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시가 아니네”…물가상승기에 ‘저가 식료품’이 더 빠르게 올랐다

전미경제연구소(NBER) 보고서
저가 식료품 가격이 2배 빠르게 상승
저가 브랜드, 오른 원가 즉시 가격에 반영
지갑 얇아진 소비자, 저렴한 상품 더 찾아
FT “이번 연구로 칩플레이션 확인”
저소득층, 물가 상승에 더욱 고통

영국의 한 슈퍼마켓에서 소비자가 식료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

물가가 오를 때 저렴한 식료품의 가격이 비싼 식료품 가격보다 최대 2배 더 가파르게 올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값싼 브랜드의 식료품을 주로 소비하는 저소득층이 물가 상승에 따라 더 고통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영국 등 주요 9개국의 식료품 가격 상승률을 가격대별로 분석한 전미경제연구소(NBER) 보고서를 토대로 “저가 브랜드 식료품의 가격이 고가 브랜드에 비해 최소 1.3배, 최대 1.9배 빠르게 올랐다”고 보도했다.


보고서는 가격대 최상위 25%와 최하위 25%인 식료품을 대상으로 2020년 1월부터 2024년 5월 사이 누적 물가 상승률을 분석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은 해당 기간에 저가 브랜드 식료품의 가격이 30% 올랐는데, 고가 브랜드의 가격은 22% 상승했다.

8%포인트 차이로, 저가 식료품의 가격 상승률이 고가 식료품 대비 36% 높게 나타났다.


독일과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은 저가 식료품과 고가 식료품의 가격 상승률 차이가 14%포인트였다.

저가 식료품의 가격 상승률이 고가 식료품과 비교해 약 90% 더 가팔랐다.


NBER은 저가 브랜드 식료품의 가격 상승률이 고가 식료품보다 빠른 이유를 수요와 공급 측면 각각에서 설명했다.

공급 측면에서 보면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민감한 저가 브랜드 식료품 업체들이 원가 상승 충격을 흡수할 여지가 작아 바로 소비자 가격에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수요 측면에서는 실질 소득이 감소한 소비자들이 예전보다 저가 브랜드 식료품을 더 많이 구매하면서 인상폭이 컸다는 설명이다.


FT는 “물가 상승기에 값싼 물건의 가격이 더 많이 오른다는 ‘칩플레이션(Cheapflation)’이 세계적 현상이라는 점이 이번 연구에서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칩플레이션은 지난 2022년 영국의 요리사 겸 빈곤퇴치 운동가인 잭 먼로가 소셜미디어에 주창한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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