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시중은행들의 주담대 혼합형 금리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불과 지난달 가산금리를 올리라고 주문한 것과는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요.
일각에서는 당국이 고무줄 기조를 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김우연 기자의 보도입니다.
【 기자 】
오를줄만 알았던 시중은행들의 주담대 금리가 하락세를 맞이했습니다.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는 지난 8일 기준 연 4.192~6.16%로 집계됐는데, 지난주 대비 상하단이 약 0.2%p 가까이 낮아졌습니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의 주담대 혼합형 최고금리가 각각 0.248%포인트, 0.21%포인트 인하됐습니다.
이외에 국민은행은 0.18%포인트, 우리은행의 경우 0.01%포인트 인하됐습니다.
이에 대해 최근 정부가 강조한 상생금융의 일환으로 은행들이 금리를 내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시민들의 고금리 부담과 경기 불황을 연일 언급하면서 최근 금융지주사들은 민간 지원 방안을 잇따라 공개했는데, 이번 인하 행보도 그 일환이라는 것입니다.
다만 이러한 상황이 정부가 최근 주문한 가계대출 조정과 상충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은 689조 119억원으로 6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달 초 가계대출 수요 조정을 위해 은행들의 가산금리 인상을 주문한 바 있습니다.
이때문에 당국이 이자부담 완화와 가계부채 억제라는 상반된 목표를 넘나드는 일명 '고무줄' 기조를 편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금리 혼조가 이어질 경우 가계대출 억제와 금리 부담 완화라는 목표를 모두 놓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 인터뷰(☎) : 석병훈 /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가산금리를 올렸다가 낮췄다가 이런 식으로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게 되면 금융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은 고금리라도 일단 대출을 받아놓고 그러면 정부가 나서서 알아서 또 감면을 해주겠다.' 이런 식의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도 있거든요.그러니까 가계대출 억제에 효과적이지 않은 방식이죠."
시중은행은 이번 금리 인하에 대해 금융채 5년물 금리 하락으로 인한 자연스러운 경제흐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주담대 혼합형 금리의 준거가 됩니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지난달 말 4.8%대를 넘보다가 이달 초에 들어 4.5%대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정부의 은행업계 금리 간섭이 고금리 완화와 가계대출 억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매일경제TV 김우연입니다.
[ 김우연 기자 / kim.wooyeon@mktv.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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