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인사이트] 이야기를 담다 비하인드 - 자유와 멋을 아는 천재…바리톤 김동규 편



▣ 편집자주 = 매일경제TV 프리미엄 콘텐츠 플랫폼 'CEO인사이트' 9호에서는 인터뷰 프로그램 <이야기를 담다>의 제작진과 출연진이 직접 나서 촬영 후일담을 공개한 내용이 담겼습니다. 바리톤 김동규는 "인터뷰를 준비하며, 세대 간 소통, 전통과 변화, 그리고 공동체의 방향성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할 수 있는 계기였다"며 "음악으로만 전하기 어려운 제 생각을 시청자들과 소통할 수 있었기에 더욱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야기를 담다> 비하인드는 김원경 PD('김 피디의 비하인드 컷')와 아나운서 이담('이담의 뒷담; 뒷이야기를 담다'), 김수진 작가('김 작가의 크레딧 쿠키') 등 제작진과 출연들이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촬영장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야기를 담다> 비하인드는 'CEO인사이트'를 통해 격주 단위로 공개됩니다.<이야기를 담다>는 매주 목요일 저녁 6시 30분에 매일경제TV와 유튜브를 통해 만나볼 수 있습니다.

다음은 <이야기를 담다> 비하인드 바리톤 김동규 편 전문.

◇ 김 작가의 크레딧 쿠키

# 김동규는 타고났다.

남성이 콧수염을 기르는 과학적 이유가 있다고 한다.

다른 경쟁상대를 이겨야 한다는 심리, 즉 남성성을 강조해 더욱 강해 보이려는 유전적 수단이란다.

콧수염 바리톤 김동규, 대한민국에서 콧수염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매력적인 콧수염이 트레이드마크인 국민 성악가 김동규는 어떨까?

"너무 동안이라서…."



처음 콧수염을 기르게 된 것은 오페라 때문이란다.

할아버지 역할, 장군 역할을 하는데 20대 풋내 나는 얼굴을 가리려는 일종의 위장 전술이었다.

그렇게 평생 동반자가 된 그의 콧수염은 풀 먹인 정갈한 명품 붓 같기도, 무스 발라 윤기 나는 머리칼 같기도 했다.

수염 스타일링을 한 것처럼….

"아무것도 안 했어요. 수염에 그냥 이렇게 이렇게 조금씩 만져주면 돼요."

설마, 그럴 리가…그냥 김동규의 수염은 멋지게 타고 난 거다.

타고난 것이 어디 수염뿐이랴!

세계 최고의 성악 학교인 베르디 국립음악원 수석 합격.

모든 성악가의 꿈의 무대인 라 스칼라 극장에 한국인 최초로 올랐다.

노력만으로는 범접할 수 있는 타고난 천재의 경지다.

"친구들은 얄밉다고 해요. 맨날 놀면서 1등만 하니까….하지만, 저는 음악 생각밖에 안 해요. 누구랑 밥 먹을 때도 누구랑 맥주 마시면서도 항상 음악이 뇌에 있었으니까."

타고난 천재 맞다.

하지만 하루 종일 음악을 탐구하고 사랑했던 김동규는 음악을 잘하는 천재라기보다 음악을 잘 아는 천재다.

# 극과 극은 통한다.

바리톤 김동규에겐 자식 같은 대표곡이 있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지난해 가을 이 곡으로 30번 무대에 올랐다고 한다. 그의 효자곡이다.



결혼식 축가로도 불리는 이곡은 사실, 이별곡이다.

아내와의 결별 후 힘든 시간을 보내던 가을 어느 날 이 곡을 처음 만났다고 한다.

원곡은 봄을 배경으로 한 노르웨이 가곡‘봄에 대한 세레나데’.

하지만, 김동규의 해석은 전혀 달랐다.

"봄보다는 가을에 더 좋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가을은 쓸쓸한 계절이라고 생각하지만
더위가 가고 맞는 가을 하늘은 너무 예쁘잖아요."

이 가을은 너무 아름다운데 이혼 이후, 우울감에 빠져 있던 스스로를 위로하고 싶었을까?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는 그렇게 다시 태어났다.

막막했던 삶도 다시 피어났다.

결국, 가장 아플 때 가장 사랑스러운 음악이 탄생된거다.

역시 극과 극은 통한다.

◇ 이담의 뒷담; 뒷이야기를 담다

김동규 성악가는 바이크 애호가다.

20년 차 라이더라고 했다.

스릴을 즐기시나? 예상외로 와일드하신가?



바이크를 타게 된 건,알고 보니 순전히 스케줄 때문이었다.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려면 차본다는 바이크가 낫다는 판단에 그는 연미복을 입은 채 바이크에 올라탔다.

# 발키리 룬

처음으로 장만한 바이크가 무려‘발키리 룬’.

그는 영화배우 톰 크루즈가 발키리 룬을 타고 레드카펫에 안착한 걸 보고, 바로 이거다! 했단다.

2005년 톰 크루즈는 본인 영화 시사회에 직접 발키리룬을 몰고, 뒤에는 당시 아내인 케이티 홈즈를 태우고 레드카펫까지 들어가 이슈가 된 바 있다.

이 발키리 룬이라는 바이크는 1천830cc라는 초고 배기량에 제로백이 3초대다.

제로백이라는 건,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가속에 걸리는 시간이다.

그게 3초대라니!

그의 인생과 닮아있었다.

그는 발키리 룬이었다.

# 제로백이 짧았던 천재

90년대 초 이탈리아로 가, 밀라노베르디 국립음악원에 입학을 하자마자 졸업하고 데뷔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해당 음악원은 시험을 쳐서 학년을 배정받는단다.

그 입학시험에 만점을 받아서 입학하자마자 5학년이 됐다는 것이다.

입학을 했는데, 바로 졸업반이 된 것이다.

그리고 바로 데뷔까지….

제로백이 상당했던 그다.

25살에 라 스칼라 극장에서 공연을 했다.

세계 3대 오페라 극장 중 하나다.

당시 라 스칼라의 수석 지휘자였던 리카르도 무티가 "이탈리아인보다 이탈리아어 발음이 더 좋네?" 했단다.

피나는 노력도 동반됐을 터….

그러고는 '새로운 스칼라의 주역'이 돼 그의 시대가 시작됐다.

김동규 성악가의 트레이드마크인 콧수염 역시 짧은 제로백의 결과다.

어린 나이에 주역을 맡다 보니 중후해 보여야 해서 콧수염을 기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월등했다.

이미 월등한 음악 천재인데, 음악에 미쳐있었다고 했다.

천재가 미치면 제일 무섭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 멋, 자유

그는 이제 할리 데이비슨을 즐겨탄다고 했다.

엇박자로 울리는 두둥둥둥 자유로운 엔진소리가 매력적이랬다.

이 또한 그를 닮았다.

그가 바이크를 즐기는 이유는 속도가 아니었다.

빠른 속도는 긴장을 주지, 자유를 주진 않는다고 했다.

그는 자유롭게 멋을 즐기려 했다.

'자유'와 '멋'.

김동규 성악가와 참 어울리는 단어다.

그는 가끔 공연장에 말발굽 소리 같은 바이크 엔진 소리와 함께 도착했다고 한다.

바이크 자켓을 입은 그대로 무대 리허설을 하기도 했다.

그 또한 그만의 멋이다.

미친 천재, 참으로 자유로운 멋을 가진 김동규 성악가였다.

◇ 김 피디의 비하인드컷

조연출 시절, 코미디언 자니윤과 골프 토크 프로그램을 제작한 적이 있다.

그때 게스트로 출연한 김동규 성악가와 라운딩했었다.

타고난 말솜씨와 '으하하하하' 호탕하게 웃었던 웃음만 기억에 남았다.

 난 그 당시 힘겨운 삶의 파고를 혼자 다 넘고 있다고 느꼈던 이십대!

그 자신감 넘치고 여유로워 보였던 그의 웃음이 부러웠다.

부럽다 못해 질투가 났다.

단전에서 끌어올리는 듯한 성악가의 웃음, 자신감을 넘어 자만심까지 보여지는 웃음이었다.

그 후 이십여 년이 지나 그를 다시 만났다.

녹화 내내 더 호탕하고 더 웅장해진 성량으로 웃는다.

함께 웃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웃음을 부르는 웃음이다.

따라 웃어본다. 자유로운 해방감이 느껴진다.

그 웃음은 애당초 나의 것인 양 의미가 남달라진다.

그 웃음이 품은 흡인력에 매혹당했다.

# 즐거운 노력

  김동규 : 자신감이었죠. 그런데 나쁘지 않은 자신감이었어요. 힘이 넘쳐흘렀고 의지가 너무 강렬했었어요. 내가 안 되는 게 있으면 무조건 될 때까지. 내가 서양에서 먹고 살려면 이 나라 사람보다는 잘해야 돼요. 안 그러면 날 쓸 이유가 없어요. 걔네들이 못하는 걸 내가 하고 할 수 있었다는 얘기겠죠. 세상을 뚫고 나가려면 나 혼자만의 남들이 못하는 게 있어야 해요. 사람들이 노력이라면 피나는 노력을 말하는데 나는 피 하나도 안 흘렸어요. 그냥 음악이 너무 좋았어요. 피나는 노력이 아니라 즐거운 노력이었어요. 그러니까 그게 좀 달랐죠. 쉼 없이 할 수 있었고 행복했어요.

나를 매료시켰던 그의 자신감 있는 웃음은 즐거운 노력에서 나온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즐기는 노력이라니…어느 누가 이길 쏘냐다.

작곡가 아버지, 소프라노 어머니, 성악 금수저 집안에서 어릴 적부터 베토벤 바흐를 들으며 컸던 김동규 성악가.

타고난 능력보다, 물려주신 금수저 DNA보다
음악을 진정으로 좋아하고 사랑했던 그의 진심이 사람의 마음을 물결치게 하는 목소리와 그 당당한 웃음을 갖게 한 것이리라.

이제 나도 일을 즐길 줄 아는 나이, 그래서 그의 웃음을 따라 웃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 이야기를 담다,그 후-급변하는 시대 속, 예술가의 시선

<이야기를 담다>에서 제 인생 이야기와 더불어 삶의 가치관까지 진솔하게 나눌 수 있었습니다.

단순한 인터뷰를 넘어, 현대사회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깊이 이야기할 수 있어 더욱 뜻깊게 와닿았습니다.

특히, 미디어 변화에 대한 인상이 깊이 남았습니다.

매일경제 건물에 들어서며 맡은 신문 인쇄 잉크 냄새는 사라져 가는 아날로그 시대의 감성을 떠올리게 했어요.

신문으로 세상 소식을 접하던 시절이 점점 멀어져 가는 현실이 아쉽게 다가왔습니다.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젊은 세대와의 소통과 그들의 시각을 이해하려는 고민이 더욱 깊어졌습니다.

인터뷰를 준비하며, 세대 간 소통, 전통과 변화, 그리고 공동체의 방향성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자유로운 개성과 표현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공동체가 함께 나아가기 위해서는 단합과 리더십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대사회는 변화와 전통이 끊임없이 충돌하지만, 그 균형점을 찾아가는 것이야말로 모두가 함께 고민할 과제라 생각해요.

이번 인터뷰를 통해 저는 무대 위 성악가로서의 메시지를 넘어, 미디어를 통해 더 많은 이들과 제 철학과 신념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음악으로만 전하기 어려운 제 생각을 시청자들과 소통할 수 있었기에 더욱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담다>가 앞으로도 다양한 인생과 철학을 담아내며, 시청자들에게 오랫동안 남을 울림 있는 프로그램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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