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채프먼 아이온큐 회장이 16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들과의 기술 협력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이온큐


양자컴퓨팅 분야 대표 기업인 미국 아이온큐가 한국의 위성 안테나 기술을 가진 인텔리안테크와 협력해 양자 네트워크 기술을 개발한다.

아이온큐는 미국 공군과 손잡고 양자 기술에 기반한 네트워크를 연구하고 있는데, 인텔리안테크를 파트너로 낙점한 것이다.

피터 채프먼 아이온큐 회장은 16일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매일경제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인공위성에서 드론까지 네트워크로 연결해 실제 전장에서 사용될 수 있는 응용 사례를 만들고 있다"며 "한국 기업과의 협력은 네트워크 개발에 있어 중요한 퍼즐 조각"이라고 밝혔다.


아이온큐는 2015년 김정상 듀크대 교수와 크리스토퍼 먼로 메릴랜드대 교수가 공동창업한 기업이다.


양자컴퓨터는 0과 1을 비트로 계산해 처리하는 기존 컴퓨터와 달리 0과 1이 동시에 중첩되는 양자의 성질을 활용해 슈퍼컴퓨터보다도 연산 작업을 훨씬 빠르게 수행할 수 있어 주목받는 미래 기술로 꼽힌다.


아이온큐는 초기부터 현대자동차그룹과 협력하고 있으며, 올해 초에는 SK텔레콤과 지분 교환을 포함한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한 바 있다.


아이온큐가 인텔리안테크와 손잡은 것은 국방 위성 네트워크를 위한 양자 기술 개발을 위해서다.

올해 초 아이온큐는 미국 공군연구소와 계약을 체결하고 연구에 돌입한 바 있다.

양자컴퓨팅 기술이 발달하면서 기존 암호 체계의 보안 위험이 커지자 양자 내성 암호 등 양자컴퓨터로도 해독이 어려운 기술 개발에 나선 것이다.

위성망에서 지상망을 아우르는 네트워크의 보안을 강화하는 것이 아이온큐의 목표다.


인텔리안테크는 영국의 저궤도 위성 기업 원웹에도 안테나를 공급하는 한국 주요 위성 기업으로 꼽힌다.

채프먼 회장은 인텔리안테크와의 양해각서(MOU) 체결에 이어 17일에는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와도 회동한 뒤 출국한다.

양자컴퓨팅은 오류 가능성 등으로 인해 완전한 상용화 단계는 아니지만 응용 사례가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IBM 등 빅테크도 모두 뛰어든 상태다.


채프먼 회장은 양자컴퓨터 상용화 시점에 대해 "구글처럼 완벽한 양자컴퓨터를 먼저 만든 다음 문제를 해결하려는 접근법으로는 10~15년이 걸릴 수 있다"며 "아이온큐는 양자컴퓨터 기술 개발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새로운 응용 사례를 찾으면서 상용화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온큐는 현재 아마존웹서비스(AWS)를 통해 고객들에게 최신 양자컴퓨터인 포르테엔터프라이즈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기업 앤시스의 경우 의료 기기를 시뮬레이션하는 프로그램을 양자컴퓨터에서 실행하며 기존 컴퓨터 대비 12% 성능을 높이면서 개선 사례를 증명하기도 했다.


채프먼 회장은 "앤시스 같은 사례가 이어지면 실제 이용자들의 양자컴퓨터 수요도 늘어날 것이고, 그때 '양자컴퓨터의 챗GPT 모멘트'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일반 이용자들이 일상 속에서 활용하려면 더 많은 응용 사례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 것 중 하나가 AI"라고 내다봤다.


양자컴퓨터가 AI 컴퓨팅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아니지만, 거대언어모델(LLM) 구동에 있어서도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파괴적인(disruptive)' 혁신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채프먼 회장은 "64큐비트의 양자컴퓨터가 수행하는 작업을 그래픽처리장치(GPU)로 하려면 25억개가 필요하다"며 "GPU와 똑같지는 않지만 데이터센터를 위해 새로운 발전소를 짓는 등 비용이 느는 상황에서 양자컴퓨터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큐비트는 양자컴퓨팅의 기본 연산 단위로, 숫자가 클수록 성능이 올라간다.

아이온큐는 현재 36개의 알고리즘 큐비트의 양자컴퓨터를 제공하고 있으며, 연내 64개의 알고리즘 큐비트를 구현한 컴퓨터를 선보일 예정이다.

IBM·구글 등이 초저온에서 작동하는 초전도 회로로 양자컴퓨터를 구현하는 것과 다르게 아이온큐는 전자기장을 이용해 이온을 가두고 레이저로 조작하는 이온 트랩 기술을 활용한다.


아이온큐는 '양자컴퓨팅 대장주'로 불리며 한국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정호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픽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