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 열쇠, 며느리 말고 여기 맡겨요”...슈퍼리치 몰리자 100조 시장 ‘우뚝’

한국판 록펠러, 카네기 명문가 유도 금융집사 서비스
자산증식과 함께 상속·M&A·사회환원·교육도 지원

사진=연합뉴스
초고액 자산가(슈퍼리치)를 대상으로 한 자산관리 서비스인 패밀리오피스 시장이 급성장하며 국내 시장 규모가 100조원을 넘어섰다.


24일 매일경제신문이 국내 5대 증권사의 패밀리오피스 합산 자산규모를 조사한 결과, 이달 기준 10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2년 국내 금융업계에 패밀리오피스 사업이 최초로 시작된 지 12년 만이다.


패밀리오피스는 초고액 자산가(슈퍼리치)를 대상으로 단순 자산 증식에 그치지 않고 부의 형성·이전을 유도하기 위한 종합자산관리서비스다.

한국판 록펠러, 카네기 가문을 끌어내기 위한 ‘금융 집사’ 서비스로 발전하고 있다.


대표적 글로벌 패밀리오피스로 손꼽히는 미국의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는 막대한 부를 형성해 자본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후 카네기재단을 만들어 사회에 재산을 환원한 바 있다.


선진국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패밀리오피스 시장이 최근 급성장한 것은 고객군에 큰 변화가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재벌·전문직 같은 전통 부유층 외에 스타트업을 창업하거나 코인 투자로 부를 쌓은 소위 ‘뉴 머니’로 불리는 신흥 부유층의 비중이 20%에 달한다.

이들은 선진국 경험이 많기 때문에 서구의 패밀리오피스 성장을 목격했고, 외부 자산관리에 보다 적극적이다.


평생 일군 부를 예금 등으로 보수적으로 운용하는데 초점을 두는 개발연대 창업세대와 달리 수수료를 과감하게 지급하더라도 전문가에 맡겨 다양한 투자활동을 통해 자산을 더 키우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이와함께 대기업 오너가 3세, 4세들이 가진 풍부한 자금력은 벤처 업계의 선순환 투자 구조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들은 일반적인 고액 자산가 수준을 넘어서 하나의 기관투자자처럼 진화하고 있다.


패밀리오피스 고객은 법인인 기업 가문을 형성하고 있다.

개별 고객이 마치 하나의 자산운용사처럼 주식, 채권, 대체투자자산까지 다양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운용한다.

실제 기업을 경영하는 오너이거나, 주요 우량기업의 지분을 대거 보유한 경우가 많다.


패밀리오피스 기업 가문 고객은 자금 동원력이 뛰어나, 시장에선 “공제회 수준의 기관투자자의 파급력, 영향력을 가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은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바이오처럼 향후 성장 동력이 큰 비상장 기업에 대한 사전 투자를 진행하거나, 그동안 기관투자자들의 전유물이었던 사모투자에도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박경희 삼성증권 WM부문장(부사장)은 “국내 슈퍼리치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며 “글로벌 투자 외 비재무적 서비스에 대한 기업 가문 고객의 수요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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