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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1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정청래 의원실 |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당대표 선거가 4선 정청래 의원과 3선 박찬대 의원 간 양자 대결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일부 강성 지지자들의 상대를 향한 공세 수위가 과열되고 있다.
일부 강성 당원은 정 의원의 7년 전 발언까지 끄집어내 '왕수박'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 의원은 23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하고 기자회견을 연다.
박 의원이 공개한 온라인 포스터에는 '당원의 부름에 답하겠습니다'라며 출마를 공식화한 문구가 적혀 있다.
두 의원이 본격적인 당대표 선거전에 돌입하면서 지지자들 사이에서 상대 의원을 향한 공세 수위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정 의원이 2018년 발언한 영상이 공유되며 '왕수박' 논란이 빚어졌다.
영상에서 정 의원은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이재명 지사가 이야기를 하면 항상 분란이 일어난다"면서 "이 지사가 그냥 싫다"고 발언했다.
또 2년 전 이 대통령이 단식 농성을 벌일 때 정 의원 행동을 문제 삼는 사진과, 대표적인 친문재인(친문)계 의원으로 알려진 전해철 당시 의원과 웃고 있는 사
진도 올라왔다.
일부는 이러한 사진을 공유하며 "정 의원의 실체" "정 의원이 '수박'이라는 증거"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최근 유튜브 채널 '이동형TV'에 출연한 영상을 공유했다.
정 의원은 영상에서 일부 강성 지지자로부터 '왕수박'이라는 비난을 받게 된 장면이라며 "너무 억울하다"고 해명했다.
그는 "(2023년 9월 21일)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뒤 전해철 의원과 웃는 사진이 있다.
정청래가 이럴 수 있냐'더라"면서 "그때 (의총장으로) 들어가면서 도와달라고 부탁하며 웃은 장면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지난 21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며 눈물 흘리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출신인 정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말씀이 떠올라 울컥했다고 밝혔지만, 강성 지지층의 비판 수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해당 사진이 공개돼 배경과 해석을 두고 설왕설래가 오가기도 했다.
정 의원과 박 의원은 일제히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주문했다.
정 의원은 "네거티브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제발 이러지 말자.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나아가자"고 적었다.
박 의원도 "우리 민주당은 하나가 됐을 때 가장 강하다"고 했다.
최근 흑색 선전이 과열되는 것은 정 의원과 박 의원의 리더십 스타일에 따른 지지층 차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두 의원 모두 친이재명(친명)계로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하겠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그동안 보여온 정치 노선과 스타일 등에는 차이가 있다.
정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경험을 앞세워 강경하고 전투적인 리더십으로 평가받는 반면, 박 의원은 탄핵 정국에서의 원내 운영과 당시 이재명 대표의 대선 출마로 공석이 된 당대표 권한을 대행하는 등 당 내외부를 이끌며 안정적인 리더십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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