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이어 유럽연합(EU)도 미국과 15% 관세에 합의를 봄에 따라 아직 타결에 이르지 못한 한국이 느끼는 압박감이 커졌다.

이달 중 협상을 끝내지 못하면 당장 다음달 1일부터 일본, 독일보다 10%포인트 높은 관세 부담을 안고 미국 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


자동차 산업이 느끼는 위기감이 특히 크다.

현대차는 지난 2분기에 매출이 7.3% 상승했고 미국 판매량은 10.3%나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5.8% 감소했다.

미국 관세 여파다.

관세 부담을 가격에 반영하지 않은 결과 판매를 늘리고도 이익이 크게 준 것이다.

그나마 지금까지는 일본 등 경쟁국과 같은 조건이었다면 관세 협상에 실패할 경우 마이너스 가격경쟁력이 불가피해진다.

그동안 미국 시장에서 한국 차는 동급의 일본, 유럽 차에 비해 5%가량 저렴하게 팔렸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덕분에 2.5%의 관세가 면제된 것이 가격경쟁력 원천이었다.

반대로 도요타·폭스바겐이 15%, 현대차가 25% 관세를 무는 환경이 되면 가격을 올려 시장점유율을 잃거나, 무한 출혈경쟁을 하는 수밖에 없다.


심지어 한국은 현지 생산 비중마저 낮다.

현대·기아차가 미국에 파는 자동차 중 현지에서 생산하는 물량이 42%인 데 비해 도요타는 55%, 혼다는 72%다.

한국공장 생산 물량의 85%를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GM은 상황이 심각하다.


앞으로 일본 차는 품목관세 12.5%와 수입관세 2.5%를 합쳐 15% 관세를 물게 된다.

한국 자동차가 기존 가격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일본보다 관세율이 최소 2.5%는 낮아야 한다.

한미 간에는 수입관세가 없으므로 자동차 품목관세 12.5%가 마지노선이 돼야 할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대미 무역흑자 660억달러 중 60%를 자동차가 차지했다.

미국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가 두 자릿수 점유율을 기록한 것은 최근 몇 년 사이 일이다.

관세 폭탄은 수십 년 걸려 쌓은 탑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릴 수 있다.

비단 자동차뿐만이 아니라 중추 산업을 지키는 것이 협상 제1 목표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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