 있고, 보증금은 어차피 돌려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 돈을 넣었다”며 “이달 말에 부산에서 경기로 직장을 옮겨 당장 이사를 가야 하는데 사기를 당해 답답하다”고 말했다.
최근 당근마켓, 번개장터 등 중고거래 플랫폼이나 인터넷 카페 등을 이용한 전월세 직거래가 늘어나면서 사기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직거래를 위해서는 매물과 거래 상대방 등을 대면으로 확인해 보라고 조언한다.
23일 매일경제 취재에 따르면 전월세 직거래 사기 피해자들은 집주인을 사칭한 거래 상대방과 ‘비대면’으로 ‘전자계약서’를 작성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피해자들이 부동산 거래를 위해 예치금이나 보증금 등을 먼저 입금하면 거래 상대방이 잠적하는 방식이다.
집주인을 사칭한 상대방 측은 “인기가 있어 금방 나간다” “가계약을 위해 예치금, 보증금이 필요하다”고 꾀어내 돈을 뜯어가는 수법을 쓰고 있다.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한 부동산 직거래는 폭발적 증가세다.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당근마켓에서 성사된 부동산 직거래 건수는 5만9451건으로 3년 전인 2021년(268건)에 비해 200배 이상 폭증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부동산 직거래도 ‘안전지대’는 아니었다.
이 때문에 최근 경찰을 찾아 ‘사기꾼’을 고소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정씨는 당근마켓에 ‘집주인’ 인증마크가 올라간 부동산 매물을 거래하다가 사기를 당했다.
상대방이 제공한 등기부등본 등은 모두 조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정씨는 지난 4월 초 500만원의 보증금을 받고 달아난 거래 상대방을 부산진경찰서에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카페 등을 이용한 전세 직거래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서울 송파경찰서에 진정서를 접수한 김병주 씨(33)는 “네이버 카페에 집 상태 대비 가격이 좋은 매물이 올라와 계약 선순위를 확보하려고 20만원을 먼저 입금했다”며 “이후 상대방 측 중개업자를 통해 실제 매물을 확인했고, 전자계약서 작성 후 월세를 포함한 잔금 550만원을 입금했는데 사기였다”고 말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단기방을 구하던 장민우 씨(31)도 형사 고소를 준비 중이다.
장씨는 “대출 이자비용도 아끼기 위해 단기방을 계약해 이용했는데 이렇게 사기당한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친구가 전세사기를 당했는데, 내가 부동산 사기를 당할 줄은 몰랐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직거래 과정에서 이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한 비결은 결국 ‘발품’이다.
비대면 전자계약이 간편하긴 하지만, 그만큼 사기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거래당사자, 매물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으면 중개수수료를 아끼려다 큰돈을 잃을 수 있다”며 “직거래 시 전자계약을 지양하고 신분증이나 등기권리증 등을 통해 집주인 본인임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매물에 대한 등기부등본·건축물대장 등도 직접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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