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조원'.
이는 글로벌 대기업 매출도, 세계 부호의 자산 규모도 아니다.
단 한 명의 영업 전문가가 수주한 세일즈 규모다.
주인공은 바로 수주 컨설팅 기업 '브레이브 세일즈랩'의 대표 컨설턴트인 김용기 대표다.
김 대표는 현대자동차 영업사원으로 일을 시작했다.
이후 교보증권,
SK텔레콤 등에서 경력을 쌓고 세계 최대 수주 제안 컨설팅 기업 '쉬플리 어소시에이츠'의 한국지사(쉬플리코리아)를 설립하고 한국 지사장을 맡았다.
그는 2023년 브레이브 세일즈랩을 설립하고 대표 컨설턴트로 있다.
43조원은 김 대표가 쉬플리코리아에 있을 때부터 현재까지 수주한 세일즈 규모다.
상징적 기록을 세운 김 대표는 최근 저서 '43조 세일즈 김용기의 실전노트'를 펴내며 여태까지 경험을 토대로 성공적인 영업 비법에 대해 다뤘다.
매일경제 MK 비즈 리뷰는 김 대표와 인터뷰하며 영업의 본질이 무엇인지, 결국 성공적인 영업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등에 대해 알아봤다.
인터뷰에서 김 대표는 "기업 간 거래(B2B) 세일즈의 본질은 고객의 구매를 효과적으로 돕고, 컨설팅하고, 코치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고객 스스로가 아닌, 영업대표(거래 규모가 큰 B2B의 영업사원)가 고객의 문제와 니즈를 정의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영업 업무를 하게 된 계기는.
▷첫 직업이 현대자동차 영업사원이었다.
일을 하기 전에는 영업에 대해 몰랐다.
경력을 쌓으면서 깨달은 점은 영업이 가장 떳떳하게 돈을 버는 일이라는 것이다.
영업은 정말로 땀을 흘리는 만큼 돈을 번다.
또한 고객을 돕는 일이라는 점을 알게 됐다.
-첫 직장에서 영업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이는 책을 집필하게 된 의도와 연결된다.
영업 업무를 처음 했을 때 해당 업무를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 가장 힘들었다.
예를 들어 회계부서에서는 새로운 사람에게 회계 방식을 가르쳐준다.
하지만 영업부서에서는 (선배에게 새로운 사원이) 잠재적 경쟁자다.
그래서 영수증 처리, 출고 처리 등 아주 기본적인 실무는 가르쳐주지만 고객 발굴 방법, 고객과의 대화 방식 등은 배워본 적이 없다.
-대표님은 어떻게 영업 스킬을 키우셨나.
▷한국에서 가장 낙후돼 있는 분야가 세일즈다.
단적으로, 한국에서는 아직도 세일즈를 별도 전공으로 갖춘 대학이 없다.
미국에는 마케팅·세일즈 전공을 갖춰 학생들에게 세일즈 관련 교육을 하는 대학이 수백 개 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해외 서적을 보며 매일 공부했다.
-'전문가 영업'이란.
▷전문가 영업은 인맥과 술자리를 중점으로 이뤄지는 관계 중심 세일즈와 반대 영업 방식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영업사원과 친해지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딜(deal)의 규모가 크면 고객에게 필요한 것은 그에게 놓인 구매 옵션 중 가장 최적의 선택이 무엇인지를 판단해줄 수 있는 전문가다.
영업 담당자들은 어떻게 전문가가 될까. 크게 세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영업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고객의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질문할 줄 알고, 고객의 이야기를 잘 듣고 그의 문제를 잘 정리해 이를 솔루션으로 구현해야 한다.
영업 담당자가 제시하는 솔루션이 경쟁자의 것보다 고객 마음에 들어야 한다.
둘째, 상품에 대한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고객은 영업 담당자만큼 상품에 대한 지식이 없다.
이 때문에 상품에 대해 잘 설명해줘야 한다.
셋째, 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산업 트렌드는 빠르게 바뀐다.
이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갖춰야 한다.
-전문가 영업의 중요성을 언제 깨달았나.
▷
현대차에 재직할 당시 영업담당 임원이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불멸의 3대 조직'으로 해병대 전우회, 호남 향우회, 고려대 동문회를 꼽으며 이 중 한 곳에서라도 연결점이 있어 '형님' 하며 관계를 형성해 친해지면 영업에 성공한다는 말을 했다.
실제로 이를 '형님 영업'이라고 부른다.
나 역시 이렇게 '형님 영업'을 했었다.
두 번째 직장에서 기업체 교육 세일즈를 하면서 전문가 영업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어떤 고객은 친밀하게 지내는 것을 좋아했고, 다른 고객에게는 친밀함이 중요하지 않았다.
영업 담당자로 나는 각 고객 스타일에 맞춰 일했다.
어느 날 보니 친밀함, 즉 관계 중심 세일즈 고객들로부터는 상대적으로 매출이 적게 난다는 점을 알았다.
친밀함이 없는 사람들로부터 창출된 매출이 전체 매출 중 90%를 차지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런 결과가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형님 영업 대상자가 아니었던 고객들은 본인 회사 성공을 위해 적합한 솔루션을 구매했다.
소위 가치구매를 한 것이다.
하지만 관계 중심 영업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최저가를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관계 중심 영업은 어떤 경우에 효과적인가.
▷거래 규모가 작으면 관계 중심 영업이 상대적으로 잘 작동된다.
관계 중심 영업이 여전히 유효한 시장은 B2C 시장, 그리고 딜의 규모가 작은 B2B 시장이다.
예로, 회사 복사지 공급 거래를 하는 상황이면 관계 중심 영업이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회사가 1조원 규모 공장을 짓는 상황에서 해당 회사를 상대로 '형님 영업'을 하면서 수주 영업을 펼친다면 이는 (잠재적) 고객에게 부담이 된다.
-여태까지 한국 기업들이 대형 B2B 영업이어도 관계 중심 영업을 해왔던 이유는.
▷첫째는 아시아 국가에 존재하는 관계 중심 문화다.
고도의 개인주의 사회인 서양 국가와는 달리 아시아에는 집단주의가 있다.
둘째, 한국 기업들이 성장한 1960~1970년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와의 파트너십, 즉 관계였다.
기업은 '정부에 잘 보여야 성공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로 인해 기업 리더가 '영업은 관계'라는 인식을 갖고 이것이 이어져 온 것이다.
-영업은 회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
▷회사가 망하는 이유는 둘 중 하나다.
회사가 제공하는 솔루션이 안 좋거나, 영업을 못해서다.
비율로 따지면 솔루션이 안 좋아서 망하는 경우가 1, 영업을 못해서 망하는 경우가 9다.
솔루션을 잘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으면 애초에 회사를 창업하지 않았을 것이다.
(좋은) 솔루션을 만들더라도 영업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거나 자동적으로 솔루션이 팔리기만을 기다리다 망하는 것이다.
[윤선영 연구원 / 사진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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