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토크 퍼터로 바꾼 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개막전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정상에 오른 김아림. AFP연합뉴스

최근 식품 업계의 핵심 화두는 '제로'다.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열풍에 설탕을 뺀 '제로 슈거', 밀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제로면' 등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그야말로 '제로 전성시대'. 골프계도 빠질 수 없다.

전쟁터는 그린이다.

300m 장타를 치고도 1m 퍼트를 놓쳐 타수를 잃을 수 있는 골프에서 '제로 토크 퍼터'는 게임체인저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에서 열린 DP월드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 챔피언 안병훈과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개막전 우승자 김아림, 이어진 파운더스컵 우승자 노예림(미국)까지 모두 제로 토크 퍼터로 바꿔 잡고 잭팟을 터뜨렸다.


이들뿐만이 아니라 퍼트 실수로 고민이 많았던 톱골퍼 중에서도 제로 토크 퍼터로 바꾼 뒤 성적이 향상되고 우승까지 차지한 사례가 늘면서 골프계는 '제로 열풍'에 휩싸였다.


먼저 '토크'에 대해 알아야 이해가 쉽다.

토크는 퍼터 헤드가 샤프트 축을 중심으로 시계 방향 또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려는 힘이다.

이 때문에 기존 퍼터는 스트로크를 할 때 헤드가 열리거나 닫히게 된다.

반면 제로 토크 퍼터는 헤드가 회전하지 않기 때문에 스트로크 내내 퍼터 페이스가 목표 방향을 향하는 '스퀘어 페이스'를 유지하게 된다.


모양도 좀 다르다.

기존 퍼터는 헤드 페이스 윗부분에 샤프트가 장착됐다면, 제로 토크 퍼터는 샤프트 또는 샤프트 중심축이 퍼터 헤드의 무게중심을 통과하게 된다.


당연히 장점은 '직진성'이다.

토크가 있는 일반 퍼터와 비교해 헤드 로테이션이 이뤄지지 않는 만큼 스트로크만 제대로 하면 공은 목표 지점으로 굴러간다.

올해 LPGA 투어에서 오랜만에 우승을 차지했던 김아림과 노예림이 제로 토크 퍼터로 교체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아림의 우승을 끌어내는 등 많은 프로 골퍼를 지도하는 최종환 최종환퍼팅아카데미 원장은 제로 토크 퍼터가 초보자들에게 더욱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 원장은 "아직 스트로크를 일정하게 하지 못하는 골퍼들이 제로 토크 퍼트를 사용하면 큰 도움을 받을 것"이라며 "헤드 페이스가 스트로크 과정에서 심하게 열리거나 닫혀 실수가 나오는 골퍼들에게도 제로 토크 퍼터를 추천해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어 "헤드 무게를 느끼면서 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골퍼들은 제로 토크 퍼터가 어색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제로 토크 퍼터의 경우 헤드 무게가 느껴지지 않고 클럽 헤드가 언제나 목표 지점을 향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톱골퍼도 고생했던 퍼트 고민이 줄어드는 모습이 이어지자 미국을 시작으로 일본, 한국 등에서 관심을 보이는 아마추어 골퍼가 증가하고 있다.

그중 분위기가 가장 뜨겁게 달아오른 곳은 한국이다.


골프 관련 커뮤니티와 블로그 등에는 제로 토크 퍼터 사용 후기와 관련된 게시물이 크게 늘었다.

한 클럽 브랜드 관계자는 "1월과 2월에만 제로 토크 퍼터와 관련된 문의를 100번 넘게 받은 것 같다.

공식 SNS에도 메시지를 보내거나 댓글을 남기는 골퍼들이 있을 정도로 제로 토크 퍼터에 대한 관심도가 엄청나다"고 설명했다.


톱골퍼들이 새로운 퍼터로 교체하고 성적이 급상승한 이후 유행이 된 사례는 여러 차례 있었다.


2023년 리키 파울러(미국)가 캘러웨이 오디세이 버사 제일버드로 긴 부진에서 탈출하자 동료들도 사용하기 시작했고, 국내 아마추어 골퍼들 사이에서는 품절 대란까지 일어났다.

이어 지난해 스코티 셰플러(미국)가 테일러메이드 스파이더 투어 X 모델로 교체한 뒤 세계랭킹 1위로 뛰어오르자 골프계에서는 스파이더 퍼터 붐이 일었다.

하지만 제로 토크 퍼터 유행 분위기는 이들을 뛰어넘는다.

골프용품 업계 관계자들은 "제로 토크 퍼터의 인기가 2001년 출시된 뒤 퍼터 게임체인저가 됐던 캘러웨이 오디세이 투볼 퍼터와 비견될 정도"라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당연히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랩골프에 이어 캘러웨이, PXG, 이븐롤 등에서는 이미 제로 토크 퍼터를 선보였다.

3월 초 출시될 예정인 캘러웨이 오디세이 Ai-ONE S2S 퍼터는 예상했던 주문량을 훌쩍 뛰어넘었다.

캘러웨이 관계자는 "예상했던 주문량보다 5배 이상 몰려 제로 토크 퍼터 수입을 늘렸다"고 말했다.



제로 토크
퍼터에서 '토크'는 헤드가 샤프트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힘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퍼터는 샤프트의 중심과 헤드의 무게중심이 일치하지 않아 스트로크 시 헤드가 열리거나 닫히는 회전이 발생한다.

'제로 토크'는 퍼터 헤드의 무게중심과 샤프트 축을 일치시켜 헤드가 회전하지 않아 스트로크 시 정렬된 페이스가 유지된다.


[조효성 기자 /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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