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디 앉아요?”...14년만에 집권한 노동당, 좌석 부족해 ‘두리번두리번’

과제산적 영국 의회 개원

여성 40%·유색인종 14%
초선 의원 335명으로 급증
경기부양·치안안정 급선무

새 영국 의회가 개원한 9일(현지시간) 키어 스타머 신임 총리 연설이 진행되는 가운데 노동당 의원들이 대거 집권 여당 벤치로 자리를 옮기면서 자리가 부족해진 상당수 의원이 선 채로 총리 연설을 듣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AFP=연합뉴스]

14년만에 노동당이 집권하는 영국 새 의회가 문을 열었다.

키어 스타머 총리가 이끄는 새 내각이 침체에 빠진 경기를 부양하고, 불법이민과 치안불안 등 영국에 산적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새 의회가 총선 닷새만에 개원했으며, 노동당의 린지 호일 의원이 하원의장에 선출됐다고 보도했다.

제 59대 의회에서는 노동당이 650석 중 412석을 차지하며 압도적인 다수당이 됐으며, 집권여당이던 보수당은 121석에 그쳤다.

그 뒤를 이어 자유민주당은 72석, 스코틀랜드국민당(SNP) 9석, 신페인당 7석, 영국개혁당과 민주통합당(DUP) 각 5석, 녹색당과 웨일스민족당(PC)은 각 4석을 확보했다.


이날 의회에서는 여러 진풍경이 연출됐다.

노동당이 압승을 거둔 나머지, 여당 측 좌석이 부족해 일부 의원들은 행사 내내 앉지 못하고 서서 참관해야 했다.

스타머 총리는 첫 의회 연설에서 “우리는 정치가 선한 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줄 의무가 있다”며 “이번 의회는 가장 인종과 성별로 다양성 있는 의회”라고 밝혔다.

새 하원 의원 650명 가운데 263명(40%)이 여성으로 2019년(220명)보다 늘어 역대 최다이며 유색인종 출신 의원도 66명에서 90명(14%)으로 늘었다.

초선의원도 140명에서 335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제1야당 대표가 된 보수당의 리시 수낵 전 총리는 “하원의원은 가장 큰 영예이고 특권이며 책임감이 따르는 자리”라고 말했다.

의회에 처음 입성한 극우파 영국개혁당의 나이절 패라지 대표는 소속의원 5명을 과거 아이돌스타 ‘뉴키즈 온더 블록’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의회의 공식 개원은 오는 17일 찰스 3세 국왕과 커밀라 왕비가 참석한 가운데 열리며, 개원식에서 정부의 정책 및 입법 청사진이 ‘킹스 스피치’(국왕 연설)를 통해 공개된다.


스타머 총리는 의회 개원 이후 곧바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 워싱턴DC로 첫 해외 방문길에 올랐다.

새 의회는 유럽이 맞닥들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해 산적한 과제를 앉고 있다.

스타머 총리는 취임 전부터 “브렉시트를 되돌리지는 않겠지만, 취임 후 EU와의 협력 관계를 재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보수당의 대표정책인 불법이주민의 르완다 강제이주 정책도 폐기를 선언했다.

이 밖에도 보건의료서비스 확대, 친환경에너지 전환, 치안강화안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에 대해 토니 블레어 영국 전 총리의 연구소는 새정부는 5년간 500억파운드(약 88조5000억원) 증세가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단 하나의 게임체인저는 21세기 기술혁명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라며 “변혁의 시대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영국의 정권교체로 경제성장률이 상승할 것이라는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골드만삭스는 총선결과 발표이후 투자메모에서 노동당의 재정정책 어젠다가 “단기적으로 수요 증가를 완만하게 부양할 것”이라며 영국의 2025년과 2026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1.6%와 1.5%로 0.1%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시스템의 개혁은 주택 건설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으며 공공 부문 투자가 증가하면 잠재적으로 생산량이 증가할 수 있다”며 “EU와의 교역관계 개선은 브렉시트 비용의 일부를 완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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