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인사이트] 나용수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장 "2030년대 인공태양 상용화 기대"

나용수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장
"2030년대에는 인공태양의 상용화가 시작될 것으로 봅니다. 이제 인공태양 개발은 국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바뀌고 있습니다. 핵융합의 상용화를 위해 이제 누가 어떤 기술을 가지고 있느냐가 에너지 시장 판도를 바꿀 것입니다.”

나용수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장은 지난 11일 매일경제TV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핵융합 기술 상용화 시대의 도래와 기술 주권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나 학과장은 "그동안 우리나라는 인공태양, 즉 핵융합 장치 자체를 만드는 데에 집중해왔다"며 "다가오는 5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그 장치를 어떻게 상용화할 수 있는가가 핵심"이라고 말했습니다.

핵융합 에너지는 지구가 직면한 기후 위기를 극복하고 전력 소비 증가 문제를 감당하기 위한 강력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핵융합 기술을 경제적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전환하고, 미래 에너지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기반 조성과 기술 혁신이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나용수 학과장과의 일문일답.

- 최근 연구팀과 초고온 핵융합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물리 원리 발견하셨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이는 산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핵융합로를 고온으로 만들기 위해 넣은 고에너지 입자들이 오히려 난류를 없애서 초고온 상태를 만드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이 현상은 종합적인 실험과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다시 확인했습니다. 이 발견은 앞으로 플라스마를 사용하는 장치들에서 초고온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고 더 나아가 핵융합 상용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 현재 한국의 핵융합 기술은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다고 보시나요?

"핵융합을 위해서는 8가지의 핵심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중에서 초고온 플라스마 기술(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 위한 필수 조건인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스마를 제어하고 유지하는 기술)은 현재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동안 인공태양이라는 장치 자체를 만드는 데에만 집중해 왔습니다. 이제 블랭킷 기술(토카막 장치 내부에 설치돼 핵융합 반응으로 발생하는 열을 흡수하고, 동시에 삼중수소를 증식시키는 기술), 고온과 중성자를 견딜 수 있는 재료 기술, 장치를 안정적으로 가열하는 기술 등 우리나라만의 자체 기술을 개발해야 합니다.”

- 기업들은 핵융합 에너지에 언제 투자를 해야 할지 궁금할 것 같습니다. 인공태양의 상용화 시기는 언제일까요?

"대규모까진 아니겠지만 2030년대에는 인공태양의 상용화가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제 인공태양 개발은 국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바뀌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핵융합 스타트업 헬리온에너지는 2023년에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전기 공급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에 따르면 헬리온은 2028년부터 핵융합 발전을 통해 매년 최소 50메가와트(㎿)의 전기를 MS에 공급해야 합니다. 미국 스타트업 CFS도 전통적인 토카막 방식(핵융합 에너지를 얻기 위해 초고온 플라스마를 자기장으로 가두는 장치)을 소형화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ARC 장치로 2030년대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 초전도 자석·AI 플라스마 제어 등 핵융합의 핵심 부품과 기술 발전 상황은 어떻습니까?

"초전도자석은 핵융합 장치에서 초고온의 플라스마를 가두고 제어하기 위한 자기장을 만드는 부품입니다. 지금까지 KSTAR와 같은 장치들은 -270°C까지 온도를 내려 저항을 줄이는 저온 초전도 자석을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소형화가 가능하고 자기장이 더 커질 수도 있는 고온 초전도자석이 개발됐습니다. 그러나 그 기술이 어디까지 와있는지는 아직 상용화가 안 되었기 때문에 논란입니다. 플라스마 제어 기술도 미래 핵융합로 핵심 기술 중 하나입니다. AI 전문 회사들이 특히 플라스마 제어 기술 개발에 관심이 많습니다. 구글의 딥마인드는 2022년에 핵융합 토카막 장치에 자체 기술을 접목해 AI로 인공태양을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관련해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다른 장치에서도 적용되는지 확인하는 외삽(Extrapolation) 문제는 아직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또한, 인공태양에서 나오는 최소한의 정보로 전체를 알아내는 전문 AI 기술도 현재 개발 중에 있습니다."

- 정부의 핵융합 에너지 개발을 위한 예산 및 지원은 충분하다고 보십니까?

"사실 핵융합과 관련한 대부분의 예산이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로 가고 있습니다. ITER는 가장 전통적인 방식으로 장치를 만듭니다. 우리나라도 참가국으로서 총건설비 117.7억 유로 중 9.09%를 분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ITER는 워낙 큰 장치에다가 예산이 많이 들어가고 코로나 등 여러 이슈로 건설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ITER가 만들어져도 핵융합에너지 실현을 위해서는 블랭킷 등 추가 기술 개발이 필요합니다. ITER 개발에는 각국이 협력을 하고 기술을 공유하지만 이후 블랭킷 기술 개발 등은 국가 간 경쟁의 영역입니다.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시급합니다. 또한,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이 AI를 비롯한 일부 '전략기술'에 막대한 예산이 집중될 수 있다는 것이 우려스럽습니다."

- 소형 핵융합로를 개발하기 위한 기술 혁신을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이제는 전통 방식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소형화로 가는 추세고, 그렇게 해야 핵융합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습니다. ITER가 개발되더라도 누가 먼저 핵융합 에너지를 상용화하냐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남들보다 빨리 소형 핵융합로 개발 기술을 선점하고 개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재생에너지를 키우려는 현 정부의 정책 방향은 어떻게 보십니까?

"핵융합 에너지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멀리 봐야 합니다.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긴 해야겠지만, 에너지 패권을 쥐기 위해서는 원자력도 꾸준히 개발해야 합니다. 원자력 기술 없이는 핵융합 에너지를 개발 할 수 없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에너지 안보가 중요한 나라고, 에너지를 해외에 수출할 수 있다면 그 파급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클 것입니다. 결국 에너지 믹스가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 마지막으로, 저서인 <태양을 만드는 사람들>에 대해서 직접 소개해주신다면?
"태양을 만들고 싶다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진짜 인공태양이 만들어졌는데요. <태양을 만드는 사람들>은 인공태양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책입니다. 특히 불모지 같은 한국에서도 과학자들이 어떻게 핵융합 기술을 세계 선도 수준으로 끌어올렸는지 그 과정을 알기 쉽게 소개하는 책입니다. 우리나라에는 그 과정을 소개하는 책은 별로 없어서 제가 한번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핵융합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길 기대합니다.

1998년 서울대 공과대학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 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나 학과장은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서 연구했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에서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이기연 연구원 / lee.giyeon@mktv.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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