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유럽투어 앞둔 세계 첫 청각장애 아이돌 ‘빅오션’
멤버 3인 모두 청력장애 있어
AI의 도움받아 노래 녹음하고
진동으로 박자 맞추며 칼군무
최근 日 첫 단독콘서트도 성료
팬클럽 ‘파도’ 전세계서 소통
글로벌 아티스트로 성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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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청각장애’ 아이돌그룹 빅오션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
“무대에 서면 저희의 선한 영향력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꿈을 포기하고 있다가 빅오션의 무대를 보고 다시 도전한다는 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되레 힘을 받죠. 데뷔 초 ‘얼마 못 가고 사라질 것’이라는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지만 앞으로도 계속 이겨낼 것입니다.
”
세계 최초 ‘청각장애’ 아이돌그룹 빅오션이 글로벌 무대로 뻗어나가고 있다.
지난 9일 일본 나고야에서 데뷔 첫 단독 콘서트를 성료한 데 이어 다음달 첫 번째 유럽 투어에 나선다.
4월 19~20일 스위스 로잔을 시작으로 이탈리아 밀라노,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와 몽펠리에 등 5개 도시에서 팬들과 만난다.
지금까지 발표한 정규 음원 다섯 곡과 같은 달 발표하는 2집 수록곡을 중심으로 구성한다.
빅오션은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자신들을 “장애인이자 아이돌로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간격을 좁히고 서로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존재”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장애인이라는 점이 부각될 때 가끔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최초’의 숙명으로 여기며 감내하고 있다”면서 “무대 위에서의 퍼포먼스로 인정받고 아이돌 아티스트로서 성장할 것”이라는 꿈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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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청각장애’ 아이돌그룹 빅오션이 지난 9일 일본에서 데뷔 첫 단독 콘서트를 연 데 이어 다음달 유럽 투어에 나선다. 왼쪽부터 지석, 현진, 찬연. [이충우 기자] |
지난해 4월 20일 장애인의 날에 공식 데뷔한 빅오션은 멤버 전원이 청각장애를 갖고 있다.
메인댄서 지석은 선천적으로 장애가 있었고, 메인보컬 현진과 메인래퍼 찬연은 각각 세 살과 열한 살 때 고열을 앓다가 청력을 잃었다.
이들은 인공와우, 보청기 같은 청각 보조기기와 독순법(말하는 사람의 입술 움직임을 보고 대화를 이해하는 방법)을 통해 음성 기반의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다만 주변에 소리가 많아지만 중첩현상으로 기기의 성능이 떨어져 소통이 어려워진다.
빅오션의 무대는 수어가 중심이다.
이들은 음성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음원을 녹음한 뒤 한국수어와 미국수어, 국제수화로 가사를 전달하면서 군무를 선보인다.
박자를 맞추기 위한 방법도 자체적으로 고안했다.
공연하는 곡의 BPM(템포)과 박자에 맞춰 플래시 라이트 영상을 만들고, 무대에서 빛의 변화에 따라 호흡을 맞추는 것이 첫 번째다.
스마트워치에서 진동을 느끼며 박자를 인지하는 방식도 병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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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유럽투어 앞둔 아이돌 ‘빅오션’ [이충우 기자] |
빅오션의 데뷔곡인 ‘빛(Glow)’은 아이돌 선배 H.O.T.가 1998년 발표한 ‘빛’을 리메이크한 곡이다.
이후 ‘BLOW(블로)’와 ‘SLOW(슬로)’ ‘FLOW(플로)’를 발표하고 정규앨범 1집 ‘Follow(팔로)’로 묶었다.
지난 2월에는
SK텔레콤과 합작한 ‘brighT(브라이T)’를 공개했다.
SK텔레콤의 행복코딩 챌린지 25주년을 기념하는 곡이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경기문화재단 등과 협업해 만들었다.
현진은 “Follow 앨범에 담긴 네 곡은 빅오션의 세계관을 담고 있다”며 “빛이 희망이라면 BLOW는 어려움을 뚫고 나가는 모습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SLOW는 천천히 나아가겠다는 정신, FLOW는 자연스럽게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뜻한다”며 “활동 시기마다 좋아하는 곡이 달라지는데, 최근에는 멤버들 모두 느리더라도 꾸준히 나아가자는 뜻에서 SLOW에 빠져 있다고”고 덧붙였다.
지난 1년간 팬클럽 ‘파도(Pado)’와의 관계는 더욱 깊어졌다.
라이브방송을 통해 전 세계 팬들과 소통하면서 교감했다.
멤버들이 수어를 알려주면 팬들은 멤버들 이름으로 기부활동에 나섰다.
소속사에 따르면 ‘파도’는 북미 지역과 유럽에 특히 많다.
이들 지역이 한국에 비해 장애를 하나의 개성으로 여기는 문화가 보편적이다 보니 아티스트로 자리 잡기에 좀 더 수월했다는 것이다.
찬연은 “해외 팬들의 응원 중 ‘너희가 자랑스럽다(proud of you)’는 표현이 많다”며 “팬들이 파도여서 자랑스럽도록 의미 있는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지석도 “(과거 뮤직비디오 촬영 등) 프랑스 공연 때 현지 팬들이 진동을 느끼기 어려울 정도로 뜨거운 함성을 보냈다”며 “이 같은 사랑에 멋진 무대로 보답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빅오션이 올해 해외 활동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당장 다음달 컴백 활동과 유럽 투어를 병행한다.
오는 7월에는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리는 ‘애니메 프렌즈 2025’ 페스티벌에 K팝 아티스트로는 유일하게 초청받아 무대에 선다.
또 같은 달 유엔 산하 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초청을 받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AI 포 굿 글로벌 서밋(AI for Good Global Summit)’에 참석한다.
빅오션은 “팬들의 응원은 음악적으로도 큰 영감을 준다”며 “저희도 팬들이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롤 모델로 바라볼 수 있도록 활동하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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