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엘 "세계 최고 항암제 기업으로 … 한국과 협업, 늘 열려있다" [글로벌 바이오 R&D 현장을 가다]


"미국 보스턴 켄들스퀘어는 '지구에서 가장 혁신적인 1마일 스퀘어'로 불립니다.

혁신의 최고 장소에서 바이엘도 최고가 되려 합니다.

세계 최고 항암제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입니다.

"
미국 보스턴 지하철 매사추세츠공대(MIT)역에 내리면 곧장 켄들스퀘어에 닿는다.

출입구를 나와 주위를 돌아보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혁신 기업과 브로드연구소, 코흐연구소 등 유명 연구기관이 즐비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눈을 끄는 곳은 출입구 바로 옆, 초역세권을 차지한 바이엘의 연구혁신센터(브릭·BRIC)다.


최근 이곳에서 만난 시빌 윌리엄스 센터장은 "켄들스퀘어는 다양한 생명공학 회사와 벤처캐피털, 학술기관이 모인 바이오 연구개발(R&D)계 초역세권과 같다"며 "바이엘이 2022년 6월 1억4000만달러(약 1915억원)를 투입해 브릭을 설립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브릭은 올해 설립 3년을 맞았다.

종양학 분야 신약 R&D 최고 전문가인 윌리엄스 센터장은 설립과 함께 바이엘에 합류했다.

합류 후 바이엘의 글로벌 종양학 연구를 이끌어왔다.


그는 그간 '발 빠른 정밀 의약품 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새로운 표적항암제 신약후보물질(파이프라인) 급속 팽창에 매진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목표는 암 치료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차세대 혁신을 찾는 것"이라며 "신약 개발 자체가 아닌 치료 표적과 질병 간 연관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환자 집단별 차이, 약물 안전성에 우선순위를 둬왔다"고 강조했다.




바이엘의 이 같은 가치와 전략 아래 센터 설립 이후 바이엘의 항암제 파이프라인은 크게 확장됐다.

2022년 기준 1상에 진입했던 항암제 신약후보물질은 6개였던 반면, 올해 기준으론 12개로 늘었다.


좀 더 진전된 임상 2상과 3상 후보물질도 안정적인 시험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 바이엘은 전립선암 치료제 '뉴베카' 등 항암제 5종을 시판 중인데, 앞으로도 항암제 라인업을 확대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안정적 상황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것에는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전략이 주효했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제약사들이 신약 R&D 과정에서 자체 역량에만 의존하지 않고 외부 기관·기업과 기술을 공유하거나 협업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브릭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켄들스퀘어 생태계에 녹아들었다.

MIT 캠퍼스 내 건물에 위치하며 MIT와 하버드대가 공동 설립한 브로드연구소와 적극적인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 산하 약물평가센터(CDE)에서 혁신치료제 지정을 받은 비소세포폐암 치료 후보물질 '세바버티닙' 등이 그 사례다.



전 세계 항암제 연구의 첨병으로 불리는 미국 보스턴 바이엘 브릭센터에서 연구원들이 신약 후보 물질을 발굴하고 있다.

바이엘


윌리엄스 센터장은 "중국 바이오테크 회사 '푸허바이오파마'와 현재 임상 1상 단계에 있는 'PRMT5(암세포 증식 관여 단백질)' 억제제에 대해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도 체결했다"며 "바이엘 자회사인 비비디온이 타브로스테라퓨틱스를 인수해 전통적으로 약물 개발이 어려웠던 표적을 정밀하게 겨낭하는 저분자 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협업은 혁신을 주도하는 바이엘의 핵심 전략"이라고 했다.


윌리엄스 센터장은 한국과의 협업도 기대하고 있다.

그는 "한국은 바이오제약 분야에서 기술과 인재가 매우 풍부하다"면서 "바이엘은 종양학 외에도 심혈관·신장, 면역학, 세포·유전자 치료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협업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엘은 브릭 외에도 독일 베를린과 스위스 바젤 등에 종양학 특화 연구센터를 두고 있다.

이곳들도 한국과의 협력 거점으로 삼을 수 있다.


윌리엄스 센터장은 "2050년께 전 세계적으로 암 환자가 4900만명 발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며 "도움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부작용이 없고 약효는 좋은, 차별화된 의약품을 개발하겠다"고 강조했다.


[보스턴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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